이규형 국기원장 사직…거꾸로 가는 세계태권도 본산

이규형 국기원장 사직…거꾸로 가는 세계태권도 본산

입력 2014-01-04 00:00
업데이트 2014-01-04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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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형 전 국기원장.
이규형 전 국기원장.
세계태권도 본산인 국기원의 이규형(66) 원장이 부임 두 달여 만에 전격 사직했다. 지난해 제2기 집행부 구성을 놓고 심한 진통을 겪은 국기원은 행정부원장에 이어 원장마저 잃고 새해를 맞으며 정상화에 대한 기대에서 점점 멀어져가고 있다.

이규형 원장은 4일 태권도 가족을 비롯해 국기원 직원, 취재기자 등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지난해 12월 31일 사직서를 제출하고 국기원 원장직에서 물러났다”고 밝혔다.

국가대표태권도시범단 단장, 국기원 태권도시범단 감독, 계명대 태권도학과 교수 등을 지내고 계명대 석좌교수로 활동해온 이규형 원장은 지난해 8월부터 국기원 원장직무대행을 맡아오다가 10월 27일에 신임 원장으로 선임됐다. 하지만 두 달여 만에 국기원 수장 자리에서 스스로 내려왔다.

이 원장이 A4용지 석 장 분량의 ‘태권도 가족들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으로 밝힌 사직 배경에는 짧지만 험난했던 원장직 수행 과정이 잘 드러난다.

직무대행 시절부터 이 원장은 재판 중인 전(前) 직원의 복직을 전제로 한 일부 인사들의 운영위원회 개최 요구에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반대해 갈등을 빚었다.

특수법인 1기 집행부에서도 3년간 운영이사로 활동해와 국기원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 원장은 함께 손발을 맞출 부원장(행정부원장과 연수원장)의 선임 과정 등에서도 안팎으로 압력에 시달리며 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국기원 정관에 부원장은 이사 중에서 원장이 추천하고 이사장이 임면해 이사회에 보고하게 돼 있다.

하지만 이 원장은 임면권자인 홍문종 국기원 이사장이 자신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서로 한 발짝 양보하는 식으로 부원장 선임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런 와중에 자신이 추천해 선임된 노순명 행정부원장이 일부 이사들의 반대로 지난달 말 이사직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힌 데 이어 부원장직마저 내놓으면서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이 원장은 이후 새로운 부원장 후보를 추천했으나 홍문종 이사장이 다른 이사를 염두에 둔 듯 임면하지 않자 결국 사퇴를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원칙과 소신을 중시한 정통 태권도인이자 학자 출신의 이 원장이 조기에 자진 하차하면서 국기원 정상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 요구가 커질 전망이다.

이미 일각에서는 국기원은 자체 해결 능력을 잃었다면서 정부의 관리단체 지정이 필요하다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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