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국 최대 4명만 출전…미국 남자는 세계랭킹 7위도 출전 어려워
한국 여자는 세계랭킹 60위 이내에 22명…미국 여자도 60위 이내 14명한국 여자 골프 선수로는 처음으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박인비(27·KB금융)가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골프 경기에 출전 선수를 국가당 최대 4명으로 제한한 데 불만을 제기한 바 있다.
박인비는 지난달 브리티시여자오픈 개막에 앞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세계랭킹 50위 이내라면 올림픽에 나갈 수 있어야 한다”면서 “세계랭킹 300위 선수가 출전하는 일이 생긴다”고 말했다.
가능하면 더 많은 국가가 출전하도록 배려한 올림픽 정신을 무시한 발언이라는 비판도 받았지만 기량이 뛰어난 한국 여자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현실은 분명하다.
올림픽에는 남녀 선수 각각 60명씩 출전한다. 국가당 2명씩 출전할 수 있다. 다만 세계랭킹 15위 이내에서 4명 이상이 포함된 국가는 4명까지 출전할 수 있다.
이런 출전 선수 제한 규정 탓에 가장 큰 불이익을 받는 국가는 역시 한국과 미국이다.
7일 현재 여자 골프 세계랭킹에서 20위 이내에만 한국 선수는 절반 가까운 9명이나 포진했다.
1위 박인비(27·KB금융), 4위 유소연(25·하나금융), 5위 김효주(20·롯데), 10위 양희영(26), 11위 전인지(21·하이트진로), 14위 김세영(22·미래에셋), 16위 최나연(28·SK텔레콤), 17위 고진영(20·넵스), 18위 이미림(25·NH투자증권) 등 9명에 이르는 ‘톱20’ 선수 가운데 5명은 올림픽에 나갈 수가 없다.
올림픽 자동 출전권을 받는 세계랭킹 15위 이내에도 5명이나 이름을 올렸으나 국가당 4명으로 제한하는 단서 규정에 걸려 1명은 올림픽 출전의 꿈을 접어야 할 판이다.
22위 장하나(23·비씨카드), 24위 이보미(27), 25위 이정민(23·비씨카드), 26위 백규정(20·CJ오쇼핑), 27위 안선주(28), 29위 최운정(25·볼빅), 38위 신지은(23·한화), 40위 신지애(27), 43위 이미향 (22·볼빅), 46위 김민선(20·CJ오쇼핑), 48위 이일희(27·볼빅), 54위 김인경(27·한화), 57위 허윤경(25) 등을 합치면 세계랭킹 60위 이내에만 한국 선수가 22명이다.
세계랭킹만으로 올림픽 출전 자격을 준다면 올림픽 골프 여자부 출전 선수는 37%가 한국 선수로 채워질 판이다.
미국 여자 선수는 세계랭킹 15위 이내에 스테이시 루이스(3위), 렉시 톰프슨(7위), 브리타니 린시컴(12위), 크리스티 커(13위) 등 4명이 포진해 한국보다 1명 적고 60위 이내에는 14명으로 한국보다 8명이나 적다.
그래도 미국은 국가별 출전 선수를 4명으로 제한한 단서조항의 피해자인 셈이다.
미국 남자 골프도 국가별 출전 선수 제한에 상당한 손해를 볼 것으로 보인다.
7일 현재 세계랭킹 15위 이내에는 조던 스피스(2위), 버바 왓슨(3위), 리키 파울러(5위), 짐 퓨릭(6위), 더스틴 존슨(7위), 잭 존슨(12위), 지미 워커(15위) 등 7명이 포함됐다.
한국 여자보다는 덜 해도 절반에 육박한다. 20위 이내 선수는 맷 쿠차(16위), J.B 홈스(17위), 패트릭 리드(18위), 필 미켈슨(20위) 등 11명이나 된다.
60위 이내 선수는 27명이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최장타자이자 메이저대회 우승컵이 없는 선수 가운데 가장 기량이 뛰어나다는 세계랭킹 7위 더스틴 존슨도 지금 당장 올림픽에 열린다면 출전할 수 없고 브리티시오픈을 제패한 잭 존슨도 출전이 어렵다.
미국 골프 전문 매체 골프닷컴은 “매일 골프 대회 중계방송을 열심히 챙겨보는 열렬한 골프팬조차 듣도 보도 못한 선수가 올림픽에 출전하게 된다”고 꼬집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타이 보토 부사장은 “세계에서 네번째로 빠른 자메이카 육상 단거리 선수도 더 빠른 자메이카 선수 3명에 밀려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다”면서 “골프 강국 선수만 올림픽에 출전한다면 골프의 세계화와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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