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첼시구단 모리뉴 감독 해임 진짜 이유는 “선수 통제 실패”

영국 첼시구단 모리뉴 감독 해임 진짜 이유는 “선수 통제 실패”

입력 2015-12-29 14:32
업데이트 2015-12-2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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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 수백억원대 프리미어리그 슈퍼 스타 다루기 갈수록 어려워져

“팀에서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선수가 규칙을 어기면 그건 간단하다. 그냥 해고해 버리면 된다. 그렇지만, 톱 플레이어일 경우 문제가 간단치 않다. 이적료가 2천만 파운드(약 351억 원) 이상되는 선수는 팀의 귀중한 자산이다. 문제를 일으켰다고 쉽게 방출할 수는 없다. 선수들도 이런 사정을 알기 때문에 특별대우를 당연한 것처럼 요구한다”

영국 BBC방송이 지난달 방영한 다큐멘터리 “축구선수, 섹스, 돈 : 뭐가 잘못됐나”(Footballers, Sex, Money :What`s Wrong?)에서 해리 레드냅 전 토트넘 감독이 한 말이다.

레드냅 감독의 이 발언은 일부 유명 축구선수들이 관중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여러 가지 행동을 해도 쉽게 쫓아내지 못하는 사정을 알기 쉽게 설명한 말이다.

28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는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어 2016-2017년 시즌부터 3년간 TV 중계권료가 무려 1조엔(약 9조 7천억 원)에 이른다. 최하위 팀에도 1년에 200억엔(약 1천950억 원) 가까운 수입이 돌아가는 엄청난 금액이다.

프리미어 리그는 전 세계가 경기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현재 상황에서 보면 딴세상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호경기를 누리고 있다.

데이비드 베컴이 잉글랜드팀 주장이 됐을 무렵부터 ‘축구 원조국’에는 돈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축구 보도도 과열되기 일쑤다. 특히 늘 이기는 팀에 대한 미디어의 압력은 엄청나다. 어쩌다 지기라도 하면 마치 세상이 끝나기라도 한 것처럼 보도하기도 한다.

이런 과도한 보도의 배경에는 벼락부자에 대한 세상의 질투심이 자리 잡고 있다. 늘 이기던 팀이 지기라고 하면 통렬히 비판하는 기사 속에 “이번 시즌 선수 보강에 돈을 얼마나 썼느냐?”, “이 선수의 연봉이 얼마냐?”라는 구절도 자주 등장한다. “그런 엄청난 돈을 쓰고서도…”라거나 “돈을 그렇게 많이 버는데…”하는 식이다.

영국의 열렬 팬들이 축구에 큰돈을 쓰는 것도 배경의 하나다. 경기장 입장료는 계속 오르고 매년 디자인을 바꾸는 레플리카 셔츠 구입비, 위성방송 시청료 등 축구계는 서민들의 코 묻은 돈을 계속 빨아들이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기에 잇따라 져서 팬들의 꿈을 깨뜨리면 분노와 질투의 감정을 뒤집어쓰게 된다. 이것이 미디어를 통해 나타나는 압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축구붐 속에서 슈퍼스타들은 보통사람의 1년 연봉을 하루 만에 번다. 그러다 보니 열광적인 팬들은 슈퍼스타를 신격화하게 되고 선수들은 우쭐해지기 마련이다.

이런 이상한 열기 속에서 2013년 러시아 석유왕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인수한 이래 부호 클럽중에서도 부호 클럽이 된 첼시팀을 이끄는건 어떤 걸까.

12월 17일 성적부진의 책임을 물어 조제 모리뉴 첼시 감독이 해임됐다. 가장 큰 이유는 한마디로 “선수들의 지지를 잃었기 때문”이지만 과연 모리뉴 감독의 자질 때문이었을까. 오히려 가장 풍요로운 팀에서 일어난 `당연한 귀결'이 아닐까.

“위대한 감독이 터무니없이 징징거리는 사람이 됐다”(Great winner now a great whinger).

모리뉴 감독이 해임되자 BBC방송에서 해설자로 활동하고 있는 전 잉글랜드 대표 마크 로렌슨이 한 말이다.

모리뉴 감독은 10월 웨드스햄전 하프 타임때 주심에게 쫓아가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잉글랜드축구협회(FA)로부터 이번 시즌 들어 2번째 징계를 받았다. 그는 레알 마드리드의 베니테스 감독의 부인이 “내 남편은 늘 모리뉴 감독의 뒤치다꺼리나 한다”고 매스컴에 털어놓자 “나한테 신경 쓰기 보다 남편 다이어트에나 신경 써라”고 쏘아붙여 구설에 올랐다. 주심에게 거듭 항의하는가 하면 한 달에 2번이나 4만 파운드의 벌금과 한 경기 출장정지처분을 받기도 했다.

모리뉴 감독을 이 지경으로까지 몰아간 배경은 뭘까.

레드냅 감독의 발언을 떠올려보자. 이적료가 2천만 파운드에 이르는 선수에게는 팀도 쉽게 손을 대지 못한다. 다루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첼시의 경우 정규선수는 물론 벤치 워머에게도 “팀의 중요한 자산”으로 인식하고 특별대우를 해야 하는 선수가 발에 채일 정도다. 이들은 관리하는 일은 그야말로 지난한 일이다.

선수와의 협조를 중시하는 감독은 그런 상황에서도 팀을 잘 운영하지만 모리뉴 감독 처럼 완고한 사람은 선수의 자긍심을 능가하는 자신의 자긍심으로 억눌러 버린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황금시대를 구축한 퍼거슨 감독을 1986년 취임 때 딱 한 가지 맹세를 했다고 한다. “팀 내에 자기보다 더 큰 존재를 절대로 만들지 않는다”는 한가지 소신만은 “절대로 굽히지 않겠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아무리 중요한 선수라도 규율을 어지럽히는 선수는 용서하지 않겠다. 그는 취임 직후부터 인기에 안주해 술과 도박에 빠져 있던 슈퍼스타들을 잇따라 방출했다.

선수가 “뼈를 묻고 싶어하는” 팀을 추구하되 지시를 잘 따르는 동안은 철저히 보호해 주지만 반항하는 선수는 가차없이 잘라 본보기로 삼았다.

그렇지만 요즘은 축구계에 돈이 뒤얽혀지고 상업적 분야의 중요성이 커져 슈퍼스타 다루기가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천하의 모리뉴 감독도 엄청난 자산 가치가 있어 팀의 보호를 받아온 거물 선수들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 게 해임의 근본 원인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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