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한국으로 돌아오면 실패자…기본은 하겠다”

김현수 “한국으로 돌아오면 실패자…기본은 하겠다”

입력 2015-12-29 14:52
업데이트 2015-12-2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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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상대해보고 싶은 투수는 좌완 프라이스” “선호 타순 없다. 주전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급선무”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2년 계약을 마치고 돌아온 ‘타격기계’ 김현수(27)는 “미국에서 은퇴하고 싶다. 한국으로 돌아오면 실패자라고 생각한다”며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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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볼티모어 오리온스 입단 기자회견
김현수 볼티모어 오리온스 입단 기자회견 김현수가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컨벤션 벨라지움에서 볼티모어 오리온스 입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현수는 볼티모어와 2년간 700만 달러, 약 82억 원의 조건에 계약했다. 이번 계약으로 한국프로야구에서 자유계약선수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첫 번째 사례가 됐다.
연합뉴스
김현수는 29일 서울 대치동 컨벤션 벨라지움에서 열린 볼티모어 입단 기자회견에서 내년은 물론 예비 자유계약선수(FA)가 되는 내후년 성적 전망에 대해서는 “주전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급선무”라며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했으나 각오만큼은 남달랐다.

그는 “미국에서 잘해서, 미국에서 은퇴한 뒤에 돌아오고 싶다. 한국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미국에서 나를 원하는 팀이 없다는 것인데 한국으로 유턴하면 실패자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수는 2년간 700만 달러(약 82억 원)의 조건에 볼티모어 유니폼을 입었다. 헐값 계약이라는 평가도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김현수가 단기 계약을 통해 30세가 되는 시즌에 또 다른 대박을 노릴 가능성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김현수는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가 정말 잘해줬으니까 이렇게 계약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정호가 다져놓은 기반을 망가뜨리지 않도록 기본은 할 수 있는 선수가 되려고 많이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는 강정호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두고 출국 기자회견에서 가장 상대하고 싶은 투수로 ‘광속구’ 투수 아롤디스 채프먼(뉴욕 양키스)를 꼽았듯이 대결해보고 싶은 투수를 말해달라는 질문에는 좌완 투수 데이비드 프라이스(보스턴 레드삭스)의 이름을 언급했다.

이번 비시즌에 보스턴과 7년간 2억 1천7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은 프라이스는 메이저리그에서 최정상급에 속하는 좌완 투수다. 프라이스는 올 시즌 32경기에 선발 등판해 18승 5패에 평균자책점 2.45를 기록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김현수는 프라이스를 꼽은 이유를 묻자 “공격적인 선수고, 볼넷을 좀처럼 안 내주는 선수라서 꼭 한번 상대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빠른 공에 어떻게 적응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연습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부닥쳐봐야 할 것 같다”며 “시범경기 때 최대한 많이 나가서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2006년 두산 베어스 연습생(신고선수)으로 입단해 메이저리그까지 진출한 김현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교타자다.

서건창에 앞서 연습생 신화를 일궈내면서 한국프로야구에서 10년 동안 통산 타율 0.318, 출루율 0.408, 장타율 0.488을 기록했다.

통산 타율과 출루율 모두 박병호(29·미네소타 트윈스)나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리츠)보다 높다. 또 김현수는 통산 볼넷(597개)이 삼진(501개)보다 많을 정도로 뛰어난 선구안을 자랑한다.

올해 두산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김현수는 국가대항전 프리미어 12에서도 한국 대표팀 우승에 공헌했다. 타율 0.333(33타수 11안타), 타점 13개를 기록한 그는 프리미어 12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볼티모어의 홈 구장인 캠든야드가 홈에서 우측 담장까지의 거리(97m)가 좌측 담장(101.5m)에 비해 짧아 좌타자인 김현수에게 유리한 점도 김현수의 성공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김현수가 두산 베어스 소속으로 10시즌 동안 뛰었던 잠실구장은 좌·우측 담장까지의 거리가 100m로 같았다.

볼티모어는 박병호(29)가 속한 미네소타 트윈스와 내년 4월 5일부터 캠든야드에서 개막 3연전을 치른다.

다음은 김현수와의 일문일답.

-- 캠든야드 직접 보고 느꼈던 점과 등번호 25번으로 한 이유는.

▲ 야구장이 좋았다. 내가 볼티모어에서 해야 할 게 무엇인지 알아보는 차원에서 구장을 방문했다. 등번호 50번은 다는 선수가 있어서 없는 번호 중에 골랐다. 27번과 25번이 있었는데 27번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에이전트가 ‘강정호 번호라서 따라 하는 인상을 줄 수 있다. 25번이 배리 본즈가 달았던 번호이니 25번이 어떻겠냐’고 해서 25번을 달았다.

-- 볼티모어 구장에 갔을 때 느꼈던 소회를 구체적으로 얘기한다면.

▲ 거기서 뛰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 야구장이 크고, 좋고, 시설이 좋은 것에 감명을 받았다. 내년에 게임을 하고 나면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 잠실구장과 비교하면 어땠는지.

▲ 가깝게 느껴지기는 했다. 뒤에 건물이 있어서 더 작게 느껴진 것 같다. 하지만 투수들의 공이 훨씬 빨라서 장타가 나올지는 모르겠다. 잠실구장보다는 확실히 가까운 느낌이 있다.

-- 강정호가 채프먼과 상대하고 싶다고 말했듯이 상대하고 싶은 투수가 있다면.

▲ 메이저리그 선수 모두와 붙어보고 싶다. 각 팀의 1선발 만나고 싶다. 한 명 짚는다면 보스턴 레드삭스에 간 데이비드 프라이스의 공 한번 쳐보고 싶다. 정말 좋은 투수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한번 붙어보고 싶다.

-- 프라이스와 맞붙고 싶은 이유는. 빠른 공 대처능력은 어떻게 키울 생각인가.

▲ 공격적인 투수이고, 볼넷도 잘 안 주기 때문에 붙어보고 싶다. 빠른 공은 연습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부닥쳐봐야 할 것 같다. 시범경기 때 최대한 많이 나가서 빨리 적응하겠다.

-- 스스로 생각한 데뷔 시즌 성공 기준점은.

▲ 아직 염두에 두지 않았다. 주전 경쟁에서 이겼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루키이기 때문에 적응 잘해서 주전 경쟁에서 이기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 강정호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을 때 ‘파워’를 스스로의 장점으로 꼽았는데 스스로 느꼈을 때 장점을 이야기한다면.

▲ 크게 뛰어난 장점은 모르겠다. 큰 단점도 없는 것 같아서 그게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다. 그래도 커트를 많이 하지 않을까 싶다. 쉽게 헛스윙을 안 당할 자신은 있다.

-- 현지 언론에서도 삼진이 적고 볼넷이 많다고 평가했는데, 그 비결을 설명한다면.

▲ 삼진 안 당하려고 초구부터 치는 경향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비결은 빠른 승부인 것 같다.

-- 메이저리그 진출 결심을 굳혔을 때와 조언을 가장 많이 해준 사람은 누군가

▲ 도움은 리코 에이전시와 WMG 에이전트가 많이 줬다고 생각한다. 한국시리즈 우승하고 난 이후에는 솔직히 미국에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하다 보니 갈 수 있다고 연락을 받았다. 처음부터 가겠다는 생각은 많이 하지 않았다"

-- 은퇴는 어디에서 하고 싶은가.

▲ 미국에서 잘해서 미국에서 은퇴한 뒤에 돌아오고 싶다. 한국으로 유턴하면 실패자라고 생각한다.

-- 실패자라고 이야기했데 각오가 남다른 것 같다

▲ 한국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미국에서 나를 원하는 팀이 없다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실패자라고 생각한다. 강정호가 정말 잘해줬으니까 이렇게 계약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정호가 다져놓은 기반을 망가뜨리지 않도록 기본은 할 수 있는 선수가 되려고 많이 노력하겠다.

-- 신고선수로 입단해 프로 입단을 제대로 못 했지만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혹시 현재 신고선수나 2군 선수들에게 한마디를 한다면.

▲ 좋은 지도자 분들을 만났기 때문에 기회를 일찍 얻은 것 같다. 기회가 언제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에 의지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2군에 있으니까, 연습생이니까 이런 생각하지 말고 똑같은 선수니까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1군에 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준비했으면 좋겠다.

-- 좋은 지도자를 만났다고 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지도자는 누군가.

▲ 1군에서 뛰게 해준 김경문 감독님께 우선 감사드린다. 또 연습생으로 왔을 때 김광림 코치님이 1년을 고생했다. 송재박 감독님, 김민호 코치님이 기억도 남는다. 특히 김광림 코치님이 타격을 이끌어주셨다면 김민호 코치님은 수비를 많이 도와줬다. 두산 모든 분에게 감사한다.

-- 계약 세부 사항에 대해 설명해달라.

▲ 계약에 대해선 전적으로 에이전트가 맡겨놓았다. 2년 계약이라는 것밖에 모르겠다. 사실 출국 때도 워싱턴으로 가라고 해서 워싱턴에 입단하는 줄 알았다.

-- 주변 반응이 궁금하다. 류현진, 박병호와 연락했는지.

▲ 너무 늦게 들어와서 따로 만나지는 못했는데, 류현진은 출국 전에 많이 봤고, 박병호는 김민성 결혼식 때 봤다. 따로 연락한 것은 없다. 병호형과 개막전에서 만나게 될 때는 서로 안타 하나씩만 치면 되지 않을까 싶다. 경기는 우리 팀이 이겼으면 좋겠다.

-- 표정이 편안하다. 적응에 대한 자신감인가.

▲ 먹는 걸 걱정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알레르기만 없으면 가리지 않는 편이다. 걱정할 게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 것이다.

-- 예비 FA가 되는 내후년 정도에는 어느 정도의 성적을 기대하는지,

▲ FA에 대한 생각은 안 하고 있다. 내후년까지 생각하는 것은 너무 앞선 것 같다. 성적보다는 팀에 잘 융화돼서 게임에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 메이저리그 스트라이존은 국내와는 다른데;.

▲ 낮은 볼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바깥쪽 볼은 후하다고 하는데, 일단은 가서 스트라이크존은 잘 적응해야 할 것 같다. 심판의 콜에 말리기 안 된다. 심판이 콜하면 콜하는 대로 비슷한 공 치겠다.

-- 앞으로의 계획은.

▲ 비자가 나오는 대로 미국에 가서 운동하려고 한다.

-- 선호하는 타순은.

▲ 선호하는 타순은 없다. 게임에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두산 팬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는.

▲ 일단 시즌 전 공약을 지키지 못해서 죄송하게 생각한다. 많은 응원 해주셔서 감사하다. 준우승 3번 할 때 역적이 될 수 있었는데, 그래도 아껴주셔서 감사하다. 우승하고 갈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 내년 시즌 좋은 성적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많은 응원 부탁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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