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패러다임을 바꾸자] ‘통합체육회’ 발판으로 지역·학교클럽 활성화…선순환 시스템 만들어야

[스포츠 패러다임을 바꾸자] ‘통합체육회’ 발판으로 지역·학교클럽 활성화…선순환 시스템 만들어야

조현석 기자
입력 2015-12-29 17:40
수정 2015-12-29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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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체육 나아갈 방향은’ 좌담회

지난 25년간 따로 운영하던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내년 3월부터 하나로 통합된다. 통합체육회 출범을 앞두고 서울신문은 지난 23일 편집국 회의실에서 ‘스포츠 패러다임을 바꾸자’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좌담회에는 안양옥 통합준비위원장, 남상남 한국체육학회장, 심동섭 문화체육관광부 체육정책관이 참석했다. 기존 엘리트체육 위주의 체육 시스템에서 파생된 문제점과 향후 생활체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했다. 참석자들은 통합체육회 출범을 발판으로 지역스포츠클럽, 학교클럽을 활성화해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이 서로 선순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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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남(왼쪽) 한국체육학회장과 안양옥(가운데) 통합준비위원장, 심동섭 문화체육관광부 체육정책관이 지난 23일 서울신문 편집국 회의실에서 엘리트체육 위주의 체육 시스템에서 파생된 문제점과 향후 생활체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남상남(왼쪽) 한국체육학회장과 안양옥(가운데) 통합준비위원장, 심동섭 문화체육관광부 체육정책관이 지난 23일 서울신문 편집국 회의실에서 엘리트체육 위주의 체육 시스템에서 파생된 문제점과 향후 생활체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통합체육회 출범을 앞두고 지난 9일부터 ‘스포츠 패러다임을 바꾸자’라는 주제로 스포츠 선진국들의 현장을 돌아보는 기획기사를 실었다. 평가를 한다면.

●안양옥 통합준비위원장(안 위원장) 체육회 통합을 앞두고 시의적절한 기사였다고 생각한다. 선진국 사례를 실었는데 한국 체육계 현실과 비교가 돼 특히 좋았던 것 같다. 1회에도 나왔지만 일본은 학교체육 모델을 기반으로 생활체육, 엘리트체육 모두 발전한 스포츠 선진국이다. 물론 일본이 최근 스포츠과학연구소를 만드는 등 엘리트체육의 경기력 향상에 부쩍 힘써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오랜 시간 생활체육 중심으로 기반을 잘 잡아 놨기 때문에 효과가 금방 나오는 것이다. 전문체육은 생활체육이라는 하부구조를 바탕으로 형성되기 마련이다. 반면 우리는 생활체육 기반이 잡혀 있지 않은 상태에서 엘리트체육 위주로 투자를 했기 때문에 부작용이 많았다.

●남상남 한국체육학회장(남 회장) 흔히 한국은 지역클럽 중심인 유럽형 시스템보다는 학교체육 중심인 미국, 일본 스타일에 가깝다고 말한다. 그러나 미국, 일본도 지금의 시스템이 정착되기까지 과도기를 거쳤다. 일본은 1972년 삿포로동계올림픽 이후 생활체육을 집중 육성해 엘리트체육과 연결시키는 현재 시스템을 만들었다. 여기까지 오는 데 2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이제 막 생활체육 중심으로 시스템 전환을 시작한 우리도 최소 10년 이상은 걸리지 않을까. 기사에 이런 과도기를 강조해 줬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심동섭 체육정책관(심 정책관) 기사를 통해 국민들이 체육회 통합 및 생활체육에 대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한다.

→통합체육회 출범 준비를 하면서 상임감사 문제, 회장 선출 방식의 문제 등 부수적인 요소로 잡음이 많았다. 통합체육회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가.

●심 정책관 선진국 시스템으로 가자는 것이다. 현재 우리는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이 완전히 분리돼 있다. 여기서 오는 비효율성을 줄이고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통합체육회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일본, 유럽, 미국 등 스포츠 선진국에서는 지역·학교 스포츠클럽에서 엘리트선수가 나온다. 우리처럼 운동부를 만들어서 인생을 걸고 집중 양성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클럽에서 운동을 하다가 자비로 대회에 출전하기도 한다. 여기서 재능이 발견되면 국가대표가 되는 식이다. 최근 일본, 영국 등이 국제대회에서 따오는 메달 수가 예전 같지 않다며 엘리트선수를 집중 육성한다고 하는데, 어디까지나 생활체육 기반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이뤄지는 부차적인 개념으로 봐야 한다. 결과적으로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의 선순환 시스템을 만들면 엘리트체육도 함께 성장하지 않을까.

→엘리트체육 위주의 시스템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었나.

●안 위원장 운동부 학생이 운동만 하는 것이다. 우리가 1988년 서울올림픽을 치르면서 사회적으로 발전했을지는 모르지만 엘리트 육성에 집중하면서 체육계는 하부구조가 완전히 망가졌다. 운동을 하는 학생이 공부를 하는 학생과 섞이며 자연스럽게 운동을 즐기는 프로로 성장해야 하는데, 공부와 운동이 철저하게 분리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비인기 종목 선수들은 인위적으로 조성된다. 이 과정에서 입시 비리 등 체육계의 고질적 병폐가 일어난다. 그러나 통합체육회가 만들어지면 이런 부분들이 차츰 해결될 것이다.

●남 회장 엘리트체육 위주로 가니까 우리 학생들이 체격은 전보다 커졌는데 체력은 저하되는 결과가 초래됐다. 물론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생활체육 중심의 시스템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고 실제로 유럽식 지역클럽 모델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아무런 기반이 잡혀 있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급하게 유럽식으로 하려다 보니 또 부작용이 있더라. 지역스포츠클럽에 투자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학교체육이 위축됐다. 불필요한 정책은 아니었지만 우리 현실에 맞는 모델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합리적으로 정책을 만들어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심 정책관 과거 동독이 올림픽에서 메달은 많이 땄지만 스포츠 선진국으로 볼 수는 없지 않았나. 우리도 마찬가지다. 특정 종목에서 올림픽 메달이 나와도 해당 종목을 즐기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과 잘하는 사람이 오랫동안 단절됐다. 장기적으로 양궁, 레슬링 등 비인기 종목도 국민들과 같이 리그를 형성해야 한다고 본다.

→스포츠 강국으로서 엘리트체육도 중요하다. 생활체육 중심으로 스포츠 패러다임을 바꾼다고 했는데, 앞으로 엘리트체육은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까.

●안 위원장 한국 엘리트체육이 오랫동안 국위 선양에 크게 일조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이 전부가 아닌 시대다. 국제사회에서 올림픽을 유치하는 게 예전만큼 인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상업화 물결 때문에 올림픽 정신도 많이 퇴색됐다. 생활체육에 파고드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네덜란드 같은 경우는 코프볼 같은 ‘뉴스포츠’를 만들어 세계화시키더라. 엘리트체육에 대한 지원은 유지하면서 이런 새로운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남 회장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생활체육 중심의 시스템으로 가면서 양궁, 레슬링 등 아직 저변이 넓지 않은 스포츠에 대해 특별 지원을 계속해야 한다. 비인기 종목은 앞으로도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심 정책관 비인기 종목은 대중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물론 정부에서도 이들에 대한 지원은 계속할 것이다. 스포츠가 가지는 국위 선양 기능도 배제할 수는 없다. 현재 있는 엘리트체육에 대한 지원은 계속 가져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스포츠를 활용한 복지와 교육이 잘돼 있더라. 생활체육과 복지가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

●안 위원장 복지는 결국 국민 건강과 직결된다. 수명 연장, 출산율 증가, 질병 예방은 운동으로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이 상식이다. 생활체육이 활성화되면 장기적으로 복지 예산도 줄일 수 있다. 이러한 부분을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현재 초등학생에게 적용되는 1인 1스포츠가 좋은 예다. 각 종목을 수준별 디비전으로 나누고 운동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대회에 출전할 수 있도록 스포츠클럽을 생활화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남 회장 ‘체력은 국력이다’라는 말이 왜 나왔겠나. 생활체육을 활용한 복지 정책을 만들 때 부처 간 협의가 가장 중요하다. 보건복지부,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가 합심해 어떻게 하면 현실에 맞고 일상생활에 밀접한 스포츠 복지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심 정책관 저소득층을 위한 스포츠 바우처 제도는 이미 실시하고 있다. 지자체와 예산을 50대50으로 매칭해서 월 14만원씩 6개월간 방과후 체육센터를 다닐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내년에는 범죄 청소년을 체육을 통해 계도해 보자는 취지로 태권도를 활용한 교육을 하려고 경찰청과 함께 준비 중이다. 기존 바우처 제도는 계속 확대할 예정이다.

→통합 후 청사진을 그려 달라.

●안 위원장 미국 정치인들은 운동선수 경력이 굉장한 메리트로 작용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휴가 가서 농구하는 모습을 보여 주지 않나. 스포츠가 생활화됐기 때문이다. 통합 이후 국가대표만 체육인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스포츠 활동 문화를 바꿔 학생이 운동도 하고 공부도 하는 게 당연한 일이 돼야 한다. 언론도 프로스포츠 경기 중계만 하지 말고 ‘하는 스포츠’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남 회장 과도기를 거쳐 생활체육 저변을 확대한 뒤 엘리트체육에 투자한 일본과 지역클럽 중심으로 생활체육을 활성화시킨 유럽 모델을 잘 참조해 우리만의 생활체육 시스템을 구축했으면 좋겠다. 또 현재는 운동선수가 대학 체육계열에만 입학할 수 있게 제한돼 있어 운동선수의 미래, 진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대학 스포츠도 전반적으로 죽어 있는데 대학 스포츠가 활성화돼야 중·고등학교 스포츠도 발전한다. 통합 이후 이런 문제들이 해결됐으면 좋겠다.

●심 정책관 통합 후 스포츠 패러다임이 변할 것이다. 이제 더이상 ‘넌 공부하지 말고 운동만 해라’ 이런 말들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지역 전문 스포츠클럽을 양성하고, 전국 체전에서도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이 섞여 경쟁하는 방식으로 바뀔 것이다.

사회 조현석 체육부장 hyun68@seoul.co.kr

정리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2015-12-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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