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도 ‘정유라 밀어주기’ 희생양…스포츠 4대악 무리한 추진

박태환도 ‘정유라 밀어주기’ 희생양…스포츠 4대악 무리한 추진

입력 2016-11-01 16:39
수정 2016-11-01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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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를 ‘악의 소굴’로 몰아세우더니…진짜 ‘악’은 따로 있었다

최순실 측, 평창올림픽에도 손 뻗친 정황 포착

“체육계에 비리가 있다고 하지만, 정치나 경제 쪽에 가면 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더 큰 비리가 얼마나 많습니까.”

지난달 열린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나선 후보 가운데 한 명이 선거 당일 정견 발표에서 이렇게 외쳤다.

그러자 선거장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 환호와 박수가 가득해졌다.

일부에서는 ‘다른 분야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체육계의 병폐를 덮으려는 치졸한 언행’이라고 깎아내리기도 했지만, 체육계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한 마디였다.

체육계 한 관계자는 “이 정권 들어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를 개설하는 등 스포츠를 마치 ‘비리의 온상’으로 치부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특히 국민의 정부 시절 이해찬 교육부 장관이 교육 개혁을 하겠다며 교사들을 부정부패한 집단으로 몰아세우는 바람에 들끓었던 교육계의 분위기보다 지금의 체육계가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당시 이해찬 장관의 교육부와 교육계의 마찰은 그러나 특정인의 이권을 챙겨주거나 누구를 비호하려는 개인적이 목적은 없었던 반면 박근혜 정부의 체육계와 갈등 이면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 씨와 그의 딸 정유라, 조카 장시호 씨 등이 곳곳에 숨어 있어 체육 관계자들을 더욱 허탈하게 하고 있다.

특히 수영 국가대표 출신 박태환도 승마 선수인 정유라 씨를 잘 봐주기 위한 프로젝트의 희생양이 됐다.

◇ ‘박태환 파문’ 뒤에도 아른거리는 최순실 그림자 = 박태환이 올해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나가지 못할 뻔했던 이유는 알려진 대로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선발 규정 때문이었다.

도핑 관련자는 징계 만료일로부터 3년이 지나야 다시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는 규정에 발목이 잡혔다.

얼핏 보면 최순실, 정유라 씨와 무관한 것처럼 보이지만 체육회의 대표선발 규정이 강화된 출발점이 정유라 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알려지기로는 박근혜 정권이 스포츠계 병폐를 없애겠다고 본격적으로 나선 시점은 2013년 5월로 되어 있다.

당시 열린 태권도 전국체전 서울시 선발전에서 편파판정으로 패한 고등학생의 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파문이 일자 박근혜 대통령이 유진룡 당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에게 체육계의 강력한 정화 운동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2013년 4월 경북 상주에서 열린 승마대회에서 정유라 씨가 우승하지 못하자 이례적으로 경찰서에서 해당 대회 심판들을 조사하는 등 압력을 가했고, 청와대에서는 문체부에 승마협회 감사까지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게다가 감사 결과가 청와대 심기를 거스르는 내용을 담자 박근혜 대통령이 유 전 장관에게 감사 책임자들을 경질하라고까지 지시했다는 것이다.

태권도 편파판정을 빌미로 체육계 비리 척결을 내걸었지만, 그 뒤에서는 오히려 정권 차원에서 승마협회를 장악해 특정 선수 밀어주기에 나섰다는 주장이 뒤늦게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2014년 1월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까지 개설해 체육계에 해묵은 비위를 없애겠다며 소매를 걷어붙였다.

또 2014년 7월에는 박태환의 발목을 잡을 뻔했던 국가대표 선발 규정도 강화하며 징계 기간이 끝난 선수에게도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나야 국가대표 자격을 부여하기로 했다.

하지만 급하게 만든 이 규정은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국내 법원,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등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모두 근거가 없다는 판결을 받아 처음부터 무리한 규정 강화였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결국, 박태환은 올림픽을 앞두고 법정 다툼에 힘을 뺀 탓인지 올림픽에서 전 종목 예선 탈락의 부진한 성적에 그쳤다.

박태환이 지난달 전국체전 자유형 200m에서는 올림픽 기준으로 은메달에 해당하는 좋은 기록을 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아쉬운 대목이다.

◇ 국가적 사업 ‘평창’에도 손 뻗친 최순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도 최순실 씨 눈에는 ‘먹잇감’ 정도에 불과했다는 증언도 속속 나오고 있다.

강원평화경제연구소는 지난달 31일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관련자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을 앞세워 문체부를 숙주 삼아 평창올림픽을 이용, 이권을 챙기려 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며 “평창올림픽 농단 관련 실체와 전모를 밝히고 책임자 모두를 엄중히 문책하라”고 주장했다.

이 연구소는 “평창올림픽 개·폐회식장 공사가 계획보다 늦어진 이유가 더블루K와 업무협약을 맺은 외국계 특정 회사에 맡기려고 했기 때문이고, 인사와 재정 사업 등 핵심 분야 곳곳에서 이들의 전횡이 진행됐다는 자료와 증언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최순실 씨 조카인 장시호 씨는 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만들어 국가 예산 7억 원 가까이 확보했고, 강릉 빙상장을 주 무대로 이권 사업을 펼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 재단에 돈 내느라 국내 스포츠계 곳간은 ‘텅텅’=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낸 대기업들이 정작 국내 스포츠계에 투자를 줄이는 행태도 결국은 최순실 씨의 악행이 체육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의 경우 최근 야구, 축구, 농구, 배구단을 제일기획으로 넘기며 구단 운영비도 상당액 삭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스포츠에 대한 투자 축소라는 것이 스포츠계 해석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제일기획은 “구단 운영비는 구단 운영 주체가 바뀌기 전과 후에 있어서 큰 차이가 없다”고 해명했다.

야구와 축구에서 삼성은 전력 핵심 선수를 붙잡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인해 이번 시즌 나란히 하위권으로 밀려났다.

또 삼성은 지난해 테니스, 럭비팀을 해체하며 스포츠계 투자를 최대한 줄였으나 정작 K스포츠재단에 79억원, 미르재단에 125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져 체육계를 허탈하게 만들었다.

테니스와 럭비는 두 팀을 합쳐도 1년 예산이 20억원이 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대기업들이 출연한 재단 기금은 최순실 씨가 개인적으로 빼돌리려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재단이 어려운 환경에 있는 체육 인재들을 발굴해서 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재단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말했지만, 체육계에서는 “어려운 환경에 있는 체육 인재가 정유라냐”는 자조 섞인 한숨만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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