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 힘에 밀렸지만… ‘탁구 DNA’ 빛낸 오준성

삼촌 힘에 밀렸지만… ‘탁구 DNA’ 빛낸 오준성

최병규 기자
입력 2018-12-20 23:12
업데이트 2018-12-21 03:11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제주 탁구종합선수권 진풍경

“해볼 만했는데, 아빠께 죄송하네요.”(오준성), “누가 봐도 안 되는 상대였다. 너무 실망 말아라.”(아버지 오상은)
이미지 확대
오준성이 20일 제주시 사라봉다목적체육관에서 열린 제72회 탁구종합선수권대회 남자단식에서 남북단일팀의 장우진을 상대로 강력한 스매싱을 날리고 있다.  월간 탁구 제공
오준성이 20일 제주시 사라봉다목적체육관에서 열린 제72회 탁구종합선수권대회 남자단식에서 남북단일팀의 장우진을 상대로 강력한 스매싱을 날리고 있다.
월간 탁구 제공
제72회 탁구종합선수권대회가 한창인 20일 제주시 사라봉다목적체육관. 16개 탁구 테이블 한쪽에는 진기한 풍경이 벌어졌다. 초등학생부터 실업팀 선수까지 이른바 ‘계급장 떼고 붙어 보는’ 대회 방식.

올망졸망한 초등학생 선수들이 형님인 삼촌뻘의 상급자들과 여기저기서 경기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남자 단식에 출전한 서울장충초등학교 오준성(13)이 최근 남북 단일팀 ‘진-심 남매’ 멤버인 장우진(23·미래에셋대우)을 상대로 안간힘을 다하고 있었다.

그런데 장우진 뒤 벤치에 앉아서 전술을 지휘하던 이는 오준성의 아버지 오상은 코치였다. 한 쪽은 자신의 아들이, 다른 한 쪽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미래에셋대우 소속팀 선수가 경기를 펼치고 있었던 것. 오상은은 아무런 말도 없이 팔짱만 끼고 둘의 경기를 지켜봤다. 오 코치는 “최근 한국 남자 제일로 꼽히는 장우진과의 싸움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고 짧은 관전평을 들려줬다.
이미지 확대
20일 제주시 사라봉다목적체육관에서 열린 제72회 탁구종합선수권대회 남자단식에서 0-3으로 완패한 아들 오준성을 장우진의 코치인 아버지 오상은(오른쪽)이 격려하고 있는 모습.  월간 탁구 제공
20일 제주시 사라봉다목적체육관에서 열린 제72회 탁구종합선수권대회 남자단식에서 0-3으로 완패한 아들 오준성을 장우진의 코치인 아버지 오상은(오른쪽)이 격려하고 있는 모습.
월간 탁구 제공
경기는 0-3(5-11 7-11 11-13) 완패. 누가 봐도 상대가 되지 않았다. 오 코치는 “기술 측면에선 그리 달리는 것 같지 않아 보였는데, 역시 체력과 파워는 아직 먼 것 같았다”고 패인을 분석했다. “혹시 경기 전 장우진에게 주문한 것, 아들 준성이에게 지시한 것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승부가 뻔한 경기인데 따로 얘기할 것이 있었겠느냐”고 잘라 말했다.

오 부자는 ‘탁구 DNA’를 나눠 가진 가족이다. 오상은 코치는 지난해 12월 현역에서 은퇴한 한국 탁구의 ‘레전드’다. 올림픽에 4차례, 세계선수권대회에 7차례 출전하며 한국 탁구에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남겼다. 2005년 상하이 세계선수권에서 단식 동메달을 차지했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단체전 동메달에 이어 런던올림픽에서 단체전 은메달을 합작했다. 국내 최고 권위의 종합선수권대회에서는 가장 많은 6개의 단식 우승컵을 수집했다.

청출어람을 꿈꾸는 오준성도 ‘탁구 신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곱 살에 처음 라켓을 잡았지만 탁구에 재능을 보이며 부천 오정초등 3학년 때부터 전국대회 우승을 휩쓸었다. 지난해 12월 종합선수권대회에서는 초등학교 5학년생으로 출전해 2회전에서 실업팀 선수를 꺾었다. 초등학생이 실업팀 선수를 꺾은 건 물론 3회전에 오른 것 모두 오준성이 처음이었다.

오준성은 지난 19일 권오진(중원고)을 물리치고 이날 3회전에 올라 또 다른 ‘반란’을 예고하기도 했지만 국내 최고의 에이스를 초반에 만난 불운을 이겨내지 못했다. 오준성은 21일 문성중학교 김서윤과 호흡을 맞춰 혼합복식 3회전에 나선다.

제주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2018-12-21 26면
많이 본 뉴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