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왕기춘, 결승서 상대부상 알고도 공략 안해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왕기춘, 결승서 상대부상 알고도 공략 안해

입력 2010-11-16 00:00
수정 2010-11-16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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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당당 銀

불운. 왕기춘이 다시 울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유도 73㎏급 결승에서 일본의 아키모토 히로유키에게 금메달을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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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기춘이 아키모토 히로유키(일본)와의 남자 유도 73kg 이하급 결승에서 패한 뒤 쪼그리고 앉아 안타까워하고 있다. 광저우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왕기춘이 아키모토 히로유키(일본)와의 남자 유도 73kg 이하급 결승에서 패한 뒤 쪼그리고 앉아 안타까워하고 있다.
광저우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아쉬운 한판이었다. 경기 내내 앞서다 종료 23초 전 한순간 뒤졌다. 애매한 심판 판정이 나왔다. 아키모토에겐 관대했고 왕기춘에겐 엄격했다. 경기가 끝난 뒤 왕기춘은 경례하라는 심판 주문을 거부했다. 허리에 손을 짚고 끝까지 앞을 바라봤다. 아키모토와 심판진이 모두 퇴장한 뒤에도 홀로 매트 위에 서 있었다. 좀체 분이 안 풀렸다.

결승까지 거침없었다. 8강과 4강에서 상대를 압도했다. 4강에선 북한 김철수를 누르기 한판으로 제압했다. 반면 결승전 상대 아키모토는 4강전에서 왼쪽 발목을 접질렸다. 눈에 보일 정도로 크게 절뚝거렸다. 여러모로 상황이 좋았다.

그러나 이기질 못했다. 경기 초반부터 상대를 압도했지만 결정적인 한방이 없었다. 아키모토는 다소 소극적인 자세로 방어에 주력했다. 지도를 줄 만한 상황이 한두 차례 포착됐지만 심판진은 미동하지 않았다. 왕기춘은 경기 내내 공격을 퍼붓고도 점수를 챙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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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정직했다. 왕기춘은 상대 다친 왼쪽 발목을 공략하지 않았다. 경기 직후 “부상 사실을 알았지만 그런 식으로 이기고 싶진 않았다.”고 했다. 정정당당하게 정면승부하고 싶었다는 말이다.

아키모토는 “왕기춘이 쉽게 경기를 할 수도 있었는데도 약점을 공략하지 않았다. 존경스럽다.”고 평가했다. 경기는 졌지만 왕기춘은 멋있게 싸웠다. 사실 그게 왕기춘다운 유도다. 그는 “내가 모자라서 진 거다. 열심히 해서 다음엔 잘하겠다.”고 짧게 덧붙였다.

광저우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2010-11-16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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