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비웅 기자의 광저우 아침] ‘제몫 찾기’ 나선 中노동자

[황비웅 기자의 광저우 아침] ‘제몫 찾기’ 나선 中노동자

입력 2010-11-24 00:00
수정 2010-11-24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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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저우 아시안게임 각 경기장에서는 하늘색 유니폼을 착용한 이들이 항상 눈에 띈다. 대회 조직위에서 고용한 청소 용역업체 직원들이다. 월급은 2000위안(약 34만원)으로 광둥성의 집값과 물가를 고려하면 저임금에 속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소위 ‘아줌마’들이 청소를 담당하지만, 여기에서는 남자 청소원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이들의 청소 구역은 좌측 복도 담당, 우측 복도 담당 등으로 세밀하게 나뉘어 있다. 고용 인원이 많기 때문이다.

중국의 넘쳐나는 노동인구에 대해 새삼 떠올리게 된 계기는 또 있다. 지난 19일 ‘피오나 공주’ 장미란이 금메달을 획득한 둥관시 역도경기장. 선수들이 중량을 올릴 때마다 조직위에서 고용한 노동자들이 투입됐다. 아무리 무거운 역기라지만 족히 10여명은 돼 보이는 이들이 한꺼번에 뛰어나와 교체 작업을 했다. 한명이 역기를 들면 나머지 2~3명이 보조하는 식이었다. 대한역도연맹에 문의한 결과 “보통 경기장에서는 한번 역기를 갈 때마다 4명 정도가 투입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런 모습은 경기장마다 흔하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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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생산 가능 인구는 어림잡아 8억여명. 경기장에서 만난 한 조선족은 “중국은 노동 인구가 넘쳐나서 싼값에 여러 명을 고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저임금 노동자들이 많은 이유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점점 보기가 어려워질 것 같다. 이들이 최근 ‘권익 찾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근로자들이 더 이상 저임금 등의 혹독한 근로 조건을 견디지 못하고 항의하고 나섰다.

최근 타이완계 중국 현지 기업 폭스콘에서 14명의 노동자가 자살하면서 도화선이 됐다. 일본 혼다의 현지 기업은 한동안 파업으로 몸살을 앓았다. 31개 지방 정부들은 근로자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기업들에 임금을 인상하라고 강하게 압박했다. 그 결과 상반기 중국의 평균 임금은 24%나 올랐다. 파장은 엉뚱한 곳으로 퍼졌다. 지난달 26일 미국의 다우존스사가 발행하는 경제지 ‘스마트머니’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에 ‘중국 노동자’를 선정했다. 저임금이 고임금 구조로 바뀌면서 미국과 유럽 등지의 중국산 제품 가격이 상승했다는 게 선정 이유다. ‘메이드 인 차이나’가 저임금 착취 구조에서 만들어진다는 인식도 바뀌고 있는 셈이다.

stylist@seoul.co.kr
2010-11-2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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