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에 영감을’ 주는 아름다운 꼴찌들

‘세대에 영감을’ 주는 아름다운 꼴찌들

입력 2012-08-06 00:00
업데이트 2012-08-06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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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올림픽 개막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올림픽파크 내 아쿠아틱스센터.

 남자 개인혼영 400m 예선에 출전한 아흐메드 아타리(카타르)는 5분21초30이라는 기록으로 조 최하위에 머물렀다.같은 조 1위였던 선수와도 1분 차이가 났고 마이클 펠프스(미국)가 갖고 있는 이 종목 세계 기록 4분03초84와는 비교조차 어렵다.

 그러나 이날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최하위지만 끝까지 결승점을 향해 열심히 헤엄치는 아타리에게 큰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이번 런던올림픽이 내건 슬로건은 ‘세대에게 영감을(Inspire a Generation)’이다.비록 경기력은 형편없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도전 정신으로 세대에 영감을 주는 꼴찌들이 더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 15세 나이로 출전했다가 부정 출발로 실격당한 아픔을 딛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박태환(23·SK텔레콤)처럼 올해 18세인 아타리에게도 이번 대회의 경험은 소중하게 간직될 터다.

 조정 남자 싱글 스컬에는 하마두 지보 이사카(니제르)가 출전해 2천m 레이스를 8분39초66에 완주했다.1위 선수보다 역시 1분39초가 늦은 꼴찌였지만 불과 3개월 전부터 조정을 배우기 시작한 솜씨치고는 훌륭했다.

 수영 선수였던 그는 니제르 수영연맹의 도움으로 이집트에서 2주간 조정을 배웠고 이후 튀니지 국제조정센터에서 두 달간 기량을 연마한 뒤 이번 대회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와일드카드를 받아 나왔다.

 이사카는 “올림픽에 출전한 나를 보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조정을 배우려는 사람이 많다”며 니제르의 젊은 세대에게 새로운 영감을 줬음을 알렸다.

 육상 여자 400m에 나온 잠잠 모하메드 파라(소말리아)는 1분20초48의 기록으로 조 7위에 그쳐 예선 탈락했다.조 6위 선수의 기록이 53초66이었으니 파라의 수준을 짐작할 만하다.

 그러나 파라는 경기가 끝난 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소말리아 국기를 들고 다른 200여 개 나라와 함께 올림픽에 출전했다는 것이다.그 자체가 성공”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무정부 상태가 지속하고 있는 어려운 여건을 딛고 올림픽 무대에 우뚝 선 것만 해도 파라와 소말리아 국민에게는 큰 의미가 아닐 수 없다.

 이번 대회 최고령 선수인 일본 승마 국가대표 히로시 호케쓰(71)는 나이 많은 세대에게 영감을 줬다.

 승마 마장마술에서 출전 선수 50명 가운데 40위에 그쳤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출전 계획을 묻자 그는 “나는 괜찮지만 내 말이 너무 늙어서 안 될 것이다.그만한 말을 찾기는 매우 어렵다”고 답했다.

 이번 대회에서 세대에게 영감을 준 선수 가운데 아랍권 여성 선수들을 빼놓을 수 없다.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여성 올림픽 선수가 된 유도 78㎏ 이상급 워잔 샤히르카니는 1회전에서 1분22초만에 한판패를 당했고 카타르의 육상 100m 선수 누르 후사인 알 말키는 출발 후 15m 정도 뛰다가 부상으로 기권했지만 이들이 이번 대회를 통해 남긴 발자취는 다음 세대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영국 남자 핸드볼 팀은 이번 대회에서 치른 4경기에서 모두 10골 차 이상 완패를 당했다.

 영국 대표팀의 키어런 윌리엄스는 “아마 영국 사람들은 핸드볼이라는 것에 대해 들어보지도 못했을 것”이라면서도 “라커룸으로 들어갈 때마다 ‘세대에게 영감을’이라는 글귀를 보면서 내가 미래의 영국 핸드볼 선수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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