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머런 英 총리에 ‘유도 해설’도
’현대판 차르’로 불리는 러시아의 강력한 통치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하룻밤만큼은 열혈 유도팬으로 돌아왔다.푸틴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유도 경기장을 찾아 자국 선수를 열렬히 응원했다고 AP통신이 3일 보도했다.
’표면상’ 외교 목적으로 영국을 방문한 푸틴 대통령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의 회담을 45분여만에 마치고 곧장 경기장으로 달려갔다.
이날 남자 100㎏급에 자국 선수인 타기르 하이불라예프가 출전하기 때문이었다.
경기를 지켜보면서 종종 주먹을 꽉 쥐거나 긴장을 이기지 못해 뒤로 기대는 모습은 평범한 스포츠팬과 다를 바 없었다.
두번째줄 귀빈석에서 캐머런 총리와 어깨를 맞대고 환담을 나누던 푸틴 대통령은 하이불라예프와 드미트리 페터스(독일)의 준결승이 시작되자 입을 꽉 다물고 관전에 몰두했다.
러시아에서 태어나 독일로 귀화한 페터스를 상대로 하이불라예프가 연장전까지 무득점으로 고전하다 겨우 판정승을 거두자 비로소 푸틴 대통령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유도 유단자로 ‘유도 : 역사, 이론, 실습’이라는 서적을 직접 쓴 전문가답게 문외한인 캐머런 총리에게 경기 내용을 상세히 해설해주는 등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하이불라예프가 결승에서도 승리해 금메달을 거머쥐자 푸틴 대통령은 자리에서 펄쩍 뛰어올라 양팔을 공중에 휘젓는 등 짜릿한 감격을 맛봤다.
그는 경기장으로 내려가 하이불라예프를 힘차게 안고 “잘했다.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라며 승리를 축하했다.
반면 함께 관전한 캐머런 총리로서는 여자 78㎏급에 출전한 젬마 기본스(영국)가 결승에서 져 은메달에 머무는 바람에 유도장에서만큼은 푸틴 대통령에 ‘판정패’를 면치 못했다.
어린 시절 키가 작다는 콤플렉스를 극복하려고 유도를 시작한 푸틴 대통령은 18세 때 검은 띠를 따고 고향인 레닌그라드 유도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유도에 심취한 대표적인 정치가다.
세계 80여개국 정상이 운집한 올림픽 개막식에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를 대신 보내고 자신은 유도 결승에 맞춰 런던을 방문한 것도 그만큼 유도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