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의 일상, 선수의 품격

선행의 일상, 선수의 품격

류재민 기자
류재민, 강국진 기자
입력 2019-11-26 22:20
업데이트 2019-11-27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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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P 시상식 대신 요르단 봉사 떠난 린드블럼… 잠비아 봉사로 신혼여행 대신했던 커쇼

선진국 스타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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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쉬 린드블럼(왼쪽)은 2011년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만들고 꾸준히 자선활동을 펼쳐 왔다. 클레이턴 커쇼는 신혼여행지였던 잠비아에서 해마다 시즌 종료 후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조쉬 린드블럼 파운데이션·커쇼 챌린지 재단 페이스북 캡처·서울신문 DB
조쉬 린드블럼(왼쪽)은 2011년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만들고 꾸준히 자선활동을 펼쳐 왔다. 클레이턴 커쇼는 신혼여행지였던 잠비아에서 해마다 시즌 종료 후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조쉬 린드블럼 파운데이션·커쇼 챌린지 재단 페이스북 캡처·서울신문 DB
2019 한국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조쉬 린드블럼(32·두산 베어스)이 지난 2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화려한 시상식에 참석하는 대신 요르단으로 봉사활동을 떠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선진국 출신 프로 선수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 38년 역사상 국내외를 막론하고 봉사활동을 가느라 시상식에 불참한 건 린드블럼이 처음이다. 다른 선수들이 멋진 양복을 차려입고 한창 눈부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도중 시상식장 영상 화면에 모습을 드러낸 린드블럼은 허름한 평상복 차림이었다. 그는 “딸의 심장 수술을 집도한 의료진과 현재 요르단에서 난민 어린이들을 치료해 주러 왔다”고 했다. 우리에겐 ‘충격적’일 수도 있는 장면이지만 선진국 프로 선수들에게 봉사활동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선수들을 대상으로 해마다 ‘로베르토 클레멘테상’이라는 것을 줄 정도로 고액 연봉을 받는 프로 선수들이 사회의 귀감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클레이턴 커쇼(LA 다저스), 야디에르 몰리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등 이름값이 높은 선수들도 비시즌 때 봉사활동으로 클레멘테상을 수상했다. 커쇼는 아예 신혼여행을 아프리카 잠비아 봉사활동으로 대체했을 정도다.

올해 클레멘테상을 수상한 카를로스 카라스코(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수년 전부터 아내 캘리와 함께 노숙자들에게 점심 식사를 제공해 왔다. 뿐만 아니라 카라스코는 인도나 아프리카 중에서도 생활환경이 열악한 곳으로 날아가 아이들에게 신발, 셔츠, 배낭 등을 나누어 주며 학업을 이어 가도록 도움을 줄 정도로 봉사에 적극적이다.

반면 한국 프로 선수들은 아직까지 봉사활동에 인색한 경향이 있다. 고액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병역특례 같은 이기적 사안에만 관심이 있고 사회에 나눔을 실천하는 데는 무관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구단들이 비시즌 기간 동안 소외된 이웃을 찾아 연탄 나누기 등 봉사활동을 펼치지만 그나마도 생색내기용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한 체육계 인사는 26일 “이제 우리 프로 선수들도 상당수가 천문학적인 수입을 올리는 재벌급 상류층이나 다름없는데도 아직도 의식 수준은 10년 전, 20년 전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며 “자신의 기록이나 연봉 협상도 중요하지만 공인으로서 사회에 귀감이 돼야 한다는 사명의식을 갖출 때가 됐다”고 말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2019-11-2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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