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하라, 형님표 ‘닥공’
길고 긴 겨울방학을 끝낸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1부 리그)이 오는 7일 개막전으로 2015시즌을 시작한다. 11월 29일까지 펼쳐지는 장장 9개월 동안의 대장정이다. 디펜딩 챔피언 전북을 비롯해 수원, FC서울, 포항, 제주, 울산, 전남, 부산, 성남FC, 인천에 이어 클래식의 새 식구가 된 대전 시티즌과 광주FC 등 모두 12개 팀이 우승컵을 놓고 격돌한다. 올해 화두 역시 ‘생존 경쟁’이다. K리그 클래식은 지난해와 같이 팀당 33경기를 치른 뒤 ‘스플릿 시스템’에 따라 상위 6개 팀(1∼6위)과 하위 6개 팀(7∼12위)으로 나뉜다. 이후 팀당 5경기씩 더 치러 각각 우승팀과 챌린지(2부 리그) 강등팀을 가린다. 상위 6개 팀에서는 우승컵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이, 하위 6개 팀에서는 강등 커트라인인 10위 안에 들기 위한 사투가 올해도 벌어진다. 2015시즌에는 누가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또 누가 참담한 강등의 쓴잔을 들게 될까. 지난겨울 혹한 속에서 절차탁마의 고행을 막 끝낸 12개 팀의 전력과 올해 전망, 사령탑들의 면면을 모두 4회에 걸쳐 짚어본다.평균 연령은 46.5세. 2011년 K리그 사령탑의 평균 나이가 49.7세였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3.2세나 젊어졌다. K리그 클래식 감독 12명 가운데 50대 사령탑은 ‘왕고참’ 최강희(56) 전북 감독을 비롯해 김학범(55·성남), 윤성효(53·부산) 감독 등 단 3명뿐이다.
이들 40대 사령탑은 대부분 비슷한 시기에 현역 생활을 한 터라 서로 숨길 게 없는 사이다. 45세 동갑내기는 서정원 수원 감독을 비롯해 조성환(제주), 노상래(전남), 김도훈(인천) 감독 등 4명이나 된다. 최용수(서울), 윤정환(울산), 조진호(대전) 감독은 나란히 42세 동갑내기로 국가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은 동기다.
특히 남기일(광주), 윤정환, 조성환 감독은 유별나게 끈끈한 ‘팀연’으로 묶인 사이다. 바로 1990년대 부천FC(제주 유나이티드의 전신)에서 함께 그라운드를 누빈 이들이다. 1990년 중·후반 K리그에 정교한 ‘패싱축구’를 도입한 발레리 네폼냐시(러시아) 감독의 메신저들이기도 하다.
각각 7시즌 161경기에서 21골-21도움, 5시즌 108경기에서 15골-28도움, 7시즌 199경기에서 4골-17도움을 남겼다. 네폼냐시 체제와 함께하지 못했지만 2000년 한 시즌 동안 뛰면서 6골-3도움의 좋은 기록을 남긴 조진호 감독도 ‘범부천파 지도자’로 분류될 수 있다.
끈끈한 인연도 있지만 애증의 관계도 있다. 황선홍(포항), 최용수, 서정원 감독은 현역 시절 한국 축구의 최고 공격수들이었다. 자연스럽게 이들 3명의 맞대결은 K리그 최고의 볼거리였다.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놓고 벌인 K리그 클래식 38라운드 최종전에서 최 감독의 서울이 제주를 격파하면서 3위였던 황 감독의 포항을 4위로 끌어내리고 플레이오프 티켓을 따낸 장면은 ‘라이벌 싸움’의 최고봉으로 꼽힌다. 둘은 K리그에서 5승4무5패로 팽팽한 호각세다.
또 최 감독과 서 감독은 서울-수원 간 이른바 ‘슈퍼매치’로 피할 수 없는 라이벌 관계를 유지했다. 두 팀의 극성스러운 서포터스의 ‘끝장 승부’ 요구에 시달리며 늘 승리에 대한 부담감에 짓눌려야만 했다.
K리그 역대 기록에서는 최 감독이 서 감독과 8차례 맞붙어 5승1무2패로 앞서 있다. 서 감독이 이번 시즌 최 감독에게 설욕을 벼르고 있는 이유다. 서 감독은 또 황 감독에게도 3승1무4패로 밀리고 있는 터라 올 시즌을 앞둔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2015-03-03 2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