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금융을 살리자] ② 상담역의 하루 통해 본 대출과정

[미소금융을 살리자] ② 상담역의 하루 통해 본 대출과정

입력 2010-02-12 00:00
업데이트 2010-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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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자격보다 상담자 자활의지 가장 눈여겨 봐”

미소금융 사업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바로 상담역이다. 주로 퇴직한 지점장 출신인 상담역들은 전문성을 살려 대출 상담을 해 주는 것은 물론, 서민들이 들려 주는 인생 얘기에 함께 울고 함께 웃는 멘토가 되기도 한다. 신한미소금융재단에서 상담역으로 일하고 있는 오경환(55) 팀장의 하루를 동행취재했다. 그는 “마음만은 모든 고객에게 대출을 해 주고 싶다.”면서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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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10시 신한은행 지점장 출신으로 신한미소금융재단 인천 부평지점에서 상담역으로 일하는 오경환 팀장이 한 대출 상담자의 애로사항을 듣고 있다.
10일 오전 10시 신한은행 지점장 출신으로 신한미소금융재단 인천 부평지점에서 상담역으로 일하는 오경환 팀장이 한 대출 상담자의 애로사항을 듣고 있다.
AM 7:30 오 팀장은 서울 당산동에 있는 집에서 나와 지하철을 타고 인천 부평에 있는 신한미소금융재단으로 출근한다. 1시간 정도 걸린다.

오 팀장은 1982년 입행해 27년간 일하다 지난해 6월 지점장을 끝으로 퇴직했다. 지점장 시절 그리 많이 이용하지 않았던 지하철을 요즘은 매일 탄다. 지하철 1호선 노선도는 쫙 꿰고 있다.

AM 8:30 사무실에 도착한 오 팀장. 동료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업무 준비를 한다. 나머지 상담역 5명도 오 팀장과 같이 신한은행 출신으로 대부분 여신감리부에서 일했다. 대출 상담이라면 전문가 중에 전문가다. 이들 중 최원황(55) 팀장은 기존 마이크로크레딧 단체인 ‘신나는조합’에서 봉사활동을 한 경력도 있다. 지점장 시절 월급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돈을 받지만 이들은 오히려 일이 더 신난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대출이 잘 돼서 환하게 웃으면서 돌아가는 고객들을 보면 저도 얼마나 뿌듯한지 모릅니다.”라고 오 팀장은 말한다. 신한미소금융재단은 다른 재단보다 많은 6명의 상담역이 일하고 있다. 윤종순 사무국장은 “향후 추가 지점을 낼 것에 대비해 상담역들의 교육 차원에서 많은 인력을 두고 있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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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17일 신한은행 부평금융센터에서 열린 신한미소금융재단 출범식에 나응찬(오른쪽 세번째) 신한지주 회장, 신상훈(오른쪽 두번째) 사장, 이백순(오른쪽) 신한은행장 등이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제공
지난해 12월17일 신한은행 부평금융센터에서 열린 신한미소금융재단 출범식에 나응찬(오른쪽 세번째) 신한지주 회장, 신상훈(오른쪽 두번째) 사장, 이백순(오른쪽) 신한은행장 등이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제공
AM 9:00 영업 시작이다. 상담역들은 재단을 방문한 고객들이 대출 신청서를 쓰는 것을 도와주고 신용등급 조회를 한 뒤 1차적으로 대출에 적합한지 여부를 본다. 초기만 해도 하루에 200명가량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지만 요즘은 방문자가 다소 줄었다. 하루에 방문은 40명, 전화는 100통가량이다. 지난해 12월17일 개소 이후 총 31호 대출자(1억 8100만원)를 배출했다.

재단을 찾는 고객의 절반 이상은 대출 자격에 해당하지 않는다. 신용등급이 너무 좋거나 빚이 너무 많은 사람들이다. 이날 오 팀장을 찾아온 40대 여성 역시 대출 상담을 받다가 무겁게 발길을 돌려야 했다. 신용등급을 조회했더니 4등급이 나왔다. 7등급 이하여야 한다는 기준에 걸렸다. 카드 5개를 발급받았는데 소액이지만 꼬박꼬박 갚았기 때문에 신용등급이 생각보다 좋게 나왔다. 이중 3장은 이 여성도 발급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는 카드. 주위 부탁으로 만들었다가 바로 해지했다.

“제게 상담받는 고객의 15%가량은 신용등급 등 일부 조건만 완화되면 대출이 가능한 분들입니다. 6등급 이상인 분들은 여기서나 은행에서나 대출이 안 돼 다른 금융기관을 소개시켜드리죠. 그런 분들이 그냥 돌아가시는 것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AM 3:00 점심을 먹고 상담을 하던 오 팀장이 서류가방과 우산을 챙겨 들고 자리를 뜬다. 얼마 전 대출자격 심사를 했던 고객의 2차 적격성 심사를 위해 현장을 방문해야 한다. 이렇게 현장으로 나가는 게 한 달 평균 8~9차례에 이른다. 가랑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궂은 날씨에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좀 있다 만날 고객에 대해 얘기를 해 준다.

“이분은 대기업을 나와 부동산 중개업을 하시다 노인 요양원을 운영하고 싶어서 지난해 12월22일 우리 재단에 오셨어요. 이달 7일 소상공인진흥원을 통해 창업 컨설팅과 교육을 마쳤는데 오늘 심사 결과를 바탕으로 내일 대출 여부를 판단할 계획입니다.”

오 팀장이 대출 심사를 할 때 가장 눈여겨보는 대목은 자활 의지다. “대출 조건도 맞아야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어려움을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는 게 지론이다.

사실 오 팀장은 이날 다른 약속이 있었다. 그가 6번째로 대출해 준 남성(48)이 신한미소금융재단을 통해 빌린 돈 500만원으로 노점상 생활 17년을 청산하고 어엿한 가게 사장이 되는 날이었다. “개업식에 오라고 해서 기쁜 마음에 가려고 했는데 마침 일과 겹쳤다. 전화로만 축하 인사를 건넸다.”고 말했다.

지하철을 타고 30분가량 걸려 도착한 곳은 동인천역 근처의 작은 건물. ‘굿모닝재가센터’라는 작은 간판이 걸려 있다. 2층에 들어가서 오 팀장은 친숙하게 사장 오찬교씨와 인사를 나눈다. “그동안 별 일은 없었어요?”라며 그간의 어려운 점을 묻는 것이 마치 큰형님 같다.

오 팀장은 오씨의 임차계약서와 사업자등록증 등을 꼼꼼히 확인했다. 다음날 있을 최종 대출 심사를 위한 것이다. 오찬교씨는 “노령화가 진행되면서 실버산업이 뜰 것 같아 시작했지만 막상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몰랐다.”면서 “신한미소재단을 통해 대출뿐 아니라 창업 컨설팅까지 받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내일 잘 됐으면 좋겠네요. 안녕히 계십시오.” 시계는 오후 5시를 향하고 있지만 재단에 들어가서 오씨를 위한 서류를 만들어야 한다.

“은행원 출신이라는 전문성도 살리고 서민들도 도와줄 수 있으니 일석이조이죠. 무엇보다도 어려운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고, 그 일에 제가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기쁩니다.”

글 사진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2010-02-1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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