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응찬 전 회장, ‘차명계좌’ 왜 필요했나

라응찬 전 회장, ‘차명계좌’ 왜 필요했나

입력 2010-11-18 00:00
업데이트 2010-11-1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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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위원회의 결정으로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차명계좌를 운용하는 등 금융실명법을 위반했다는 혐의가 ‘명백한 사실’로 굳어지면서 새로운 의혹이 꼬리를 물고 제기되고 있다.

 라 전 회장이 왜 차명계좌로 자금을 관리해왔으며 주요 자금의 용처가 무엇인지 등이 아직까지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금융당국도 이에 대해선 입을 꽉 다물고 있어 궁금증만 키우고 있다.

 금융권과 정치권에서는 라 전 회장이 신한은행 설립 시절부터 차명계좌를 운용해오면서 주주들의 자금관리에서부터 비자금 조성 등의 다양한 용도로 활용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 라 전 회장 차명계좌…신한은행 설립 때부터

18일 금융당국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지난 1999년 5월부터 2007년 3월까지 신한은행이 재일교포 4명 명의의 계좌를 통해 위반한 금융거래 실명확인 의무 위반 행위는 모두 197건이었고 금액규모로 204억5천200만원에 달한다.

 라 전 회장은 지난 1998년 8월부터 2007년 3월까지 실명거래 확인에 필요한 증표나 자료 없이 개인자금을 대리인이 관리토록 했다.이는 신한은행이 라 전 회장의 자금을 장기적으로 차명예금으로 운용하는 데 적극 개입한 것이라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금융권에서는 라 전 회장이 차명계좌를 통해 자금을 관리해온 것은 과거 신한은행 설립 과정에서부터 출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은행은 1982년 일본 오사카지역 민단계 재일동포 670여명이 자본금 50억엔(당시 250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은행이다.그러나 외환관리법상 외환거래가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에 당시 재일동포들이 가져온 엔화는 비정상적인 경로로 국내로 반입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또 설립 이후 배당을 일본으로 반출하기도 어려운 시절이었기 때문에 돈을 관리할 특별한 묘책이 필요했다.즉 재일동포 주주들의 자산관리를 위해 차명계좌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라 전 회장의 차명계좌가 1천여 개에 이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민주당 신 건 의원은 지난 달 국정감사에서 “라 전 회장이 관리한 차명계좌의 출발점은 설립 당시 재일동포 투자자부터 시작됐다”며 “금융실명제가 실시된 뒤 일부 계좌가 실명 계좌로 전환된 점을 감안하더라도 현재까지 1천여 개의 차명계좌가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또 “라 전 회장이 1991년 은행장이 되면서 비서실과 본점 영업부를 통해 계좌를 직접 관리해왔으며 현재 관리주체가 본점 영업부로 통합된 상태”라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신한금융 측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부인했지만 적어도 차명계좌가 수백 개에 이를 것이라는 의혹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 차명계좌로 비자금 조성 의혹도

또 차명계좌에서 관리되는 일부 자금은 비자금으로 조성됐을 것이라는 의혹도 나온다.실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5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도 재일교포 명의의 4개 계좌를 통해서 이뤄졌다.더구나 라 전 회장이 20년 넘는 장기간 최고경영자(CEO)의 지위를 유지해오는 데 차명계좌가 중요한 역할을 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신 의원은 “극히 일부분이 50억원이라면 전체적으로 수백억 원을 능가하는 비자금이 숨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금감원이나 검찰이 확인하지 않는 한 라 전 회장이 개인 자금을 왜 차명계좌로 관리했는지,그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등에 대해서는 회사 내 누구도 알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신한금융의 차명계좌와 관련,이백순 신한은행장은 2007년 대선 직후 직원을 시켜 3억 원을 찾아 남대문시장 상인을 통해 현금화한 뒤 당시 정치권에 전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검찰의 계좌 추적 결과 3억 원은 재일동포 명의로 운용 중인 차명계좌에 보관됐던 돈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금융감독당국으로서는 검사에 한계가 있는데다 20~30년 간 유지돼온 차명계좌와 일본 주주들을 일일이 다 조사할 수도 없을 것”이며 “실제 조사가 깊게 들어갈수록 불편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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