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인턴 정규직 전환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

은행권 인턴 정규직 전환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

입력 2011-04-05 00:00
업데이트 2011-04-05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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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취업이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렵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예비 취업생들은 우선 인턴사원으로 은행권 취업문을 두드리고 나서 정규직 전환을 노리고 있지만, 앞으로는 이 또한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청년실업 해소에 동참한다는 취지 아래 인턴사원 채용을 적극적으로 늘렸지만 인턴의 정규직 전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는 상당수 은행이 인턴 채용 규모를 줄이거나, 채용 계획조차 잡지 못하고 있어서 은행권 인턴사원을 노리는 예비 취업자들에게 은행권 채용문은 더욱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정은 국책은행들도 마찬가지다.

◇은행권, 인턴 채용 줄이기 확산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부터 청년실업 해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인턴사원 채용에 나섰으나 지난해를 기점으로 인턴 채용 규모를 줄여가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2천명의 인턴사원을 채용했지만 이들 가운데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례는 거의 없었다. 신입행원 채용이 100여명에 그친데다 3천200여명의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할 정도로 사정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겨울방학을 이용해 인턴을 대규모로 채용했지만 이는 취업이 아닌 금융 교육과 취업경쟁력을 돕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인턴의 정규직 전환과 별도로 오는 7월 150명의 무기 계약직 사무행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신한은행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인턴사원을 채용하지 않는다.

다만 신한은행은 올해 비정규직 텔러 직원 200명을 채용하고 나서 교육과 실무 업무 평가 과정을 거친 후 이들 가운데 일부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비정규직 84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으며 올해도 예년 수준인 70명 내외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2009년 506명을 인턴으로 뽑았으나 지난해에는 23명으로 크게 채용규모를 줄였다. 정규직 전환 인원도 2009년 53명에서 지난해에는 2명에 그쳤다.

하나은행은 올해도 지난해 수준의 인턴 채용을 계획하고 있다.

반면 시중은행 가운데 인턴의 정규직 전환에 가장 공을 들이는 곳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정규직 300명을 채용하면서 이 가운데 60명을 인턴 중에서 뽑았다. 인턴의 정규직 전환 비율이 20%에 달했다.

우리은행은 올해 하반기 정규직 채용인원의 30% 내외를 청년 인턴 중에서 채용할 계획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청년 인턴 프로그램을 거친 행원은 금융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우수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며 “은행 입장에서도 검증된 예비취업자를 선제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국책은행도 정규직 전환 소극적

산업은행은 지난해 3차례에 걸쳐 모두 224명을 인턴사원으로 채용했다.

산은은 올해 3월 79명의 인턴을 선발한 데 이어 두 차례에 걸쳐 추가로 200여 명의 인턴을 채용할 예정이다. 산은은 그러나 지난해 인턴사원 가운데 3명만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산은 관계자는 “올해부터 정부가 인턴 가운데 20% 정도를 정규직으로 채용토록 지도하고 있다”며 “따라서 올해는 인턴의 정규직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은은 지난해 장애인을 포함해 102명의 인턴을 채용했고, 이 가운데 4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지난해 수은의 신입행원 채용 규모가 28명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턴의 정규직 전환비율은 14.3%이다.

수은은 올해도 모두 90명의 인턴 채용을 계획하고 있다.

수은 관계자는 “인턴 채용은 다양한 전공과 경력을 가진 인재를 은행이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앞으로도 인턴의 정규직 전환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국책은행 가운데 인턴의 정규직 전환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400명의 정규직을 선발하면서 71명을 인턴경험자로 채웠다. 인턴의 정규직 전환비율은 18% 수준이다.

기업은행은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200명씩 모두 400명을 인턴으로 채용하고, 신입행원 공채 시 최종합격인원의 20%를 청년 인턴 출신 중에서 선발키로 했다.

또 우수인턴(수료자의 50%)에 대해서는 신입행원 공채 시 서류전형도 면제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인턴의 정규직 채용 전환은 은행 실무를 경험하는 등 다양한 측면에서 검증된 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정부 권고도 있지만, 은행입장에서도 인턴의 정규직 채용은 실보다 득이 많다”고 말했다.

국책은행은 아니지만 예금보험공사도 작년 30명의 인턴을 뽑았지만 정규직으로 전환된 예는 없었다. 예보는 올해에는 지방학교 출신 9명과 장애인 1명을 포함해 인턴 2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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