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퇴출’ 소식에 고객 불안 확산

‘주말 퇴출’ 소식에 고객 불안 확산

입력 2012-05-03 00:00
업데이트 2012-05-0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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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답해 죽겠어요. 만기가 2개월도 안 남았는데 그냥 빼자니 아깝고 두자니 불안하고. 계속 고민만 하고 있어요.”

3일 한 대형 저축은행 영업점에서 만난 주영숙(가명 여)씨는 창구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금융감독원의 영업정지 저축은행 발표가 임박했다는 소식에 급히 달려오긴 했지만, 10개월동안 넣어온 7.0% 금리의 예금을 해지하기가 아쉬웠던 것이다.

해지할 경우 그가 받을 수 있는 금리는 1%대 후반. 답답한 마음에 창구 직원에게 정말 영업정지되는 것인지 물어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우리도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제가 거래하고 있는 저축은행이 확실히 영업정지 저축은행 명단에 오른다면 확 빼겠지만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라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하소연했다.

오전 10시. 이른 시간이었지만 서울의 다른 대형 저축은행 창구는 순서를 기다리는 10여명의 대기자들로 붐볐다. 금감원의 퇴출 저축은행 명단 발표를 앞두고 고객들은 불안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법인 재무컨설팅 일을 하고 있다는 문모(62)씨는 뒤돌아보지 않고 돈을 뺐다. 4.2%나 되는 금리를 손해 봤지만 망설이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5000만원 이상 예금자가 아니지만 급한 자금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 만기 전에 해지를 했다”며 “애초 5.7%의 금리를 적용하기로 했지만 중도해지로 인해 1.5% 밖에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게 차라리 마음이 편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저축은행과 2년간 거래한 김모씨(여 63)는 “영업정지 될 경우 5000만원 이상의 예금액은 보호받지 못한다고 하기에 서둘러 빼러 왔다”며 “영업정지가 되면 바로 예금액을 지급받지 못한다고 해서 아예 모두 다른 은행으로 돌릴까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은퇴한 뒤 노후 계획을 세우고 있는 박모(60)씨는 금감원의 발표가 임박했다는 소식을 듣고 저축은행 분위기를 살피기 위해 창구에 들렀다. 그는 적기시정조치 유예를 받은 저축은행들이 나름대로의 자구책을 마련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박씨는 “금융당국에서 부실 저축은행을 지켜보고 있는만큼 각 은행들이 건물 매각 등으로 나름대로 준비를 했을 것으로 본다”며 “그래도 불안한 사람들, 특히 5000만원 이상 예금한 사람들이면 빼는 게 상책”이라고 언급했다.

저축은행의 영업정지를 우려한 고객들로 이 저축은행은 매일 1억원 넘는 수신이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달 금리를 0.2%포인트 올렸지만 추세를 돌려놓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모 지점장은 “4월 중순부터 예금금리를 4.5%에서 4.7%로 올렸지만 매일 수억원이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영업정지 시 가장 마지막에 보상을 받는 후순위채권자들. 이 지점장은 하루에도 몇번씩 항의전화를 받고 있다.

그는 “다음달 만기가 돌아오는 후순위채권이 있어서 그런지 오늘 오전에만 2통의 항의전화를 받았다”며 “주가가 하락하고 여론이 안 좋게 흘러가다보니 아예 영업정지를 기정 사실화한 뒤 극도로 날카로운 상태에서 후순위채권자들이 전화를 해온다”고 전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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