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0~2세 전면 무상보육 왜 포기했나

정부, 0~2세 전면 무상보육 왜 포기했나

입력 2012-09-24 00:00
업데이트 2012-09-2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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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 속출..”시설로, 시설로 행렬 줄이어”7천여억원 추가 재정 소요도 부담

정부의 ‘만0~2세 전면 무상보육’ 포기가 사실상 예고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막대한 재정 부담과 불필요한 시설보육 수요 증가 등의 부작용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한계’ 수준에 이르렀다는 게 정부와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소득 관계없는 양육보조금 지급에 7천억원 더 필요 = 2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번 보육지원체계 개편안을 바탕으로 내년에 만 0~2세의 양육과 보육을 지원하는데 필요한 재원은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4조7천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올해 4조6천억원보다 1천억원 정도 늘어난 규모다.

양육보조금 지급 대상이 기존 차상위계층(소득하위 약 15%)에서 소득하위 70%가구로 크게 확대된 것을 감안하면 증가폭이 그다지 크지 않은 셈인데, 이는 보육료의 실수요를 따져 종일반과 반(半)일반으로 나눠 차등 지원함에 따라 양육보조금 증가분이 상쇄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비만 따지면 내년 양육보조금 예산은 6천271억원으로 올해1천26억원보다 5천245억원이나 폭증했지만, 영유아 보육료 지원액은 2조3천913억원에서 2조1천623억원에서 2천290억원 줄었다.

만약 정부가 내년 보육 지원 체계에서 ‘소득에 관계없는 전면 무상보육’ 원칙을 고수했다면 소득 상위 30% 가구의 0~2세에 지급할 6천419억원(국비+지방비)의 양육보조금 재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여기에다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3~5세 가정에 10만원씩 지급하는 양육보조금 역시 모든 소득 계층으로 확대하려면 766억원이 더 필요하다.

결국 100% 무상 보육을 실현하려면 내년 예산이 7천185억원 정도 더 늘어나야 하는데, 이는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올해 모든 가정에 0~2세 보육료를 지원하고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차상위 계층에만 양육수당을 주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재원 부족을 이유로 하반기 들어 속속 ‘포기’를 선언한 바 있다.

이달 초 중앙정부가 지방 보육료 부족분 6천639억원 가운데 66%에 이르는 4천351억원을 대신 부담하기로 지자체와 약속하면서 가까스로 고비를 넘긴 상황이다.

◇0~2세 ‘가정 양육’ 원칙 반영 = 또 소득과 실제 수요와 관계없이 보육시설에만 보내면 100% 정부가 보육비를 지원하는 현 제도는 “0~2세 아이에게 시설보육 보다는 가정양육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견해와 충돌할 뿐 아니라 불필요한 수요를 유도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지난해말 국회 예산편성 과정에서 당시 예결특위 계수조정소위는 복지부가 제출한 예산안(소득하위 70%)과 달리 0~2세 모든 가구로 무상보육을 확대하는 예산을 끼워넣고 예산을 3천698억원 늘렸다.

그 결과, 그동안 보육시설에 보내지 않던 부모들까지 아이들을 시설에 보내기 시작했다.

실제로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보육시설을 이용한 0~2세는 65만명 정도였으나 올해의 경우 78만명으로 13만명이나 늘었다.

당연히 올해 초부터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의 공급 부족 우려가 커졌고, 민간어린이집들이 집단 휴업에 나서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실장은 “현행 제도는 시설을 이용해야 국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어 너도나도 아이를 시설에 맡길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오히려 보육시설 이용이 절실한 맞벌이 부부의 시설 이용은 더욱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최희주 복지부 저출산고령사회 정책실장은 “정부는 기본적으로 ‘보편적 보육’을 지지하는 원칙을 갖고 있고, 재정만 허락된다면 보육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이번 개편안에선 재원과 소득계층별 공정성 등을 고려해 지원 대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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