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3세女 , 입사 6년 만에...

재벌 3세女 , 입사 6년 만에...

입력 2013-01-09 00:00
업데이트 2013-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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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3세 ‘초고속 승진’ 직원 박탈감

기업의 인사철을 맞아 20, 30대 국내 재벌 3, 4세들이 고위 임원에 오르면서 ‘경제민주화’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직장인의 꿈인 ‘임원’을 달려면 30년 가까이 기다려야 하지만 이들 3, 4세는 10년도 안 돼 고위 임원이 되면서 일반인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조양호(64) 한진그룹 회장의 막내딸인 조현민(30) 대한항공 상무가 입사 6년 만에 대리에서 상무로, 허각남 삼양통상 회장의 장남인 허준홍(38) GS칼텍스 상무도 7년 만에 사원에서 임원으로 승진하는 등 재벌 3, 4세들이 초고속 승진을 하고 있다. 보통 직장인들이 말단 사원으로 입사해 20여년이 지나야 부장이나 임원직에 오르는 것과 ‘천양지차’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4일 정기인사에서 조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39) 전무와 장남인 조원태(37) 전무를 3년 만에 각각 부사장으로, 조현민(진에어 전무) 상무보를 2년 만에 상무로 선임했다. 2003년 한진그룹 차장으로 입사한 조원태 부사장은 10년 만에 부사장에, 2007년 대한항공 과장으로 입사한 조현민 상무는 6년 만에 상무라는 직함을 달았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업계는 사원으로 입사하면 30년 가까이 근무해야 임원 자리에 오를 수 있는데 10년 안팎 근무한 대한항공 삼남매가 한꺼번에 부사장과 상무 등으로 승진한 것은 그룹의 오너 자제가 아니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에도 비난의 글이 쏟아졌다. ‘부의 대물림 문제 많다. 태어나서부터 불평등하다. 같은 출발선에서 출발해야 공평한 사회가 아닌가 생각된다’라고 트위터로 hwg1840가 꼬집었다. 또 페이스북에서는 ‘천재가문이군요. 하나도 어려운데 3명이나 동시에 승진하다니. 설마 염치 없는 집안은 아니겠지? 대한항공과 동네 빵집을 구분 못하는’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재계에서 이러한 오너 3, 4세의 초고속 무임승차는 일상화되다시피 했다.

또 한국타이어 조양래 회장의 장남 조현식(43) 사장은 입사 15년 만에 지주회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조 회장의 차남이자 이명박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41) 사장도 입사 14년 만인 지난해 1월 사장에 올랐으며 그룹 주력인 타이어 사업을 전담하고 있다.

이 같은 재벌가 3, 4세들의 초고속 승진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무엇보다 ‘자질 검증’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재벌 1, 2세가 가졌던 기업가 정신이나 모험 정신이 부족한 이들이 기업의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또 특혜 시비도 빼놓을 수 없다. 이지수 경제개혁연대 연구위원은 “경영 능력에 대한 철저한 검증 없이 ‘혈연’이라는 한 가지 이유로 30대 임원을 탄생시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재벌 병폐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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