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남대문 환전시장도 강타…존폐 갈림길

‘엔저’ 남대문 환전시장도 강타…존폐 갈림길

입력 2013-01-22 00:00
업데이트 2013-01-22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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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손님 급감…”하루 20만~30만원 손해 예사”

은행이 문을 닫은 21일 오후 4시 남대문시장 환전상.

빗속에서 나리아이 유마(17)양이 가게로 다가왔다. 주인인 장씨 아줌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창밖으로 계산기만 내밀었다. 조그한 계산기 액정에 숫자가 점멸했다.

‘118,200’

유마 양은 고개를 끄덕이고서 지갑에서 지폐 5장을 꺼내 원화로 바꿨다.

”오늘 온 게 겨우 세 명인데 2만엔, 1만엔 이번엔 5천엔이야” 장씨는 언성을 높였다. “1만엔 바꿔줘 봤자 남는 건 100원도 안 돼. 근데 가진 엔화 값은 내려가니…하루 20만~30만원씩 손해는 예사라오”

아쉬워하기는 유마 양도 마찬가지였다. 나고야에서 왔다는 그는 “엔화가 안 내렸으면 더 비싼 것도 쇼핑했을 텐데…”라고 말했다.

남대문시장에서 연합뉴스 기자가 만난 환전상들은 “앓는 소리가 아니라 ‘진짜’ 힘들다”고 재차 강조했다. 유례없는 엔저 현상에 주요 고객인 일본인 관광객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일본인 고객은 소액만 찔끔찔끔 바꾸고 가니 환전상 규모를 가릴 것 없이 모두 생사 갈림길에 섰다는 호소도 했다.

그래도 장 아줌마는 나은 편이다. 버스정류장 옆 노점이지만 어엿한 등록업체인 덕분이다. 무엇보다 제대로 된 지붕이 있다. 노상에 나앉은 안씨 할머니의 무허가 환전소는 파라솔에 걸쳐놓은 투명한 비닐 하나로 빗줄기를 막고 있었다.

”오늘도 점심값 못 벌었어”

안 할머니는 한창때보다 일본인 손님이 10분의 1은 줄었다고 했다. “그땐 남대문 시장이 일본인지 한국인지 모를 정도였는데…딴 데선 돈을 쓰는지 몰라도 여긴 많이 힘드네. 한집 건너 한집이 환전소야”

경찰에 따르면 올해 1월11일 기준으로 남대문 시장에 등록 환전소는 총 26개다. 작년에 22~23개보다 다소 늘었다.

남대문경찰서 유영범 경사는 “길거리에 무허가 환전상도 21개로 파악됐지만 나왔다 말았다 하는 분이니 정확한 수치는 아니다”라며 “통상적으로 외국인 관광객은 무허가보다는 정식 등록된 환전소를 찾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규모가 큰 곳은 좀 낫다고 했다. D 환전소의 박모 사장은 “여긴 그나마 공치는 날은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의 환전소는 월급쟁이 직원도 둔 ‘대기업’이다.

”손님 한 분이 몇백만 원 흥정하는 그동안에도 환율이 뚝 떨어져요. 근데 흥정한 데로 돈은 줘야잖아요. ‘이튿날 설마 오를까, 오를까’ 하면서 갖고 있다가 (원ㆍ엔 환율이 떨어지니) 계속 손해가 나는 거죠.”

그는 이젠 국제정치 공부를 한다고 했다. 환율을 전망하기 위해서다. “아베 때문에…오늘 있을 BOJ(일본은행) 금리 결정이 잘 돼야 할 텐데…” 그는 1만엔이 15만원에서 11만7천원까지 내려가는 동안 정부가 가만히 있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남대문 환전상 사이에선 ‘한 대형 업체가 엔화급락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폐업했다더라’라든가 ‘일본인 관광객 비중이 더 높은 명동 쪽은 영업을 아예 포기했다더라’하는 설이 괴담처럼 떠돌았다.

이날 한국은행은 작년 말 100엔당 원화 환율이 1,238.3원으로 2011년 말(1,481.4원)보다 무려 19.6%나 내렸다고 밝혔다. 14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원ㆍ엔 환율은 오후 5시45분 현재 전날보다 1.14% 오른 1,188.2원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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