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쟁 불똥’ 외화 유입뿐 아니라 유출도 방어

‘환율전쟁 불똥’ 외화 유입뿐 아니라 유출도 방어

입력 2013-01-30 00:00
업데이트 2013-01-30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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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환포지션 강화 임박…한국형 토빈세는 ‘히든카드’

환율 급락에 대응하고 외국자본의 급격한 유출입 충격을 예방하려는 외환당국 대책의 윤곽이 드러났다.

그동안 거론한 대책 외에 역외차액선물환(NDF)시장을 겨냥한 방안도 제시했다.

‘한국형 토빈세’ 도입을 위한 화두도 던졌다.

이런 대책은 환율 하락이 급한 불이지만, 양적 완화에 따른 글로벌 자금 유입과 앞으로 선진국들이 풀었던 돈을 거둬들일 때 자금 유출까지 고려한 전방위 대책으로 풀이된다.

◇선물환포지션제도 강화 초읽기…NDF에 칼 빼들었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은 30일 금융연구원 주최 세미나에서 그동안 검토했던 대책의 얼개를 설명했다.

기존 ‘거시건전성 3종세트’(선물환 포지션 제도,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외환건전성 부담금)를 강화하는 내용은 물론 새로운 방안까지 담았다.

즉각 가능한 과제는 ▲공기업의 불필요한 차입 억제 ▲기업ㆍNDF 등 투기 여부 모니터링 ▲선물환포지션 한도 축소 및 적용방식 변경 등 세 가지로 제도를 보강하는 수준이다.

필요시 추가 조치로는 ▲선물환 포지션 산정 때 NDF 거래분에 대한 가중치 부과 ▲NDF 거래의 중앙청산소(CCP) 이용 의무화 ▲외환건전성부담금제도 강화 등 세 가지지만 핵심은 NDF 규제다.

우선 공기업의 국외 경상경비 등 외화비용 지불용도나 원화용도 등 불필요한 국외차입을 억제하기로 했다. 뭉칫돈이 오갈 수 있는 외화거래를 줄여 변동성을 줄이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정부가 자주 써먹은 행정지도성 조치다.

투기 모니터링은 주로 투기 가능성이 거론돼온 NDF 시장에 집중된다. 주요 업종별 기업의 외화거래도 더 꼼꼼히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핵심은 기업, NDF 등의 투기적 수요가 가시화될 때 선물환 포지션 제도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선물환포지션 관리방식을 바꾸고,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투기적 수요가 주로 선물환 거래로 나타나는 점이 고려됐다.

관리방식은 포지션 한도의 적용을 직전 1개월 평균에서 매(每)영업일 잔액 또는 주(週) 단위 산술평균치로 바꾸는 것이다. 한 달의 매영업일 잔액을 산술평균한 수치를 적용하는 현행 방식은 1개월 평균치만 한도보다 낮으면 특정일 잔액의 한도 초과도 허용해 물타기가 가능했다.

선물환 포지션한도 축소는 현재 자기자본 대비로 외국은행 150%, 국내은행 30%로 돼 있는 것을 더 죄겠다는 것이다. 각각 16.6%씩 줄여 125%, 25%까지 축소할 수 있다.

추가 조치 중에서는 선물환 포지션 산정 때 NDF 거래분에 가중치를 부과하는 방안이 주목할 만하다. 예컨대 NDF에 20% 가중치를 둔다면 똑같은 규모라도 일반거래는 100으로, NDF는 120으로 잡는 방식이다. 포지션 한도를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투기로 의심되는 거래를 줄일 수도 있다.

CCP는 2009년 9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모든 표준화된 장외파생상품을 2012년까지 CCP를 통해 청산하도록 한다’는 내용의 장외파생상품 규제 합의에 기반을 둔 것이다.

장외파생상품의 불투명성과 불안정성으로 2008년 금융위기가 시스템 위기로 전이ㆍ확산했다는 반성에서 나온 대응이다. NDF 거래를 CCP에서 이뤄지도록 하면 모니터링이 가능해지고 거래 투명성이 높아진다. 간접규제 효과가 있다.

국외에서 이뤄지는 거래는 모니터링이 어렵지만 국내 금융기관이 NDF 거래를 하려면 중앙청산소를 거쳐야 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해당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냈으나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한국판 토빈세 도입 ‘눈치작전’ 돌입

한국판 토빈세는 현재로선 중장기적 과제에 속한다.

최 차관보는 “최근 양적 완화는 전례 없는 상황이어서 대응조치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파고가 높아져서 더 높은 둑을 쌓지 않으면 쓰나미에 휩쓸려 갈 수도 있다”며 선제 대응을 강조한 것이다.

미국, 유럽에 이어 일본까지 뭉칫돈을 풀어대는 상황에서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로서는 방파제를 높이 쌓아야 한다는 얘기다. 또다른 충격에 직면할 것이라는 위기감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정부는 금융거래세를 외환과 채권 거래에 부과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국형 토빈세가 될 이런 조치는 ‘자금유입’에 방어력을 집중한 그간의 거시건전성 조치와 달리, ‘유출’까지 대비할 수 있는 양방향 제도라는 장점이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달라진 시각도 정부엔 긍정적이다.

IMF는 지난달 ‘자본자유화와 자본이동관리에 대한 시각’ 보고서에서 자본 유출입 규제의 정당성을 제한적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G20에서 거시건전성 조치의 정당성을 인정한 데 이은 것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자본자본자유화규약 개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차관보는 “도입에 앞서 국외동향과 사례, 국제적 정합성, 실효성, 국내자본시장 영향, 시행상 기술적 문제점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시장ㆍ학계 등 국민 전반적인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 눈치도 봐가며 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난점도 적지 않다. 규제대상으로 하는 투기적 외국자금과 건전한 외국자금을 구별하기 어려운데다 자칫 외화 국내 공급을 무차별적으로 줄여 외화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최 차관보는 “단기 재외투기자본을 규제하려는 토빈세의 취지를 살려서 우리 실정에 맞게 수정한 다양한 외환거래 과세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일단 시행을 유보하고 위기 때 가동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조세연구원 홍범교 조세연구본부장이 지난달 낸 ‘금융거래세 도입방안 연구’를 보면 우선 외환시장에 도입할 필요가 있으며, 평시에는 영세율을 적용해 징세하지 않고 비상시에 높은 세율을 부과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낮은 세율로 과세를 시작하면 악영향을 우려할 필요도 없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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