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외국서 들어온 ‘폐품 韓貨’ 교환에 골머리

한은 외국서 들어온 ‘폐품 韓貨’ 교환에 골머리

입력 2013-02-04 00:00
업데이트 2013-02-04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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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관광지 분수에 던진 동전 등…작년에만 1억 교환

지난해 10월 17일 오전 9시30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으로 한 외국인이 찾아왔다.

그는 남태평양 나우루 공화국에서 온 폴루크민씨였다. 폴루크민씨가 화폐교환 창구에서 가방을 열자 낡고 찢긴 우리나라 화폐들이 우수수 쏟아졌다. 구권, 신권, 동전 가릴 것 없이 세어보니 무려 2천2백여만원에 달했다.

네 명의 직원이 달라붙어 바꿔주는 데 무려 두 시간이나 걸렸다. 이 때문에 다른 업무는 마비됐다.

최근 외국인이 다량의 우리 돈을 교환해가는 일이 잦자 한은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돈을 자동으로 세어주는 기계도 있지만 훼손된 돈들이 많아 큰 도움이 안 된다.

4일 한은에 따르면 폴루크민씨 이후에도 석 달간 이런 사례가 세 번이나 더 있었다.

10월 말엔 호주에서 온 론니씨가 무려 6천857만원 어치의 지폐와 동전을 내밀었다. “비행기 시간이 급하니 빨리 바꿔달라”고 재촉해 다른 팀 직원까지 열두 명을 동원해 세 시간 반 만에 새 돈을 내줬다.

11월 중순엔 중국인 쉐(薛)씨가 242만원을 갖고 왔다. 액수는 작지만 500원짜리가 3천200개나 돼 직원 다섯 명이 일일이 손으로 세야 했다. 올해 1월에도 미국인 스캇씨가 베트남 부인과 함께 893만원을 바꿔갔다.

이들이 교환한 돈은 애초 내국인이 외국에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명 관광지의 분수에 던진 동전이나 자율요금제 박물관에 넣은 지폐 등이다. 현지 교회에서 낸 헌금 역시 적잖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일부 외국인 교환객은 현지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뿌리고 간 돈을 거둬가 수수료를 받고 바꿔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교환한 새 돈을 바로 시중은행 등에서 환전해 출국하는 듯하다.

외국인이 지난해부터 올해 1월까지 바꿔간 액수는 1억원 정도다. 작년 한 해 한은 본관에서 교환된 740억원에 견주면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이들이 올 때마다 한은 화폐교환 부서에서는 업무가 마비된다.

한은 관계자는 “훼손 정도가 심해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한 수준의 돈들이 많아 여러 사람을 동원하기 일쑤다”며 “이 때문에 다른 고객이 피해를 보는 경향도 있다”고 전했다.

국부 낭비 우려도 있다. 국내 유통을 위해 만들어진 화폐가 외국에서 아무 쓸모 없이 잠자는 셈이기 때문이다. 한은으로선 필요 이상으로 지폐와 동전을 만들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같은 이유로 일부 유럽 국가는 외국인 관광객의 자국 주화 반출을 규제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은이 전했다.

한은 관계자는 “일부 주화는 제조비가 액면가의 몇 배에 달하고 재료도 수입해야 한다”며 될 수 있으면 우리 화폐를 외국에서 사용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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