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처방 대가 ‘뒷돈’ 안받겠다” 첫 선언

의료계 “처방 대가 ‘뒷돈’ 안받겠다” 첫 선언

입력 2013-02-04 00:00
업데이트 2013-02-04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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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에도 중단 요구…”’쌍벌제’ 개정 때까지 영업사원 출입금지”

최근 ‘역대 최대’ 규모 의약품 리베이트 적발로 의사 수백명이 수사 대상에 오르는 등 파장이 확산되는 가운데 의료계가 ‘뒷돈 근절’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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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환규(오른쪽)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로 대한의사협회 강당에서 열린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한 의료계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환규(오른쪽)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로 대한의사협회 강당에서 열린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한 의료계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는 4일 이촌동 의협 회관 동아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앞으로 약품 처방을 대가로 의사 개인이 직간접으로 금품이나 향응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두 단체는 “의약품을 선택하는 것은 의사의 권리지만 선택에 대한 대가 수수는 권리가 아니다”며 앞으로 자체 윤리규정을 마련해 자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의료계는 불법 리베이트의 근본 원인으로 ▲정부의 잘못된 약값 정책 ▲복제약 중심의 영업 관행 ▲진료비만으로 병의원 운영이 어려울 정도로 낮은 수가 등을 지목하며 정부와 제약업계에 주로 책임을 돌렸다.

의협과 의학회는 “이러한 구조적 원인이 없어져야 하지만 이에 앞서 의료계가 만연한 리베이트 근절에 나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료계는 그러나 리베이트 제공자 뿐 아니라 수수자까지 처벌하는 이른바 ‘쌍벌제’ 법령을 개정하라고 정부에 촉구하고,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제약회사 영업사원의 병의원 출입을 금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적발된 제약사에는 약값 인하뿐만 아니라 아예 허가취소 등 보다 강력한 조치를 취하라고 정부에 주문했다.

제약업계를 향해서는 ‘리베이트 공세’를 중단하고 이른 시일 안에 의료계를 따라 단절 선언에 나서라고 요청했다.

의료계는 의약품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의료계, 제약업계, 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의산정 협의체’ 구성도 제안했다.

의협 관계자는 “그동안 업계와 일부 의료계가 동참한 공정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CP) 등이 운영된 적은 있지만 의사사회와 의학계를 대표하는 두 단체가 리베이트 근절을 공식 선언한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의협은 우선 전체 회원을 상대로 리베이트의 사회적인 의미와 근절의 당위성 등을 교육하고 계도할 계획이다.

노환규 의협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제 리베이트 근절 여부는 정부와 제약업계에 달렸다”며 “근거 없이 높은 약값을 책정하는 불투명한 약값 결정과정이 개선되지 않고, 제약업계가 경쟁력 없는 제품으로 무한경쟁을 계속하는 한 리베이트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노 회장은 또 “악의적인 리베이트 수수자와 선량한 피해자를 가려내 의사들이 억울하게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구분해야 한다”고 수사 당국에 당부하고, “정황적 증거만으로 행정처분을 남발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보건복지부에 요구했다.

수사 과정에서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고 시인한 동아제약에 대한 의료계의 불매운동 조짐에 관련해서는 “처방권을 무기(武器)화하는 행동이며 매우 부적절하다”고 노 회장은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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