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사퇴, ‘한국정치의 벽’ 넘지 못한 것일까?

김종훈 사퇴, ‘한국정치의 벽’ 넘지 못한 것일까?

입력 2013-03-04 00:00
업데이트 2013-03-0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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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정치에 좌절·CIA활동 전력 등 해석 분분

박근혜 정부의 신설 핵심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 발탁된 김종훈 내정자가 4일 사퇴를 전격 선언함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학생 시절 15세의 나이로 미국 이민길에 오른 후 온갖 역경을 딛고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그가 “마지막으로 조국에 봉사하겠다”며 의욕을 보인 지 보름여만에 내정자직에서 물러난 데 대해 해석이 분분한 것이다.

김 내정자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회견을 갖고 “이제 조국을 위해 헌신하려 했던 마음을 접으려 한다”면서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고 일주일이 지났는데 어제 대통령이 제안한 영수회담이 무산되는 것을 보면서 참으로 답답한 심정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국가의 운명과 국민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시점에 국회가 움직이지 않고 미래창조과학부 관련 정부조직 개편안을 둘러싼 여러 혼란상을 보면서 조국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려던 저의 꿈도 산산조각이 났다”며 사퇴 배경으로 정치권을 지목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대국민 담화에서 “김종훈 내정자가 정치 현실에 좌절했다”고 강조했다. 정부조직개편안을 둘러싼 야당의 거센 반발로 개편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정부 측 인사는 개편안 처리 과정에서 ‘한국적 정치 풍토’를 적나라하게 지켜보면서 미래부 장관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가 들지 않았겠느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자신의 ‘미국식 사고’가 장관으로서 부딪혀야 할 국회의 거센 파고를 넘어서기 쉽지 않겠다는 우려를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사퇴 배경에 정치적 이유만 깔려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미래부 장관 내정 이후 그를 놓고 제기된 각종 의혹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야당은 김 내정자에 대해 미국 중앙정보국(CIA) 활동 전력, ‘한국 비하발언’, 국내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을 들어 철저한 인사 청문회 검증방침을 천명해 놓은 상태다.

여기에다 미국 시민권 포기에 따른 국적포기세 부과에다 미국내 막대한 재산 정리 등도 부담이 됐을 가능성이 없진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김 내정자가 2007~2011년까지 CIA 외부자문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한 경력 때문에 안보 관련 정보의 유출 등을 우려한 미국이 시민권 포기를 불허할 수 있다는 법 해석을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이에 대해 “김 내정자가 사퇴를 전격 선언한 배경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의 말 그대로 한국 정치에 대한 회의가 깊게 작용한 것으로 봐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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