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기금 기대’ 빚 안 갚고 버티기 확산

‘행복기금 기대’ 빚 안 갚고 버티기 확산

입력 2013-03-20 00:00
업데이트 2013-03-20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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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집단대출 연체율 2%

국민행복기금에 대한 기대가 ‘채무 버티기’ 확산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빚을 대신 갚아줄 거라는 기대에 빚 갚기를 외면하는 채무자가 속출하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은행의 집단대출 연체율은 2.0%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0년 이후 가장 높다. 집단대출 잔액이 19조원인 농협은행의 연체율은 이달 중순 3.5% 가까이 치솟아 2011년 말 1.4%에 비해 2.5배 뛰었다. 집단대출 잔액이 23조원인 국민은행의 연체율도 같은 기간 2.2%에서 2.9%로 급등했다. 두 은행의 집단대출 잔액 42조원은 은행권 전체의 40%가량을 차지한다. 두 은행이 평균 연체율 상승을 이끈 셈이다.

집단대출이란 신규 아파트 분양자들이 입주를 앞두고 건설사에 줘야 하는 중도금 등을 단체로 빌리는 경우다. 그동안 집단대출 연체율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부동산 경기 하락이 꼽혔지만 최근엔 새 정부 지원 대책에 대한 기대심리가 크게 작용했다는 게 은행권의 시각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일선 창구에서 대출자들이 ‘돈을 안 갚고 버티다 보면 정부에서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며 배짱을 부리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정부가 ‘하우스푸어’(집을 가졌지만 가난한 사람) 대책에 집단대출까지 포함할지는 미지수다. 더구나 대책이 나와도 대출금 감면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전날 인사청문회에서 “하우스푸어는 채무 불이행보다는 유동성 위험이 더 커 만기 연장이나 장기 분할상환으로 접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채무 버티기는 신용불량자 사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신용불량자의 채무를 장기간에 걸쳐 나눠 갚는 신용회복 프로그램에는 1월 말 114만명이 신청했지만 이 가운데 30만명(26.3%)이 중도 탈락했다. 국민행복기금을 만들어 대출금의 50~70%를 깎아주고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해준다는 소식에 ‘빚을 안 갚는 게 상책’이라는 심리가 퍼지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가 경제에 매우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어 극히 제한된 범위에서 구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2013-03-2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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