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서 금리인하 압박…”화폐전쟁 우려도”

곳곳서 금리인하 압박…”화폐전쟁 우려도”

입력 2013-04-04 00:00
업데이트 2013-04-04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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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앞두고 각계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하라는 압박이 잇따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지금껏 고수해 온 동결기조를 꺾고 조만간 정책공조 차원에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올해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아 온 급격한 엔저에 대응한다는 차원에서도 기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별다른 효과 없이 정책수단만 낭비하거나 국가간 ‘환율전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정부ㆍ여당, 한은에 전방위 압박

업계에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지만 최근까지만 해도 실제로 금리가 추가인하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봤다.

한국은행이 지난달까지 5개월째 기준금리를 연 2.75%로 동결해 왔고,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도 추가 금리인하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기준금리 인하 요구가 잇따르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최근에 정부는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의 3.0%에서 2.3%로 0.7% 하향조정했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나 중소기업에 대한 총액한도대출 인상 등 경제활성화 대책을 적극 검토해 달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도 “1∼2차례에 걸쳐 0.5%포인트 정도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새 정부 경제팀이 경기부양을 위한 ‘12조원+α’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방침을 밝힌 것도 한은을 압박하고 있다.

전날에는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은이 금리를 추가로 내려주면 더 좋다”고 말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청와대는 이후 보도해명자료를 내 원론적인 언급일 뿐이라며 “청와대가 한은에 대해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지만 시장에선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이 반영된 결과 4일 연합뉴스가 인터뷰한 증권가 및 경제연구기관 전문가 12명 중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한 사람은 2명(16.7%)에 불과했다.

나머지 대부분(9명)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가능성이 반반이라는 전문가는 1명이었다.

인하 시기와 인하폭에 대해서는 ‘2분기 중 한차례 25bp(bp=0.01%) 인하’란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일부 전문가는 올해 안에 3차례까지 인하해 기준금리가 최저 2.0%까지 내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 등도 인하 가능성 쪽에 무게를 뒀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현재 물가 안정 상황 등을 감안하면 금리인하시 부작용을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면서 “재정 쪽에서도 강도높은 부양책을 준비하는 만큼 통화정책도 당연히 완화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연내 금리동결 전망을 유지했던 KDB대우증권도 한국은행이 2분기 안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서대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3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전년 동기대비 1.3%를 기록했는데 현재 수준으로는 연간 물가상승률이 2%를 웃돌기 힘들다”면서 “한국은행은 연간 물가상승률이 물가 안정목표치인 2.5∼3.5%를 밑돌 가능성이 커진 만큼 정부의 정책 공조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최동철 우리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여전히 금리인하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면서 “시중에 돈이 많지만 실물경제로 가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인 만큼 총액대출한도 인상 등 신용정책에 가까운 정책이 나올 것”이라고 반박했다.

◇ 재정ㆍ통화정책으로 엔저충격 완화 기대’환율전쟁’ 우려도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이어 추가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질 경우 엔저에 따른 국내 수출기업의 충격이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추경 편성 등 재정정책에 기준금리 인하 등 통화정책까지 더해지면 최근 급격한 엔화 약세로 위축됐던 국내 수출기업의 실적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위적인 환율 조정을 위한 기준금리 인하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통화완화정책은 환율에도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이기 때문이다.

이창선 실장은 “강도 높은 통화완화정책을 취하는 선진국에 대한 대응이 아니더라도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우리도 통화완화 방향으로 갈 필요는 있다”라며 “환율 때문에 금리를 내린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금리 인하가 원화절상을 억제하는 간접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베노믹스’ 등에 대응하기 위한 기준금리 인하나 고환율 정책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거시금융연구실장은 “환율은 수출뿐 아니고 국내 경제에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라며 “속도 조절 차원에서가 아니라 일정 수준 이상의 목표를 정해놓고 환율에 개입한다면 부작용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한일간 환율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지는 상황은 피해야 할 것”이라면서 “공격적 금리인하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추경과 기준금리 인하로 한국 주식시장과 선진국 주요 증시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완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외국에서 보기에는 한국이 엔저 피해를 가장 많이 입고 있는데도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일본경제가 성장하면 한국도 혜택을 볼 것이라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RB)와 같은 방향으로 생각하는 듯 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런 태도가 올해 들어 나타난 글로벌 증시와의 디커플링의 한 원인일 것”이라며 “추가 금리인하가 이뤄지고 추경이 집행될 경우 올해 2% 후반대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연구원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함께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는 재정정책만 있고 통화정책은 없는 상황”이라며 “재정정책만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환율이나 금리보다는 경쟁력으로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인위적인 환율조정보다는 상품력, 기술혁신, 마케팅 등 비가격 경쟁력을 제고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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