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기금에 고객 뺏길라” 개인회생 권하는 로펌들

”행복기금에 고객 뺏길라” 개인회생 권하는 로펌들

입력 2013-04-07 00:00
업데이트 2013-04-07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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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개인회생 꼬리표’ 5년 따라붙어…신중히 판단해야”

국민행복기금의 로고.(자료사진)
국민행복기금의 로고.(자료사진)
올해 들어 개인회생 신청건수가 급증한 배경에는 국민행복기금 출범으로 먹을거리가 떨어질까 노심초사하는 법무법인(로펌)의 우려와 조금이라도 빚을 더 탕감받으려는 고객의 바람이 깔려 있다.

일부 개인회생·파산 전문 로펌은 행복기금 신청이 시작되면 개인회생 인가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허위 정보까지 퍼뜨리며 일종의 ‘절판 마케팅’ 식 행태까지 벌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개인회생의 면책률이 더 높고 빚을 감면해주는 대상도 넓지만, 불리한 정보가 더 오래 남아 경제활동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므로 채무자는 무엇이 더 유리한지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개인회생 권고하는 로펌 백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30대 A씨는 저축은행 1곳과 대부업 2곳에 모두 2천만원의 빚이 있다. 반년 가량 이자를 갚아오다 집안 사정이 더욱 악화돼 지난해 7월부터 연체가 시작됐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 부담과 계속되는 독촉 전화에 지친 A씨는 개인회생이나 행복기금 신청이 가능한지 알아보려고 S법무법인의 문을 두드렸다.

로펌 관계자의 말은 간단했다. 두 제도 모두 신청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나 개인회생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고객님 같은 경우는 개인회생을 신청하면 60%가량을 탕감받고 나머지 금액은 5년간 갚으면 되지만, 행복기금으로 가면 최대 50%를 받고 나머지 금액은 10년에 걸쳐 갚아야 하는데다 이자도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빚이 7천만원이고 연체기간이 1년이라는 한 상담자의 고민에 H법률상담소는 “개인회생은 행복기금보다 인가요건이 덜 까다롭고 변제기간도 짧다”며 개인회생 신청을 유도했다.

일부 개인회생·파산 전문 로펌들은 좀 더 노골적인 광고문구로 채무자를 유인한다.

행복기금이 출범하면 개인회생 인가가 더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지금이 개인회생을 신청할 ‘적기’라는 식이다.

H 개인회생·파산 전문 컨설팅업체는 “행복기금은 장기 연체자나 기초생활수급자 등 특정 계층이 아니면 큰 혜택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행복기금에서 탈락한 사람이 개인회생으로 몰리면 앞으로 인가 결정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선전했다.

M법률사무소는 “행복기금은 50%의 감면혜택을 받고도 나머지는 계속 갚아야 한다”며 “장기 연체자는 수입이 있더라도 변제능력이 떨어져 이런 제도로는 (빚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이) 어림도 없다”고 강조했다.

◇일부 로펌, 허위 정보로 채무자 호도

로펌들의 ‘호객행위’ 속에서 올해 1~2월 중 개인회생 신청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0% 늘어난 1만7천862건에 달했다. 매일 303명가량이 개인회생을 신청한 셈이다.

문제는 로펌에서 제공하는 정보가 모두 옳은 것은 아니라는 데 있다. 개인회생의 불리한 점은 빼놓고 설명해 채무자를 또 다른 고통으로 몰고갈 수도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개인회생이 행복기금보다 감면 폭이 큰 것은 맞지만, 소득과 변제능력을 심사해 갚을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탕감해준다”고 설명했다.

개인회생 면책률은 최대 90%로 행복기금(일반 채무자 50%·기초생활수급자 70%)보다 높지만, 빚을 조기 상환하더라도 5년동안 정보가 등록돼 금융거래에 제한을 받는다. 행복기금은 2년이다.

개인회생은 신청절차가 까다로워 채무자 혼자서 처리하기 쉽지 않다.

결국, 법무사나 변호사의 도움을 빌려야 하기 때문에 빚에 시달리는 저소득층으로서는 만만치 않은 비용이 수임료로 들어간다.

일반적으로 로펌은 개인회생을 대행해주고 120만원+α의 수임료를 챙긴다. 수임료를 대려고 또 빚을 진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실정이다.

행복기금 출범으로 개인회생 인가요건이 더 까다로워진다는 일부 로펌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행복기금에 탈락한다고 개인회생이나 개인파산을 못 하는 것도 아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행복기금에 지원한다는 건 개인회생으로 받게 될 불이익을 피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인회생은 사인간 채무까지 면책대상에 포함해 금융회사나 대부업 채무로 한정된 행복기금보다 넓다. 일부 로펌은 사채도 면책해준다고 선전하지만, 미등록 대부업체에서 빌린 돈은 원칙적으로 불법이라 갚을 필요가 없다.

금융위 관계자는 “사인간 채무는 아는 사람에게 빌린 돈이라 추심으로 고통받는 일이 거의 없다”며 “대부분 문제가 되는 건 불법 사금융을 이용한 경우인데 법원의 면책결정은 ‘법률적 효과’가 있을 뿐이고 (불법 사금융은) 단속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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