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기업의 해외금융투자 40%, 조세피난처로 갔다

韓기업의 해외금융투자 40%, 조세피난처로 갔다

입력 2013-04-22 00:00
업데이트 2013-04-2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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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대기업 자회사 케이만군도에 14곳·버진아일랜드에 13곳

국내 기업이 지난해 말까지 케이만군도·버뮤다·버진아일랜드·말레이시아 라부안 등 조세피난처에 세워진 금융회사로 송금한 돈의 잔액이 2조원 가까이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전체 국외 금융투자 잔액의 40%에 해당하는 규모다.

22일 한국은행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정성호(민주통합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작년 말 비금융 국내기업이 이들 조세피난처 소재 역외금융회사에 금융투자(주식·채권 등) 목적으로 송금한 돈의 잔액이 16억2천290만 달러(1조8천152억원·4월19일 환율 기준)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기업이 한은에 신고하고 합법적으로 보낸 내역만 집계한 것이다. 한은은 음성적으로 조세피난처로 흘러간 자금에 견주면 ‘빙산의 일각’에 그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조세피난처란 자본·무역거래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지 않거나 극히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지역(국가)을 말한다. 케이만군도 등 전 세계에 30~40곳이 있다. 이곳에 세워진 금융회사들은 문서로만 존재하는 유령회사(페이퍼컴퍼니)가 많다. 본국의 각종 규제와 세금을 피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한은 관계자는 “송금처는 대체로 이름있는 기업이 만든 페이퍼컴퍼니”라며 “지난 3년간 케이만군도·버뮤다·버진아일랜드·말레이시아 라부안 네 곳 외의 다른 조세피난처에 대한 금융투자용 송금은 접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네 곳에 대한 송금 잔액은 2010년 말 8억1천970만 달러, 2011년 말 10억3천770만 달러, 2012년 말 16억2천290만 달러로 2년 만에 두 배가 됐다. 2012년 말 국외 금융투자잔액이 40억450만 달러이니 전체의 40.5%가 조세피난처에 묻힌 셈이다.

최근 들어 조세피난처를 향하는 자금이 많아지는 것은 국내 저금리 기조의 영향인 것으로 한은은 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국내 수익률이 저조한 만큼 국외투자가 늘어나는데다 조세피난처에서는 세금 절감분만큼 수익률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역별로 보면 케이만군도에 대한 투자잔액이 2010년 4억1천710만 달러에서 2012년 12억2천940만 달러로 대폭 늘었다. 이 지역에는 2011년 말 기준으로 삼성, 현대차, 롯데, 한화, 동양, 효성 등 국내 30대 대기업의 금융·비금융 자회사 14개사가 있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의 투자잔액은 2010년 5천670만 달러에서 2012년 5천100만 달러로 제자리걸음 했다. 현대차, 롯데, CJ, 한화, 현대중공업 계열 회사가 13개 포진한 곳이다. 최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이 지역에 재산을 숨긴 인사들의 정보를 공개해 전 세계 이목이 쏠리는 곳이기도 하다.

삼성, 현대중공업 두 곳의 자회사가 있는 버뮤다는 이 기간 3억2천230만 달러를 유지했다.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대한 금융투자잔액은 2천360억 달러에서 2천20억 달러로 소폭 줄었다.

한은은 “신고 후 송금한 돈은 법적인 하자가 없는데다 분기·반기 등 주기적으로 투자현황을 한은에 보고하게 돼 있다”며 “국세청과 이 정보가 교환되기 때문에 역외 탈세의 우려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기용 인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한국납세자연합회 회장)는 “역외탈세는 투자현황을 당국에 보고하든 보고하지 않든 일어날 수 있다”며 “새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 의지를 보인 만큼 조세피난처 투자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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