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가 후려치기’ 척결한다…자생력 강화

‘단가 후려치기’ 척결한다…자생력 강화

입력 2013-06-13 00:00
업데이트 2013-06-1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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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건설 등 공공부문부터 주도

정부가 13일 내놓은 부당 단가인하 근절대책은 감시·제재 강화와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높이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부당 단가인하 문제는 기업의 경영여건과 관련돼 있어 규제만으로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기업과 1차 협력사 간의 거래문제는 물론 2·3차 협력사에 대한 부당 행위 근절에도 주안점을 뒀다.

국회도 지난 4월 ‘경제민주화 1호법’으로 부당 단가인하 등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하도급법 개정안을 처리한 바 있다.

◇감시·제재 시스템 강화…위반 시 CEO까지 고발

정부는 우선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부당 단가행위에 대한 감시·예방 시스템을 강화하고 제재 수위도 한층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감시체계 확립을 위해 우선 유통업을 비롯해 경기민감 업종, 대·중소기업 간 영업이익률 격차가 큰 업종을 중점감시업종으로 정해 부당 단가인하 행위를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하반기 중 하도급법 개정을 통해 부당특약을 금지하고, 적발 시 엄중히 조치하기로 했다.

’어떠한 경우에도 을은 대금의 증액을 요구할 수 없음을 서약한다’, ‘을이 이 계약 이후 개발하는 모든 소프트웨어(SW)의 전 세계적 사용권을 갑에게 부여한다’ 등 ‘갑을 관계’를 이용한 부당특약은 그동안 우회적인 부당 단가인하의 수단으로 악용돼왔다.

사전예방 체계 확립을 위해서는 납품단가 결정·변경 관련 거래기록 관리의무를 강화, 불공정 거래유인을 사전에 막도록 했다.

또 납품단가 인하의 부당성 판단기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하반기 중 제시해 기업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도록 했다.

이밖에 대기업이 공동 활용할 수 있는 ‘대금지급 모니터링 시스템’을 상반기 중 공공부문부터 마련해 발주기관이 1차 협력사에 지급한 거래대금이 2·3차 협력사에도 잘 지급되는지를 감독할 수 있게 했다.

대금지급 시 발주기관에 문자메시지(SMS)로 통보하고 지연 시 자동으로 알려주는 식이다.

공공 발주 시에는 하도급계약과 대금지급이 적절성 여부를 발주기관이 전자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정부계약 하도급 관리시스템’도 하반기 중 구축하기로 했다.

부당 단가인하 적발 시 제재 행위는 한층 강화된다.

부당 단가인하에 개입한 경우 최고경영자(CEO)까지 고발하는 등 개인 고발을 확대하고 하도급법 특별교육 이수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현재 개인에 대한 검찰 고발은 하도급 업체에 대한 보복조치나 우회적 방법을 통한 법위반 등 위법성이 큰 사안에 한해서만 이뤄지고 있다.

상습 위반 사업자의 공공부문 입찰참가를 제한하기 위해 하반기 중 하도급법 시행령을 개정, 참가제한 기준인 누산벌점 기준을 10점에서 5점으로 하향하기로 했다.

이밖에 하도급법 개정에 반영된 3배 손해배상제도가 활성화되도록 공정위가 중소기업에 증거자료 제공을 지원하고 소송관련 자문을 협조하기로 했다.

또 거래관계 단절을 우려한 중소기업이 신고를 기피하는 것을 막고자 내년 하도급법 개정을 통해 부당거래 제보에 대한 신고포상금제를 도입하고, 동반성장위, 중기중앙회 등으로 불공정 신고센터 설치도 다양화할 방침이다.

◇대·중소기업 상생발전 유도…판로 다변화 지원

이번 대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위한 시스템 구축에도 중점을 뒀다.

우선 TV 홈쇼핑사들이 운영하는 상생펀드를 올해 760억원에서 내년 2천100억원으로 증액하도록 해 시중보다 1.8∼5%포인트 낮은 금리로 융자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2009년 도입된 상생보증 프로그램과 지난해 도입된 동반성장보험을 활성화하기 위해 대기업의 추천권 독점을 개선하고 대기업에 대한 세액공제 부여 등 인센티브를 확대하기로 했다.

또 대기업과 협력사가 공정개선과 신기술개발 결과를 공유하는 성과공유제도를 2·3차 협력사로 늘린다.

또한 공정위가 동반성장지수를 산정할 때 납품단가 조정실적에 대한 평가를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중소기업 제품의 대체 판로 개척도 지원해주기로 했다.

우선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종속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국내외 판로망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로 했다.

TV홈쇼핑을 통한 중소기업 제품 노출이 확대될 수 있도록 황금 시간대 중소기업 제품 편성을 5개 TV 홈쇼핑사 기준으로 월 9시간씩 늘리고 중소기업의 수수료 부담도 줄여주기로 했다.

중기전용 판매장 등 중기 전용 판매망도 지원하기로 했다.

대형유통업체에 지급하는 판매비용 부담도 줄여주기로 했다.

대형마트 등에서 상품 매입액의 일부를 판매 장려금으로 수령하는 방법으로 납품단가를 우회 인하하는 관행도 개선하기로 했다. 대형마트의 인테리어 등 각종 비용을 떠넘기는 관행도 바꾸기로 했다.

중소기업 제품의 수출을 늘리고자 중소기업 물품을 구매·수출하거나 수출 프로세스 전체를 일괄 대행하는 전문무역상사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 S/W 유지관리 예산 현실화…공공부문부터 선도

정부는 공공부문이 솔선해 부당 단가인하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도 천명했다.

대표적으로 창조경제의 핵심임에도 무형물이라 제값을 보장받지 못한 소프트웨어(SW) 발주와 관련, 유지관리 대가 예산을 현실화하기로 했다.

우선 유지관리 대가 예산을 SW 도입가의 8%에서 내년 10%, 2017년까지 15%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공공기관 발주에서 원사업자는 SW 유지관리보수를 도입가의 8%, 수급사업자는 2∼3%만을 받고 있어 인건비 충당도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1억원 상당의 SW를 판매하면 원사업자는 유지관리보수로 연 800만원을 받으며 실제 유지관리업무를 하는 하도급업체는 연 200∼300만원만을 받는 상황이다.

오라클 등 외산 SW는 도입가 1억원 기준 유지관리보수를 2천200만원 책정한 것과 대비된다.

정부는 또 SW 분리발주 의무대상 사업규모를 확대해 하드웨어(HW)와 SW 일괄발주에 따른 SW 가격 후려치기를 막기로 했다.

현행 10억원 이상 사업 중 SW 가격이 5천만원이 넘어야만 분리발주 대상이 되지만 앞으로는 이를 5억원 이상 사업으로 기준을 낮춘다는 계획이다.

건설 부문에서는 설계서 상 공사량을 임의 조정하거나 시공사 부담으로 추가시공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불공정행위를 감시하기 위한 불공정 공공발주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공공 발주의 공정성 여부에 대한 평가도 강화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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