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술 스테로이드 척추치료’ 금지약물 논란

‘비수술 스테로이드 척추치료’ 금지약물 논란

입력 2013-06-26 00:00
업데이트 2013-06-26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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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통증 환자들에게 비수술 약물치료를 해오던 병원들이 요즘 속병을 앓고 있다. 그동안 척추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주사해 온 스테로이드약물 ‘트리암시놀론’을 더는 쓸 수 없게 되면서 이 시술 자체의 효과마저 의심받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월 의약품 품목허가사항 변경지시를 통해 의약품 보존제 성분인 ‘벤질알코올’이 들어간 스테로이드약물 ‘트리암시놀론’에 대해 경막외나 척수강내 투여를 금지했다.

이 조치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트리암시놀론을 경막외나 척수강내로 주사한 환자에게서 사망을 포함한 심각한 이상반응이 나타났다는 내용의 안전성 정보를 내놓은데 따른 것이다.

이 안전성 정보를 보면 트리암시놀론을 척수강 내에 투여했을 때 복부팽만, 장·방광 기능이상, 지주막염, 수막염, 하반신 마비 등의 이상 반응이 관찰됐다.

스테로이드 약물치료는 가장 일반적인 비수술 척추치료법 중 하나로 척추 디스크탈출증이나 척추관협착증에 주로 사용된다. 이 치료법은 척추 요추의 ‘경막외강’ 또는 꼬리뼈 사이에 있는 신경 통로를 통해 약물을 주입하는 방법으로 나눌 수 있다. 두 가지 시술 방법에 큰 차이는 없다. 가장 일반적인 적응증은 척추디스크로 신경이 눌렸거나, 척추관협착증이 심하지 않은 경우다.

약물치료는 급성 통증에도 효과를 볼 수 있고, 젊은 추간판탈출증 환자의 경우 수술을 않고도 이 방법으로 치료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효과는 척추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들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척추수술 전문가인 이춘성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스테로이드 주사치료가 일부 디스크 환자에게 수술을 하지 않고도 매우 우수한 효과를 낸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치료에 주로 사용돼 온 스테로이드 약물 트리암시놀론의 사용이 금지된 이후 치료효과가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는 점이다.

김용철 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식약처가 트리암시놀론 사용을 금지한 이후 다른 대체약물을 써봤지만, 효과가 크게 떨어져 환자나 의료진 입장에서 난감한 상황”이라며 “우리나라에서는 안전성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학회 차원의 의견을 식약처에 3차례나 냈지만 묵살됐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 부작용이 거론된 것은 이 약물에 들어가는 보존제 때문으로, 국내에서는 완제품을 수입해 쓰고 있어 부작용 우려가 없다는게 김 교수의 주장. 더욱이 김 교수는 문제가 발생한 미국에서조차 의사들이 이 약물을 여전히 쓰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트리암시놀론 등의 스테로이드 약물을 같이 쓰면서도 비용은 수백만원에 달하는 ‘신경성형술’에 대한 비효율성 주장과 맞물리면서 비수술 척추치료는 논란이 더 커지는 모양새다.

이춘성 교수는 “같은 스테로이드 약물을 처방하면서 효과도 없는 허리 유착을 풀어준다는 명분 아래 치료비로 200만원 이상을 받고 있는 신경성형술은 문제가 크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 교수가 언급한 신경성형술은 꼬리뼈 근처에 있는 신경 통로로 가느다란 관이나 내시경을 주입해 직접 유착된 부위나 압박된 신경 부위를 풀어 주고 나서 약물을 주입하는 방식을 말한다. 일반적인 주사치료와 마찬가지로 궁극적으로는 스테로이드 약물이 쓰이지만 상대적으로 비용이 비싸 효과를 둘러싸고 여전히 찬반 논란이 거세다.

이에 대해 상당수 전문가들은 스테로이드 약물의 치료효과가 크다고 해도 맹신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한다. 즉 치료의 원칙을 잘 알고 규정대로 잘 사용한다면 매우 좋은 치료법일 수 있지만 적응증을 임의로 확대하거나 치료효과를 과신해서도 안 된다는 얘기다.

진동규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다른 스테로이드 약물에 비해 트리암시놀론의 작용시간이 더 길기 때문에 효과도 우수했던 것”이라며 “신경성형술의 경우 수술법 자체로 문제될 건 아니지만 가격이나 적응증 등이 정립되지 않은 게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상호 우리들병원 이사장은 “트리암시놀론은 그 효과 여부를 떠나 외국에서 부작용이 여러차례 확인된 만큼 국내에서도 안전한 대체 약물을 쓰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신경성형술의 경우도 수술 후 신경유착이나 신경통이 있는 환자에 국한하고, 마비가 생긴 환자에게 남용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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