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세·감면 정비 ‘부유층 과다혜택’ 축소에 초점

비과세·감면 정비 ‘부유층 과다혜택’ 축소에 초점

입력 2013-06-26 00:00
업데이트 2013-06-26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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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까지 5조7천억원 규모 정비…분리과세 금융상품도 조정

비과세·감면 제도가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가 세목 확대나 세율 인상 등 직접적인 증세 없이 공약 이행 재원 135조원을 마련하겠다고 나선 만큼 세입 기반의 확대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26일 조세연구원이 기획재정부의 연구용역을 받아 마련한 ‘비과세·감면제도에 대한 제언’ 보고서는 이런 입장을 고려해 정비방안을 제시했다.

◇2015년까지 5조7천억원 규모 정비…2017년까지 18조원 조달

비과세·감면 제도는 정부가 정책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기업이나 가계를 지원하는 세금 감면을 뜻한다. 재정지출과 구별하고자 조세지출로도 부른다.

비과세·감면제도에 따른 국세 감면액은 최근 몇 년간 30조원 안팎에서 유지됐다.

정부는 지난달 공약가계부 발표 때 비과세·감면 정비로 2013∼2017년 기간 총 18조원의 공약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2015년까지 총 5조7천억원 규모의 비과세·감면제를 정비한다는 방침이다.

조세연구원은 이번 비과세·감면 제도 개편의 기본방향으로 ▲세제 정상화 ▲세 부담 형평성 제고 ▲재정의 합리적 배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우선 일몰 기한이 도래한 제도는 원칙적으로 폐지하되 필요한 경우에는 엄격한 검토를 거쳐 재설계 후 도입한다는 기존 정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 제도 신설이나 확대는 최대한 억제하고 기존 제도를 폐지·개편할 때는 수직·수평적 형평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세출예산과 연계를 강화해 비과세·감면이 아닌 재정지원으로도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사안은 우선적인 정비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44개 제도 폐지대상 분류…재정지출과 중복지원도 42개

연구원은 이런 관점에서 226개 비과세·감면 제도에 대해 소관 부처의 자체평가 의견을 제출받아 퇴출 대상을 골라냈다.

평가 결과 자녀양육비 추가공제 등 10개 제도는 ‘아주 미흡’, 경로우대자 추가공제 등 34개 제도는 ‘미흡’으로 판단됐다.

연구원은 ‘미흡’·’아주 미흡’ 평가를 받은 44개 제도는 원칙적으로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관련 부처가 평가의견을 내지 않은 40개 제도는 우선적인 정비대상으로 분류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학수 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비과세·감면 개편 의지는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조세원칙에 부합한다”며 “다만 대내외적 경제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아 이해관계자들이 크게 저항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연구원은 정부의 세출예산과 정책목표가 중복될 가능성이 있는 각종 비과세·감면제도 현황도 별도로 점검했다.

181개 비과세·감면제도를 20개 정책 분야로 분류해 점검한 결과 세출 예산사업과 유사·중복 가능성이 있는 제도는 42개로 집계됐다.

2013년 전망치 기준으로 비과세·감면에 따른 전체 조세지출액은 18조5천722억원이며,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7조4천978억원(40.3%)이 유사·중복 가능성이 있는 지출로 분류됐다.

정부는 비과세·감면으로 지원하는 사업에 2013년 예산 기준 13조1천43억원을 중복해 편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공제는 세액공제로…조세회피용 금융상품 조정

연구원은 용역보고서에서 분야별 비과세·감면제도의 정비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소득세와 금융과세 부문은 고소득층에 유리하게 규정된 비과세·감면제도를 정상화해 역진성을 완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연구원은 우선 근로과세 소득공제 중 인적추가공제와 특별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특히 보험료공제, 의료비공제, 교육비공제, 기부금공제 등 특별공제의 조세부담 역진성이 크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현재 특별공제 한도를 2천500만원으로 정하고 있지만, 평균소득 5억원이 넘는 고소득층에게만 적용돼 실효성이 적은 편이다.

다자녀추가공제, 출산·입양자공제, 6세 이하자공제, 부녀자공제 등 인적추가공제는 기존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와 자녀장려세제 도입과 연계해 세액공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연구위원은 “소득이 많을수록 높은 세율을 적용받기 때문에 동일한 금액을 소득공제받더라도 실질적인 세제혜택은 고소득층이 더 크다”며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면 고소득층 부담은 늘지만 중산층 부담은 거의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액 금융자산가에게 더 큰 혜택이 돌아가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분리과세 대상 금융상품도 혜택 제외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투자펀드, 선박투자펀드, 해외자원개발펀드 등 투자상품과 장기저축성보험의 보험차익 비과세 상품이 우선적인 검토 대상으로 추정된다.

이들 상품은 금융소득종합과세에 대한 조세회피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분리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투자금액 한도를 설정해야 한다고 연구원은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최근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을 2천만원으로 낮춰 금융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했지만 분리과세나 비과세 금융상품에 대한 후속조치가 뒤따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년층을 위한 생계형저축은 자산요건 강화를, 누구나 가입 가능한 세금우대종합저축은 폐지를 권고했다. 가입 문턱이 낮은 농·수협 준조합원에 대한 세제혜택 폐지도 주문했다.

렌터카에 대한 개별소비세 면제혜택도 1년마다 차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조세회피가 가능해 제도보완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대기업 편중’ 투자·연구개발 세제혜택 재정비

대기업에 혜택이 집중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투자·연구개발 관련 비과세·감면제도도 고용을 유발하는 방향으로 개편될 전망이다.

적자 상태인 중소기업은 세제지원 혜택을 받을 수 없으므로 세제지원보다는 세출 예산 등 다른 방식의 지원이 바람직하다고 연구원은 제언했다.

연구원은 우선 환경보전과 에너지절약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문제 삼았다.

정책의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공제율이 기업규모를 가리지 않고 10%로 높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이를 생산성 향상 투자의 세액공제율(대기업 3%, 중소기업 7%)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건의했다.

민간기업의 해외자원개발 투자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해외자원개발투자 과세특례는 올해 말 일몰 도래와 함께 제도를 종료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연구개발(R&D) 분야는 인력개발비나 연구원 학력기준 등 비용 인정 범위를 조정해 제도를 합리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연구개발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도 다른 제도와 통합하거나 세율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중소기업지원 분야에서는 고용창출과 창업·에인절투자 지원과 관련해 조세지원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의 정비가 추진될 전망이다.

기업의 어음제도 개선을 위한 세액공제, 재활용 폐자원에 대한 부가세 의제매입세액공제제도, 신용카드 사용에 따른 자영업자의 부가가치 세액공제 등은 정책목표를 달성했거나 제도의 효과를 상실해 축소 또는 폐지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면세유 제도와 농어업 기자재에 대한 영세율 적용 혜택도 세출 예산사업으로 전환할 것을 제언했다.

폐광지역 카지노에 대한 개별소비세 저율과세 제도는 세율을 대폭 인상할 필요가 있으며, 외국인투자자의 배당소득 감면제도 이중혜택 논란이 있어 폐지가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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