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합회 금리 공시 신뢰성 흠집

은행연합회 금리 공시 신뢰성 흠집

입력 2013-06-27 00:00
업데이트 2013-06-27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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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띄워놓고 지점 찾아가니 5%대” 고객 낭패

직장인 한모(37)씨는 지난달 대출을 받기 위해 전국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서 은행별 신용대출 금리를 확인했다. 신용등급이 최상위권인 한씨는 최저 수준인 4% 초반의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은행 지점을 찾아갔지만 낭패를 봤다. 연합회 공시보다 실제 금리가 1% 포인트가량 높았던 것이다. 한씨는 “최저금리, 최고금리가 이렇게 차이 날 거면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는 뭐하러 띄워놓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은행연합회가 공시하는 은행별 대출 금리가 실제와 많이 달라 정보로서 기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신문이 26일 주요 은행의 은행연합회 공시 금리와 실제 금리(신용대출 기준)를 비교해 본 결과 작게는 0.19% 포인트에서 크게는 2.73% 포인트 차이가 났다.<표 참조> 신용대출 상품 중 대표 격인 직장인 신용대출의 경우 연합회 공시보다 실제 금리가 높은 곳이 많았다. 최근 세계 금융시장 불안으로 시중 금리가 올랐는데도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반영되지 않은 탓이다.

은행연합회는 홈페이지에 예·적금, 대출, 신탁, 퇴직연금 등 상품별 금리를 공시한다. 대출은 종류별로 가계(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적격대출 등으로 나뉜다. 지난 3월부터는 소비자의 선택을 돕겠다며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를 나눠 공시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경우 영업일 기준으로 대략 한달 정도 금리의 평균 자료가 공시된다. 중소기업 대출은 직전 3개월치를 종합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지금 당장 돈을 빌리는 시점의 금리는 아니어서 정확한 정보가 되지 못한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은행에서 자료를 취합해 공시하는 기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품의 가짓수가 수십개에 이르고 신용등급별로도 적용금리가 달라 자료 취합에 구조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서 “당장의 정확한 금리가 공시되는 게 아니어서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금리를 공시하는 정확한 기준도 없다. 시중은행의 금리는 수시로 변경되지만 변경 후 공시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제멋대로다. 은행연합회 측은 “해당 자료는 은행의 공시 담당자가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직접 등록·게재하기 때문에 우리가 틀어쥐고 관리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결국 예·적금에서는 최고 금리를, 대출에서는 최저 금리를 찾아 움직이는 소비자들은 사설 금리 비교 사이트로 몰리고 있다. 이른바 ‘금리 쇼핑’이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클린모기지, 모기지마켓, 뱅크아파트 등 각 은행별 금리를 비교해 놓은 사이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연합회가 매일 바뀌는 대출금리를 따라오지 못하다 보니 개인별 대출 상황에 따라 금리 비교 사이트에서 확인한 뒤 은행을 찾는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2013-06-2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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