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솥, 네가 그리 전기를 먹을 줄이야

밥솥, 네가 그리 전기를 먹을 줄이야

입력 2013-06-28 00:00
업데이트 2013-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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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 에너지 소비효율 얼마나 알고 계세요

큰맘 먹고 에어컨을 사도 켤 엄두를 못 낸다. 팔 때는 분명히 초절전이라고 했는데, 날아드는 전기요금 청구서를 보면 판매원이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이런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가전제품을 사기 전에 꼭 확인할 게 있다. 에너지소비효율 등급이다. 자동차의 공인연비처럼 전자제품이 에너지를 얼마나 잡아먹는지를 일러준다.

에너지소비효율 등급은 보통은 제품 앞이나 옆면에 노란 라벨을 붙여 소비자들이 에너지 절약형 제품인지 아닌지를 쉽게 확인할 수 있게 한다. 등급 라벨이 붙는 제품은 냉장고, 에어컨, 식기세척기, 전기 냉온수기, 백열전구 등 가정에서 주로 사용되는 35개 품목이다.

효율 대비 에너지 사용량에 따라 1~5등급으로 구분한다. 물론 1등급에 가까울수록 에너지 절약형 상품. 에너지관리공단은 등급 간 효율의 차이를 5~7% 정도로 본다. 1등급 제품을 사용하면 5등급 제품을 사용하는 것에 비해 약 30~40%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 제조사 입장에선 에너지 소비효율을 높이는 데 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효율이 높은 제품이 낮은 제품보다 판매가격이 높다. 일부 가전제품은 교체주기가 10년에 가까워서 이왕이면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을 택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다. 에너지소비효율 등급 라벨에는 에너지등급(1~5등급) 외에도 소비전력량, 이산화탄소 배출량, 모델명, 연간(또는 월간) 에너지 비용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 중 연간 에너지 비용은 해당 제품을 쓸 때 전기 요금이 얼마나 나올지 어림한 결과다.

에어컨은 16평형 제품을 기준으로 할 때, 에너지 효율 1등급 제품의 월간 소비전력량은 5등급의 60%이다. 에어컨을 사놓고도 전기요금 걱정에 맘 놓고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을 이용하면 걱정을 조금이나마 들 수 있다. 그런데 가전매장에 가 보면 사실 5등급 제품은 거의 찾을 수 없고 대부분 1~3등급 마크가 붙어 있다. 이럴 땐 에너지소비효율 등급 마크의 모델명 아래에 있는 냉방효율을 비교하면 된다. 냉방 효율은 냉방능력(W)을 소비전력(W)으로 나눈 값으로, 같은 1등급이라도 차이가 있다. 효율을 나타내는 만큼 숫자가 클수록 좋다.

냉장고는 1년 365일 내내 전기 코드를 꽂아놓고 사용해야 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이 중요하다. 전원을 계속 켜두는 데다가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전기 소모량도 다른 가전제품에 비해 높다.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제품으로 바꾸면 5등급 제품을 쓸 때보다 30~45%의 전기 소비가 절감된다. 냉장고는 1등급과 2등급의 한 달치 전기요금 차이는 4000~1만원 정도다. 원리가 엇비슷한 김치냉장고도 1등급과 2등급의 월 전기 요금을 비교하면 5000~7000원쯤 차이가 난다. 1등급과 5등급을 비교하면 차이는 3만~5만원 수준으로 벌어진다.

헷갈릴 수 있는 기준도 있다. 전기밥솥이 대표적이다. 전기밥솥에는 1인분 표시전력량이 적혀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1인분 표시전력량은 밥 1인분을 지어 6시간 동안 보온할 때 쓰는 전력량을 말한다. 한꺼번에 많은 밥을 지어 하루종일 보온 기능을 켜놓는 가정이라면 전기밥솥은 ‘전기 먹는 하마’로 변할 수 있다. 이유 없이 다른 집보다 전기요금이 많이 나오는 집은 전기밥솥을 의심해볼 만하다. 세탁기는 세탁물 1㎏당 소비하는 전력량과 세탁에 걸리는 시간 등이 표시돼 있다. 에너지소비효율 3등급의 세탁기를 1등급으로 바꾸면 연간 1만원가량의 전기요금을 아낄 수 있다.

가전제품은 아니지만 당장 바꿔 요금 절감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것도 있다. 차세대 광원인 발광다이오드(LED)다. 일반 가정에서 10개가량의 조명을 고효율 LED 램프로 교체하면 1주일 만에 약 40㎾의 전기를 아낄 수 있다. LED 램프를 한 달 동안 사용했다고 가정했을 때 기존 백열 램프, 할로겐 램프에 비해 조명의 전기 사용료를 3만 5000원가량 아낄 수 있다. 전자레인지처럼 아직 에너지효율등급이 없는 제품도 있다. 이런 경우라면 에너지 절약 마크가 부착된 제품을 고르면 된다. 구매하려는 제품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확인하고 싶다면 에너지효율 비교사이트인 ‘효율바다’(effic.kemco.or.kr)를 방문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연간 에너지비용(전기요금)은 시험기관에서 측정한 연간 소비전력 데이터를 활용,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계산돼 표시된다. 연간 소비전력량(㎾h)×160(원/㎾h)은 연간 에너지비용(원). 하지만 이 계산만 믿다가는 큰코다치는 수가 있다. 실제 전기요금은 사용량에 따라 ㎾/h당 요금이 11.7배까지 증가하는 누진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2013-06-28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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