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크루즈선이 들어오면 면세점은 ‘쇼핑 전쟁’

中 크루즈선이 들어오면 면세점은 ‘쇼핑 전쟁’

입력 2013-07-21 00:00
업데이트 2013-07-2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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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제주면세점 ‘홍역’…사무직원까지 동원

사례 #1. 중국 관광객 3천여 명을 태운 크루즈선이 부산항에 입항한 지난달 29일. 해운대에 위치한 신세계면세점 직원들은 쓰나미가 닥친 것 같은 2시간을 보냈다.

70여 대의 버스에 나눠 탄 중국 단체 관광객들이 한꺼번에 면세점 매장에 쏟아져 들어와 쇼핑에 나선 것이다. 단 2시간 동안 이들은 무려 53만 달러(약 6억 원) 어치의 물건을 샀다.

로렉스, 까르띠에 등 개당 6천∼7천 달러짜리 명품 시계부터, 한류스타 송혜교가 광고하는 화장품, 원빈이 광고하는 밥솥 등이 이들의 주로 구매한 제품들이다.

사례 #2. 중국 크루즈선 보이저호가 부산항에 들어온 지난 4월19일. 롯데부산면세점에는 무려 2천930명의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한꺼번에 들이닥쳤다.

2시간 동안 이들은 10억 원이 넘는 액수의 면세품을 구입했다. 고가 시계와 명품은 물론 한국 담배를 사기 위해 면세점 매장에 길게 줄을 늘어선다. 지난 5월에는 무려 700보루의 한국 담배가 팔린 적도 있다.

최근 부산·제주 등에 중국 크루즈선 기항이 늘면서 이 지역의 면세점들은 1주일에 1∼3차례 입항하는 중국 크루즈선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중국에서 출발해 부산을 거쳐 제주로 가거나 제주를 거쳐 부산으로 오는 크루즈선에는 한 번에 대략 1천500명∼3천 명의 단체 관광객들이 승선한다.

통상 중국 관광객을 태운 크루즈선은 부산항에 오전 8시에 입항했다가 오후 5시에 출항한다. 중국 크루즈 관광객들은 배가 항구에 머무는 몇 시간 동안 시내 관광지를 둘러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인근 면세점으로 향한다.

크루즈선 안에도 면세점이 있지만 중국 관광객들은 한국 면세점을 더 좋아한다. 다양한 물건이 구비돼 있는데다 ‘짝퉁’도 없다는 믿음 때문이다.

크루즈선에서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관광객 수가 워낙 많은 데다 씀씀이도 커서 이들이 면세점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중국 크루즈선이 입항하는 날 해운대 신세계면세점 매출의 절반가량(47%)은 중국 관광객들이 채운다. 6월에는 총 10차례 중국 크루즈선이 입항했다. 이들이 구매한 액수는 이 면세점 무려 월 매출의 17%에 달했다.

롯데부산면세점에서는 3천 명의 크루즈 단체 관광객이 몰려든 지난 5월에는 한국 담배가 700보루 이상 팔린 적도 있다. 하루 평균 판매량의 5배가 넘는 물량을 결제하기 위해 사무직원까지 동원되는 진풍경도 연출된다.

씀씀이가 큰 일부 고객들은 매장을 돌며 경쟁하듯 물건을 구매하기도 하고, 중국인이 좋아하는 국산 패션 브랜드 가방 라인 전체를 사가는 경우도 있다.

크루즈선의 단체 관광객이 오는 날이면 면세점 주차장은 70∼100대의 대형 버스로 장사진을 이룬다.

사무직원들은 주차장으로 나가 주차관리를 해야 한다. 한꺼번에 버스가 몰리지 않도록 시차를 두고 시내 관광을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북적이던 관광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 매장은 한산해진다. 그러나 면세점 직원들은 크루즈 출항 시간 전에 고객들이 구매한 물품을 신속하게 부산항 인도장으로 옮겨야 하기 때문에 눈코 뜰 새가 없다.

올해 상반기 부산항 크루즈선 입항 횟수는 58차례. 이 가운데 28차례는 중국에서 출발한 크루즈의 입항이었다. 덕분에 중국인 크루즈 여행객은 지난해 4만4천여 명에서 9만4천여 명으로 배 이상 늘었다.

연말까지 입항 예정된 것을 모두 합하면 올해 전체 크루즈선 입항은 103회에 달한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지난해 면세점을 방문한 중국 단체 관광객은 3만 명가량이었는데 올해는 10배 많은 30만 명이 방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대형 크루즈선이 자주 입항하면서 부산 관광산업이 활성화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관광산업 육성방안에 따라 크루즈를 더 많이 유치하고 오랫동안 입항할 수 있도록 하면 면세점은 물론 지역 관광 산업이 더욱 활기를 띨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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