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 우산 쓴 기업’ 애플 이미지 추락… 삼성엔 득

‘보호무역 우산 쓴 기업’ 애플 이미지 추락… 삼성엔 득

입력 2013-08-05 00:00
업데이트 2013-08-05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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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 애플 특허 소송 영향과 시장·해외언론 반응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애플 특허 침해 결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향후 시장의 반응과 남은 소송에 대한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 정부의 거부권 행사로 애플 제품에 대한 미국 내 수입금지 조치는 무산됐지만 이것이 애플이나 삼성전자 영업 실적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수입금지 품목이 모두 구형 제품군이라 판매 실적 기여도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수입금지 품목 중 그나마 최신 제품인 스마트폰 아이폰4만 해도 이미 출시된 지 3년이 넘었다.

대신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기업 이미지 측면에서는 삼성전자에는 득이, 애플에는 실이 됐다고 보고 있다. 지난 6월 ITC가 “애플이 삼성전자 특허를 침해했다”고 결정하면서 삼성전자는 잘나가는 타사 제품을 모방하는 ‘카피캣’(copy cat) 기업이란 이미지를 어느 정도 벗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미 정부가 자국 기업인 애플의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가 되면서 애플은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우산 아래 놓인 기업으로 이미지가 추락했다는 것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아이폰4 등이 로엔드(저가형) 시장을 일부 형성하고 있다 하더라도 현 시점에서 실적을 따지는 건 의미가 없을 것”이라면서 “삼성-애플 간 소송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미 정부의 선택이 애플 입장에서도 그다지 좋을 것은 없다”고 말했다.

미 정부의 조치가 오는 9일로 예정된 ITC의 또 다른 결정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ITC는 당초 지난 1일로 예정된 애플 특허 4건에 대한 삼성의 침해 여부 최종 결정을 9일로 미뤘다. 업계에서는 이미 갤럭시S, 갤럭시S2 등 삼성전자 구형 제품군이 애플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한 ITC의 예비판정이 이번에 뒤집히지는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또 그 경우에 미 정부가 이번처럼 수입금지 조치를 거부하지도 않을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애플이 침해한 삼성전자의 특허는 서비스 구현에 반드시 필요한 ‘표준특허’로 미 정부의 ‘프랜드’(FRAND) 원칙이 적용되는 반면, 삼성전자가 침해한 애플의 특허는 ‘디자인 특허’라 반드시 같은 결론이 난다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미 정부는 표준특허에 대해서는 특허 보유자가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 방식으로 사용 허가를 내줘야 한다는 프랜드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미 정부가 표준특허는 프랜드 원칙을 주장하며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디자인특허만 유독 지켜야 한다고 말하는 건 모순일 수 있다”며 “디자인은 보호받고 표준특허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원칙은 이현령비현령식”이라고 꼬집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금은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모든 수단을 검토하고 실효성을 따져볼 것”이라며 “그러나 이번 소송 문제 때문에 글로벌 시장 전략이 수정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오바마 행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자 해외 언론들도 앞다퉈 속보를 전하며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백악관의 개입은 매우 드문 일”이라며 “애플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유럽, 태평양 국가들과의 무역협상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미국 기업 보호는 그보다 더 공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화통신은 “이번 거부권 행사는 삼성에 타격이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에 대한 삼성의 특허 침해 관련 승리가 오바마 행정부의 거부권으로 공허해졌다”고 지적한 뒤 “궁극적으로 이번 결정은 삼성전자와 애플 간 의미 없는 특허 전쟁을 끝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2013-08-0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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