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공기업’ 인사파동 새 불씨 되나

‘민영화 공기업’ 인사파동 새 불씨 되나

입력 2013-08-31 00:00
업데이트 2013-08-31 00:32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이석채 KT회장 靑 사퇴종용설…포스코·KT&G 등 민영화 이후도 정부 입김 작용

KT와 포스코 등 공기업에서 민간기업으로 바뀐 ‘민영화 공기업’이 인사 파동의 ‘새로운 불씨’가 될지 주목된다.

30일 청와대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이석채 KT 회장이 청와대로부터 퇴진 요구를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청와대는 이 회장에 대한 사퇴 종용설과 관련해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논란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KT는 2002년 공기업에서 민영화됐다. 대통령이나 정부가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사라진 것이다. 포스코(회장 정준양)는 2000년, KT&G(사장 민영진)는 2002년 각각 민영화됐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민영화 이후에도 최고경영자(CEO)을 비롯한 임원진 인사에서 정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해 왔다.

앞서 전임 CEO들은 정권이 바뀌면 임기와 상관없이 교체되기도 했다. 남중수 전 KT 사장이 2008년 검찰 수사를 계기로 중도 퇴진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석채 회장과 정준양 회장은 2015년 초, 민영진 사장은 2016년 초까지 각각 임기가 남아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 흔들면서 교체설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지배 구조가 여전히 정부의 직간접적인 영향력 아래에 놓여 있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지난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10대 민간 그룹 총수와의 오찬 간담회에 재계 순위 6위인 포스코의 정 회장이 초청받지 못한 것을 놓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정부 측에서는 공공기관인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라는 점을 배경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최대주주 역시 국민연금이어서, 정부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들 기업에 ‘눈독’을 들이는 여권 주변 인사들도 상당하다. 기업의 수장이 바뀔 경우 임원진은 물론 계열사까지 ‘도미노 인사’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자리가 나기 때문이다. 계열사는 포스코 70여곳, KT 50여곳, KT&G 10여곳에 이른다. 이 때문에 일부 정치권 인사들 사이에는 이들 기업이 고액 연봉을 받는 자리가 쏟아지는 ‘노다지’라는 인식도 깔려 있다. 투자의 귀재라는 워런 버핏이 투자한 글로벌 기업 포스코에 비정상적인 압력이 가해진다면, 어느 외국인이 포스코에 투자를 할 수 있겠느냐는 말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새 정부에서 새롭게 자리를 차지하려는 세력과 지난 정부에서 임명돼 자리를 뺏기지 않으려는 세력 간 물밑 힘겨루기도 치열하다”고 전했다. 인사 관련 잡음이 끊이지 않는 우리금융이나 KB금융 등 금융회사들도 비슷한 처지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적하는 ‘비정상’의 범주에 속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의 영향력이 큰 ‘무늬만 민간기업’ 인사에서 새 정부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2013-08-31 2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4%’를 담은 ‘모수개혁’부터 처리하자는 입장을, 국민의힘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각종 특수직역연금을 통합하는 등 연금 구조를 바꾸는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당신의 생각은?
모수개혁이 우선이다
구조개혁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