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투자 15개월째 감소… 투자활성화 대책 ‘무색’

설비투자 15개월째 감소… 투자활성화 대책 ‘무색’

입력 2013-08-31 00:00
업데이트 2013-08-31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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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이후 최장 기간 마이너스… 대형사건 없는데도 회복 안돼

기업 설비투자가 15개월 연속 감소했다. 외환위기 이후 가장 긴 기간에 걸친 감소로 정부의 투자활성화 의지가 무색하다. 이번 설비투자 감소는 기존과 달리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글로벌 금융위기 등 대형 사건이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불확실한 경제 전망에 기업과 가계 모두 돈을 움켜쥐고 놓지 않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투자활성화, 부동산 대책 등 정부가 그간 쏟아놓은 정책들이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얼마나 긍정적으로 바꾸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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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30일 발표한 ‘7월 산업동향’에 따르면 광공업 생산은 6월보다 0.1% 줄었다. 지난 4월 0.5% 증가, 5월 0.2% 감소, 6월 0.6% 증가 등 보합권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서비스업도 0.2% 감소했다. 반면 건설업이 0.8%, 공공행정이 5.9% 각각 늘어나면서 전체 산업생산은 6월보다 0.3% 증가했다.

기업 설비투자는 6월보다 2.5%, 지난해 7월보다 8.3% 감소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할 때 2012년 5월부터 15개월째 감소세다. 외환위기 당시 1997년 7월부터 1998년 12월까지 18개월간 설비투자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2001년 IT 버블 붕괴 당시에는 13개월(2000년 11월~2001년 11월),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11개월(2008년 10월~2009년 8월)씩 설비투자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바 있다. 최근의 설비투자 감소에는 대형 사건이 없는 셈이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실물경제팀장은 “강펀치(큰 이슈) 없이 잽을 연타로 맞으면서 오히려 크게 인지하지 못하는 형태로 설비투자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정부 정책이 아직 효과를 못 내는 상황에서 경기 불확실성이 커서 가계와 기업 모두 돈을 쥐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들의 심리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상반기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및 투자활성화 정책의 효과 등으로 하반기에 설비투자가 나아지면서 경제에 활력이 돌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의 투자가 늘면 일자리가 늘고 임금이 오르며 이에 따라 가계소비도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미국의 출구전략(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풀었던 돈을 거둬들이는 것), 일본의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총리의 경기부양책), 중국의 경기 둔화 등 국제적 악재와 가계부채, 부동산 매매 실종, 전·월세 가격 상승 등 국내 악재들이 크게 불거지지 않을 때 가능하다. 기업들이 국내 투자보다 싼 인건비와 적은 규제를 찾아 해외 투자를 늘리는 구조적인 문제도 남아 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정부 정책들이 연말로 갈수록 효과를 발휘하고 통계상의 기저효과로 하반기에는 설비투자 수치가 나아질 것”이라면서 “하지만 올해 전체로 보면 지난해와 비교해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2013-08-3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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