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충격 우려…추석연휴 모니터링 강화
17∼18일(미국시간)로 예정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임박하면서 한국 정부의 대응 움직임도 점차 긴박해지고 있다.정부는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에 들어갈 경우 단기적인 충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모니터링 강도를 높이고 대응책을 점검하고 있다.
16일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정부는 미 연준이 이번주로 예정된 FOMC 회의에서 양적완화 축소 방침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대비를 강화하고 있다.
최희남 기재부 국제금융정책국장은 “예상대로 100∼150억 달러 수준으로 양적완화 축소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FOMC 결과에 대비해 연휴기간 중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국장은 “양적 완화 축소 여부와 규모에 따른 시나리오를 마련해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 연준은 현재 매월 850억달러(약 92조원)씩 시행하고 있는 자산 매입 규모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양적완화(QE) 축소가 이뤄지더라도 그 규모가 100억∼150억달러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여기에 양적완화에 비판적이었던 로런스(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이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차기 의장 후보에서 사임하면서 이런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런 전망의 영향으로 이날 오전 코스피는 다시 2000선을 회복했다. 원ㆍ달러 환율은 하락세를 보이며 달러당 1천80원선 가까이 내려갔다.
정부는 미국 출구전략이 이미 수개월 전부터 예고된데다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 풍부한 외화유동성, 양호한 재정 등 경제 펀더멘털이 좋아 여타 신흥국과는 달리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실제로 양적완화 축소에 돌입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의 단기적인 충격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다. 양적환화 축소 규모가 예상보다 늘어날 수도 있으며 축소 시기가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금융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가동할 수 있는 정책카드를 재점검하고 있다.
미 FOMC 회의가 열리는 시간이 한국시간으로는 추석 연휴에 해당하지만, 정부는 회의 결과가 발표되는 대로 공식적인 견해를 밝혀 시장 혼란을 줄일 방침이다.
연휴 마지막날인 22일에는 추경호 1차관 주재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국내외 시장 여파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정부는 외국인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가는 등 시장이 예상보다 출렁인다면 ▲선물환 포지션 한도 규제 ▲외환건전성 부담금 ▲외국인채권투자 비과세 폐지 등 이른바 ‘거시건전 3종세트’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한은은 추석 당일인 19일에도 국제국 등을 중심으로 비상근무 태세를 유지하면서 국제금융 시장 동향을 예의 주시하기로 했다.
한은은 양적완화 축소 규모가 시장의 예상 수준(100억∼150억달러)에서 결정되면 큰 충격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도 마련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은 최악의 경우 경쟁입찰 방식의 외환스와프 등 리먼 사태 때 가동한 외화유동성 공급방안을 다시 손질하고 외환위기가 실물경제로 파급되지 않도록 은행의 수출환어음을 매입하거나 은행권의 무역금융 축소위험을 차단할 계획이다.
금융당국도 추석 연휴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가동한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날 간부회의에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양적완화 축소 시기와 방법을 발표하면 글로벌 금융시장이 받을 영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며 “추석 연휴에도 세계 금융시장 상황을 24시간 점검하고 필요하면 신속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미국의 테이퍼링(tapering·자산매입 축소)이 본격화할 경우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우리나라는 여타 신흥국과는 차별화된, 안정된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한다”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금융감독당국은 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해 기업대출 건전성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최근 은행 등 금융사들이 STX 등 대기업 부실을 떠안느라 순익이 급감하는 등 이상 징후가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08년 금융위기를 가정한 최악의 상황에서 금융사 스트레스 테스트를 강화하고 금융사에 대손충당금 적립 수준을 높이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외화 유동성과 관련해서는 한국이 신흥국의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글로벌 펀드 등이 순유입되고 있어 급격한 외화 유출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 관계자는 “현재 외화 유동성은 풍부한 상황”이라면서 “그러나 글로벌 경기 상황이 언제 바뀔지 모르는 상황이라 급격한 유출을 막기 위한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