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자금조달 급랭… ‘제2의 동양그룹’ 위기설

기업 자금조달 급랭… ‘제2의 동양그룹’ 위기설

입력 2013-10-06 00:00
업데이트 2013-10-06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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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그룹 사태 여파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비우량기업 사이에서 ‘제2의 동양그룹’이 나올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관 투자자가 사지 않는 비우량기업 회사채는 주로 증권사 창구를 통해 개인들에게 판매돼왔다. 동양 사태가 부른 투자심리 악화로 이 창구가 막혀버리면 회사채 상환에 실패하는 기업이 또다시 등장할 위험성이 높아진다.

◇ 동양증권, BBB급 회사채 판매 주요 창구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동양증권은 올해 들어 신용등급 BBB+ 이하 회사채를 2천349억원어치 인수했다. 이는 올해 발행된 전체 BBB급 회사채 18%를 인수한 것으로 증권사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BBB급 회사채를 1천억원 이상 인수한 증권사는 동양증권 외에도 동부증권(1천890억원), KTB투자증권(1천313억원), 유진투자증권(1천255억원), KB투자증권(1천75억원) 4개사가 있다.

동양증권이 BBB급 회사채를 가장 많이 인수한 것은 개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소매 채권 판매에 강한 면모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BBB급 회사채는 기관이 투자하기에 제약이 많아 보통 소매 판매용으로 발행된다. 올해 1∼9월 발행된 신용등급 BBB+ 이하 회사채 40건 가운데 39건이 일부라도 기관에 매각하는 데 실패했을 정도다.

기관 매각 실패 물량을 뜻하는 미매각 회사채는 발행에 참여한 증권사들이 인수해 단위 농협이나 신협, 새마을금고 등의 소규모 금융기관이나 개인 투자자에게 다시 판매한다.

동양증권은 국내 증권사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116개 지점을 기반으로 고금리에 목마른 개인들에게 연 8∼9% 금리의 회사채를 적극적으로 판매했다.

동양그룹 법정관리 사태 이전까지는 투자금 상환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기에 동양증권이 판매하는 고금리 회사채는 ‘완판’ 행진을 이어왔다.

동양증권은 동양그룹 사태가 불거지기 직전인 지난달 17일에도 신용등급 BBB+인 두산건설 회사채 1천억원 발행을 대표 주관하고, 이 가운데 200억원을 인수했다. 2년 만기 회사채의 금리는 연 7.80%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동양증권이 인수한 BBB급 회사채 물량 대부분이 창구 직원을 통해 개인 투자자들에게 판매됐을 것”이라며 “동양증권은 BBB급 회사채를 개인에게 판매하는 주요 창구였다”고 말했다.

◇ 동양사태, 건설·조선·해운업 유동성 위기 촉발하나

동양그룹 사태로 동양증권에서 고객들이 이탈하고 소매 채권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BBB급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는 꽁꽁 얼어붙은 상태다.

특히 5만명에 달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이 부각된 것이 소매 채권 판매에 의존해 자금을 조달해 온 기업들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최종원 삼성증권 연구원은 “동양증권이 모든 소매 채권의 판매 창구가 된 것은 아니지만 위축된 투자심리가 전체 소매 채권 발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도 “동양그룹 채권 투자자들이 다른 소매 채권에도 투자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잇따라 터진 웅진, STX, 동양그룹 사태로 움츠러든 소매 채권시장이 당분간 활로를 찾기 어려워 보인다”고 진단했다.

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하지 못한다면 은행 대출을 받거나 상장사의 경우 유상증자를 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은행들이 비우량 기업에 대한 대출을 꺼리고 있는데다 회사채 투자에 데인 개인들이 일반공모 유상증자에 참여하려 들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김익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동양 사태로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 상당히 줄었다”면서 “건설, 조선, 해운, 항공운수 등 경기민감업종과 재무구조개선 대상 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촉발될 위험이 커졌다”고 판단했다.

현재 시장에서 위기론이 돌고 있는 그룹은 동부, 두산, 한진그룹 등이다. 한진해운, 한진중공업, 현대상선 등 조선·해운업체의 내년 1분기 유동성 위기론도 힘을 얻고 있다.

회사채 소매 판매가 어려워지자 산업은행의 회사채 차환발행 지원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졌지만, 이 제도 또한 ‘안전지대’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금융위의 회사채 시장 안정화 방안에 따라 산업은행은 지난 8월부터 회사채 만기를 맞는 기업들이 차환용으로 발행하는 사모 사채를 인수해주고 있다. 유동성 위기에 처했지만 경영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일정 신용등급 이하의 기업들이 지원 대상이다.

최종원 연구원은 “회사채 인수 제도를 이용한다는 것은 기업 스스로 자금 조달할 여유가 없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긍정적 영향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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