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의원 입법으로 금융감독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 분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국회에서 감독체계 개편을 둘러싸고 진통이 예상된다.
금융위원회 존립 여부까지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는 야당 측의 주장은 물론, 금소원 분리가 소비자 보호와 감독체계 선진화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른다는 지적까지 있기 때문이다.
◇감독체계 ‘이합집산’…정권 입맛에 좌지우지
금융 감독 체계는 지난 20년간 이합집산을 거듭해왔다. 정권 입맛에 따라 감독 체계가 좌지우지됐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 김영삼 정부는 ‘금융개혁 작업’의 일환으로 중앙은행 제도개편안을 논의하면서 은행·보험·증권 등 업권별로 나뉘어 있던 금융감독기관의 통합을 추진했다.
한국은행 산하 은행감독원을 떼어내 보험감독원, 증권감독원과 통합한 금융감독원을 설립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위기를 사전에 감지하고 원활한 정보교류를 통해 신속하게 대응하려면 권역별로 나뉜 감독기구를 합쳐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이후 김대중 정부는 1999년 1월 금감원을 출범시키면서 당시 재정경제부의 감독정책 기능을 떼어 금감원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를 만들고 금감위원장이 금감원장을 겸임하도록 했다.
20여명의 공무원으로 출발한 금감위는 노무현 정부를 거쳐 이명박 정부로 넘어오면서 기획재정부의 국내금융정책 기능을 더 갖고 와 금융위로 확대 개편됐다. 현재는 통일부나 여성가족부와 맞먹는 200여 명의 공무원을 거느린 조직이 됐고 금감원과 금융위 수장도 분리됐다.
금감원은 이명박 정부 들어 저축은행 사태가 터지고 소비자 보호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소비자 보호 기능을 떼어 금융소비자보호처를 하부기구로 만들었다.
박근혜 정부 들어 또다시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이 도마 위에 오르고 소비자보호가 국내 금융의 한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자 금융위는 금감원에서 현재의 금소처를 따로 떼어내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만드는 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금융위 “속전속결 처리”…반발 만만치 않아
금융위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정부입법 대신 절차가 비교적 간단한 의원입법을 통해 금감원 분리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입법을 시도했다가는 빨라야 내년 말이나 금소원 분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달 중순 발의될 정부조직법 및 금융위 설치법 개정안은 금감원에서 소비자보호 기능 등을 떼어 금소원을 신설하는 기존 정부안과 뼈대가 거의 같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소원은 금융민원과 분쟁조정 처리, 금융교육 및 정보제공 등 소비자보호 인프라 구축을 담당하고 서민금융 지원과 금융상품 판매 관련 영업행위 감독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불법 사금융 단속이나 대부업 검사도 담당할 예정이다.
금감원처럼 업무 수행에 대한 규칙 제·개정권을 갖고 금융사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권과 검사권도 갖게 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소비자보호가 중요 이슈가 된 만큼 큰 이견 없이 통과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의 감독체계 개편안은 주로 소비자보호 관련 기구 설립과 ‘금감원 쪼개기’에 초점이 맞춰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금감원을 쪼개는 것보다 금융위의 역할과 위상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만만치 않다.
금융정책은 경기부양과 산업 발전이 목적이지만 감독정책은 금융시장의 안정과 금융사의 건전성 관리인데 금융위는 한 부처가 동시에 수행하기 어려운 두 기능을 함께 갖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금감원과 금융위가 각종 정책 결정 과정에서 번번이 시각차를 드러내는 문제나 엘리트 관료조직이자 이른바 ‘슈퍼 갑’으로 불리는 금융위의 몸집이 너무 비대해졌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현재 야당 측 김기준 의원과 민병두 의원이 발의한 관련 법 개정안도 금융위를 금감위로 축소하고 국내금융 기능을 다시 기재부에 이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떨떠름한 금융사·침통한 금감원…소비자보호 효율성도 의문
금소원을 설립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소비자 보호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금소원이 금감원처럼 금융위 산하에 있고 단독검사도 예외적인 경우에만 할 수 있어 충분한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데다 금감원과 금소원의 업무 중복으로 중간에 끼어 있는 소비자들이 더 불편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소원을 새로 설치하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돈도 결국 소비자 주머니에서 빼와야 한다는 해석도 있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올해 4월 분리된 영국 은행규제청(PRA)과 금융보호감독청(FCA)의 연간 예산은 기구 분리 전 금융감독청(FSA) 예산보다 24%나 늘었다며 이 돈이 결국 금융회사와 소비자 주머니에서 나오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위라는 몸통은 놔두고 팔다리인 금감원만 둘로 나눈다고 감독 체계가 개편되지 않는다”며 “금융위가 정당한 명분을 갖고 있다면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정부 입법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금융위에다 금감원과 금소원 등 졸지에 시어머니 3명을 모시게 된 금융사들도 떨떠름하기는 마찬가지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위와 금감원의 관계에서 볼 수 있듯이 금감원과 금소원도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으면 중간에 낀 금융사와 소비자들이 지금보다 신경 쓸 일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금융위원회 존립 여부까지 원점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는 야당 측의 주장은 물론, 금소원 분리가 소비자 보호와 감독체계 선진화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른다는 지적까지 있기 때문이다.
◇감독체계 ‘이합집산’…정권 입맛에 좌지우지
금융 감독 체계는 지난 20년간 이합집산을 거듭해왔다. 정권 입맛에 따라 감독 체계가 좌지우지됐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 김영삼 정부는 ‘금융개혁 작업’의 일환으로 중앙은행 제도개편안을 논의하면서 은행·보험·증권 등 업권별로 나뉘어 있던 금융감독기관의 통합을 추진했다.
한국은행 산하 은행감독원을 떼어내 보험감독원, 증권감독원과 통합한 금융감독원을 설립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위기를 사전에 감지하고 원활한 정보교류를 통해 신속하게 대응하려면 권역별로 나뉜 감독기구를 합쳐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이후 김대중 정부는 1999년 1월 금감원을 출범시키면서 당시 재정경제부의 감독정책 기능을 떼어 금감원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를 만들고 금감위원장이 금감원장을 겸임하도록 했다.
20여명의 공무원으로 출발한 금감위는 노무현 정부를 거쳐 이명박 정부로 넘어오면서 기획재정부의 국내금융정책 기능을 더 갖고 와 금융위로 확대 개편됐다. 현재는 통일부나 여성가족부와 맞먹는 200여 명의 공무원을 거느린 조직이 됐고 금감원과 금융위 수장도 분리됐다.
금감원은 이명박 정부 들어 저축은행 사태가 터지고 소비자 보호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소비자 보호 기능을 떼어 금융소비자보호처를 하부기구로 만들었다.
박근혜 정부 들어 또다시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이 도마 위에 오르고 소비자보호가 국내 금융의 한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자 금융위는 금감원에서 현재의 금소처를 따로 떼어내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만드는 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금융위 “속전속결 처리”…반발 만만치 않아
금융위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정부입법 대신 절차가 비교적 간단한 의원입법을 통해 금감원 분리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입법을 시도했다가는 빨라야 내년 말이나 금소원 분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달 중순 발의될 정부조직법 및 금융위 설치법 개정안은 금감원에서 소비자보호 기능 등을 떼어 금소원을 신설하는 기존 정부안과 뼈대가 거의 같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소원은 금융민원과 분쟁조정 처리, 금융교육 및 정보제공 등 소비자보호 인프라 구축을 담당하고 서민금융 지원과 금융상품 판매 관련 영업행위 감독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불법 사금융 단속이나 대부업 검사도 담당할 예정이다.
금감원처럼 업무 수행에 대한 규칙 제·개정권을 갖고 금융사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권과 검사권도 갖게 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소비자보호가 중요 이슈가 된 만큼 큰 이견 없이 통과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박근혜 정부의 감독체계 개편안은 주로 소비자보호 관련 기구 설립과 ‘금감원 쪼개기’에 초점이 맞춰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금감원을 쪼개는 것보다 금융위의 역할과 위상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만만치 않다.
금융정책은 경기부양과 산업 발전이 목적이지만 감독정책은 금융시장의 안정과 금융사의 건전성 관리인데 금융위는 한 부처가 동시에 수행하기 어려운 두 기능을 함께 갖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금감원과 금융위가 각종 정책 결정 과정에서 번번이 시각차를 드러내는 문제나 엘리트 관료조직이자 이른바 ‘슈퍼 갑’으로 불리는 금융위의 몸집이 너무 비대해졌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현재 야당 측 김기준 의원과 민병두 의원이 발의한 관련 법 개정안도 금융위를 금감위로 축소하고 국내금융 기능을 다시 기재부에 이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떨떠름한 금융사·침통한 금감원…소비자보호 효율성도 의문
금소원을 설립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소비자 보호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금소원이 금감원처럼 금융위 산하에 있고 단독검사도 예외적인 경우에만 할 수 있어 충분한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데다 금감원과 금소원의 업무 중복으로 중간에 끼어 있는 소비자들이 더 불편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소원을 새로 설치하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돈도 결국 소비자 주머니에서 빼와야 한다는 해석도 있다.
이와 관련, 금감원은 올해 4월 분리된 영국 은행규제청(PRA)과 금융보호감독청(FCA)의 연간 예산은 기구 분리 전 금융감독청(FSA) 예산보다 24%나 늘었다며 이 돈이 결국 금융회사와 소비자 주머니에서 나오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위라는 몸통은 놔두고 팔다리인 금감원만 둘로 나눈다고 감독 체계가 개편되지 않는다”며 “금융위가 정당한 명분을 갖고 있다면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정부 입법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금융위에다 금감원과 금소원 등 졸지에 시어머니 3명을 모시게 된 금융사들도 떨떠름하기는 마찬가지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위와 금감원의 관계에서 볼 수 있듯이 금감원과 금소원도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으면 중간에 낀 금융사와 소비자들이 지금보다 신경 쓸 일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