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자본잠식…채권단 출자전환으로 자본확충일부 사업부 분할 매각 검토하는 듯
설윤석(32) 사장의 경영권 포기로 ‘오너 경영’을 접은 대한전선이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대한전선은 8일 “재무구조개선 방안으로 채권단의 출자전환과 회사분할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덧붙였다.
채권단 위주로 논의 중인 출자전환과 회사분할 방안은 4년여에 걸친 구조조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악화일로인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이대로 가면 올 연말 자본전액잠식이 확실시되는 상황이어서 추가 구조조정과 함께 출자전환을 통한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채권단에서 내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한전선은 지난 6월 말 현재 자본금 2천628억원 가운데 남은 자기자본이 414억원으로 자본잠식률이 84%에 달한다.
금융권과 업계에 따르면 채권단은 대한전선의 잔여 부채 1조3천억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6천700억원가량을 늦어도 이번 회계연도 사업보고서 제출 시한인 내년 3월까지 출자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전선은 상장기업으로 사업보고서 제출 시한까지 자본전액잠식을 면하지 못할 경우 상장폐지된다.
채권단은 출자전환과 함께 일부 사업부를 분할해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출자전환에 앞서 감자 등을 통한 자본조정을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에 대해 대한전선 관계자는 “대주주 보유 지분이 18%로 낮아 감자를 위한 특별결의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만약 채권단에서 출자전환을 하더라도 감자 없이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한전선은 2009년 5월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고 3조원 가까운 자산을 매각하며 구조조정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보유한 비영업 자산을 매각해도 매각액이 장부 가격에 못 미쳐 누적 손실이 오히려 커지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대한전선은 연결기준 지난해 5천780억원의 순손실을 낸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1천54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5년째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자산을 급매물로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제값을 받고 팔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다.
설 사장의 경영권 포기는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경영 정상화를 앞당기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졌다.
이에 따라 채권단 위주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