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증권, 피해자에게 녹취록 공개금지 강요 ‘빈축’

동양증권, 피해자에게 녹취록 공개금지 강요 ‘빈축’

입력 2013-11-05 00:00
업데이트 2013-11-0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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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증권이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판매 당시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피해자들에게 제3자 공개금지 의무를 강요해 빈축을 사고 있다.

동양증권은 지난 4일부터 전국 지점을 통해 녹취록 공개 신청을 받고 있으며, 신청 시점으로부터 6일 이내에 이메일이나 USB 저장장치를 통해 녹취자료를 제공할 계획이다.

문제는 녹취록 공개 신청서에 담긴 내용이다.

5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녹취록 공개 신청서에 따르면 동양증권은 피해자들에게 제공한 통화내용을 인터넷이나 SNS에 게시하거나 언론매체에 제공해선 안 된다고 못 박고 있다.

동양증권은 특히 “통화 상대방(당사 임직원)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제공하거나 분실·유출로 피해가 발생할 경우 민형사상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녹취록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을 서약해야만 녹취록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양증권은 금융당국과 사전 협의를 거쳐 삽입한 내용이며, 직원들의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불만이 높은 상황이다.

이날 녹취록 공개신청을 낸 한 투자자는 “녹취록을 요청하는데 꽤나 까다롭게 하고, 제공된 녹취록은 불완전 판매 관련 소송용으로만 사용 가능하다는데 도장을 찍어야만 제공을 받을 수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방송 및 언론사 제공이나 인터넷에 올리면 조치를 취하겠다는데 뭐하자는 것인지 모든 서류를 동양증권에 유리한 쪽으로만 처리하려 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투자자는 “그만큼 언론에 공개되면 안 될 녹취록이 많다는 소리냐”고 말했다. “동양증권은 갑이고 우린 을인가 보다”면서 “우리가 우리 권리를 찾는데 서약까지 하라는 어이없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지점 직원과 피해자간 승강이도 이어졌다.

이날 녹취록 공개신청서를 제출한 한 투자자는 “사전에 직원 자신의 개인정보가 들어있는 통화내용이 있으면 들어보고 못 줄 수도 있다고 말했는데 금융소비자원에 확인해 보니 그런 이유로 녹취록을 안 줄 수는 없다고 하더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면으로만 녹취록 공개신청을 받으면서 생계유지에 바쁜 진짜 서민들은 신청이 힘든 것도 문제다.

직장생활에서 모은 돈을 사업 실패로 거진 날리고 운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홍모(53)씨는 “온종일 운전을 해야 간신히 먹고 살 상황이라 지점에 갈 틈을 못내고 있다”면서 “왜 굳이 직접 오라고 하는지 모를 지경”이라고 말했다.

홍씨는 “추석 명절 전날 전화가 와서 (동양그룹 CP에) 3개월만 넣어두라고 해서 그렇게 했더니 한달도 안 돼 그나마 남은 내 돈에다 집사람 돈까지 모두 날리게 됐다”면서 “노년이 사라진 셈”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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