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CEO 전문성 없어…낙하산문제 해결돼야

공기업 CEO 전문성 없어…낙하산문제 해결돼야

입력 2013-11-21 00:00
업데이트 2013-11-21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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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개혁 시급성에는 공감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추진중인 공공기관 개혁의 시급성과 당위성에 대체로 공감한다는 입장을 21일 나타냈다.

공기업들의 방만경영이 일정수준을 넘어선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공기업 개혁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해소돼야 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낙하산 인사가 공기업개혁에 적극 나설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 공기업 개혁은 시급하다

전문가들은 공기업 부채가 국가부채로 이어지고 이는 국민의 부담이 된다는 점에서 공기업 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공기업 부채가 국가부채와 맞물리면서 국가 재정건전성을 해칠 경우,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한국경제에서 공공기관 개혁은 시급하다”면서 “국가부채와 공공기관 부채가 심각한 수준에 도달하면 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독일, 프랑스가 뒤를 봐준 그리스와 달리 한국은 도움을 받을 곳이 없다”고 밝혔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도 “과감한 개혁의지가 필요하다. 공공기관은 단순한 기업이 아니라 사회의 중추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나라의 운영체계를 바꾼다는 생각으로 공공기관 정상화에 과감하게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침체에 따른 세수 부족과 복지수요 확대로 정부의 재정건전성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500조원에 달하는 공공기관 부채가 한국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 정부나 전문가들 모두 공감한 셈이다.

◇최대 개혁 과제는 ‘전문성없는 낙하산 인사’

전문가들은 공기업 개혁 과제 가운데 중요한 것으로 낙하산 문제를 꼽았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공공기관 개혁의 주체인 공공기관장들이 구조조정, 민영화 등의 험난한 작업을 추진할 만큼 전문성이나 정통성에서 신뢰를 받지 못한 것이 그간 개혁실패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기관장 선임과정에서부터 정통성을 상실하고 해당 분야에 전문성 없는 인사가 기관장을 맡는 경우가 적지 않은 데다 그나마 임기보장도 안 돼 개혁 추진동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공공기관 개혁은 CEO 리더십이 안정됐을 때 가능하다”면서 “정부도 CEO가 리더십을 발휘해 개혁작업을 할 수 있도록 인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낙하산식 인사가 내부 개혁 추진의 걸림돌로 봤다.

이 연구위원은 “정부가 개혁드라이브를 걸어도 (공공기관) 스스로 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조직 내부에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돼야 하는데 낙하산 인사가 자체 개혁을 막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허경선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공공기관 임원선임제도의 발전방향’ 보고서에서 낙하산 인사를 차단하려면 계량적인 자격 기준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허 부연구위원은 “획일적인 기준을 모든 공공기관에 적용하면 임원 후보의 인재풀을 좁히므로 기관별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임원 선임 과정에서 사전·사후에 자격, 기준, 결과 등을 공개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쟁체제 도입하고 내부비리 척결해야”

정부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정호 교수는 “공기업 부채는 정부가 초래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공기업을 통해 정책을 실현하려다 보니 공공기관 부실화를 낳았다는 지적이다. 4대강 사업을 책임진 한국수자원공사의 부채가 2008년 1조9천억원에서 작년 11조8천억원으로 602%나 폭증한 게 대표적이다.

또 투명경영 시스템 마련을 위한 제도개혁, 민간 경쟁체제 도입, 내부 비리척결 등이 필요하다고 그는 밝혔다.

이필상 교수는 “정책의지로 공공기관 개혁 문제를 풀 수 없다”며 “정부의 낙하산 인사와 예산 떠넘기기를 차단해 투명경영이 가능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호 교수는 “개혁을 하려면 공공기관의 독점체제를 깨야 한다”고 설명했다.

1998년 교통안전진흥공단의 독점이었던 자동차검사 업무를 민간에 개방한 뒤 서비스가 획기적으로 개선된 것을 예로 들었다.

김 교수는 “민간 참여가 가능한 분야를 발굴해 경쟁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준협 연구위원은 그간 공공기관의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는 것을 공공기관 개혁의 성공조건으로 제시했다.

그는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등 민생과 관련된 곳에서 비리사건이 터지면 국민공감을 얻기 어렵다”면서 “전기료 인상처럼 비용을 올리는 방법으로 적자를 해소하기에 앞서 내부비리를 없애고 정부가 절약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공기관 정보공개 효과 있을 듯”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2014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강조한 ‘공공기관 정보공개 확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김준협 연구위원은 “정보공개는 국민이 감시자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라며 “공공성과 시장성을 같이 봐야 하는 공공부문 특성상 국민 감시가 (개혁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공감했다.

정보 공개가 제대로 되면 국민이 공공기관의 경영 전반을 들여다보고 문제점을 지적하고, 의견을 내는 등 경영개선에 참여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의 권한을 확대하는 데 대해서도 “돈을 못 벌면 성과급 깎고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는 것인데, 방만 경영이나 부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공운위 권한 확대에 앞서 위원 구성과 선임절차를 개선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상조 소장은 “공운위원 임명주체로 볼 때 사적 이익 없이 공공성에 입각해 의사결정을 내릴지 신뢰할 수 없다”며 “공공기관 개혁을 추진하는 핵심기구인 공운위 인사 구성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개혁의 한 축인 노조측은 ‘노-정 교섭’을 요구했다.

하상진 전국공공노조연맹 정책실장은 “정부가 공공기관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아야 한다”며 “법에 자율경영을 명시하면서도 정부가 경영평가와 예산지침으로 통제하고 있는 만큼 바람직한 공공기관 개혁을 위해서는 공공노조와 정부가 의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공공기관들은 최근 불거진 정부주도의 개혁작업에 대해 “개혁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될 때까지 입장을 내놓기 곤란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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