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불협화음 심화… 기업 구조조정 ‘난항’

채권단 불협화음 심화… 기업 구조조정 ‘난항’

입력 2013-12-17 00:00
수정 2013-12-17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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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건설·한진해운·STX 등 채권은행 간 지원방안 갈등

“주채권은행이 무슨 벼슬도 아니고…. 요즘같이 어려운 때 몇백억원씩 지원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면서도 아주 강압적이에요. 다른 은행들도 순순히 따라주지 않을 겁니다.”(한 대기업 채권은행 관계자)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에 들어간 대기업이 급증한 가운데 해당 기업에 대한 지원 방식과 지원 폭 등을 놓고 채권은행 간에 내홍이 빚어지고 있다. 올해 실적 부진으로 은행들이 여유가 없는 데다 향후 기업 회생 전망 등을 놓고도 의견이 엇갈리면서 채권단 내 합의가 곳곳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일부에서는 금융당국이 ‘교통정리’를 분명하게 해주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쌍용건설, 한진해운, STX중공업, STX조선해양 등에서 워크아웃이나 자율협약 등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쌍용건설은 우리은행이, 다른 기업들은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을 맡고 있다. 여기에 국민, 농협, 수출입, 신한, 외환, 하나은행 등이 일반 채권단으로 참여하고 있다.

쌍용건설은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과 군인공제회 간 협상이 결렬되면서 채권단 내부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군인공제회에 가압류 해제, 원리금 1235억원 상환 3년간 유예, 이자 감면 등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우리은행은 결국 전체 채권단에 3000억원 지원, 출자 전환, 김석준 회장 해임안 등을 제시했지만 다른 채권은행들의 반대가 거세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지원금액 중 1200억원이 고스란히 군인공제회에 들어갈 텐데 누구 좋자고 하는 일인지 모르겠다”고 반발했다.

한진해운도 당초 4억 달러 규모의 영구채 발행을 추진했으나 농협은행 등 채권단이 지급 보증을 거부하면서 무산됐다. 결국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3000억원 규모의 신디케이트론(다수 금융기관이 공동으로 하는 중장기 대출)을 추진 중이다.

STX중공업 채권단도 의견 통일을 보지 못하고 있다. 당초 채권단은 STX중공업의 STX건설 보증과 관련해 강덕수 STX 회장에 대한 형사 고소를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산은 관계자는 “아직 채권단 모두 동의하지 않아 중공업 측에 공문을 보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STX조선해양은 지난 7월 3조원 지원안을 확정한 뒤 반 년 만에 지원액이 추가로 1조 8000억원 늘어났다. 채권단의 반발이 거세지자 산은은 2000억원만 조기 지원하는 방안을 채권단에 요청한 상태다.

채권은행들도 고민이 많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건설·해운 업종의 경우 자금 지원을 한다고 해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한 뾰족한 수가 없다”면서 “혼자만 채권단에서 발을 뺄 수도 없고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채권단 내부의 갈등은 기업 구조조정을 더디게 하고 결과적으로 경영에 장해가 될 수 있다. 한 워크아웃 기업 관계자는 “사업 계획을 수립할 때 채권단의 결정이 중요한데 의견 통일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 답답하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구조조정 기업들은 당국이 개입해 ‘화끈한 지원’을 이끌어 주기를 바란다. 재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너무 소극적이고 국책은행인 산은도 리더십을 보이지 못하고 시중은행에 끌려다니기 일쑤”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 측은 “최악의 경우 정부가 나설 수도 있겠지만 일단 기업과 채권단 스스로 자구책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2013-12-1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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