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다 기준 엄격” 선전…평년대비 매출 3~5배 급증
중국발 미세먼지를 타고 고가의 외국산 프리미엄 공기청정기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비싸긴 해도 미세먼지 기준이 우리보다 엄격한 선진국 제품을 쓰면 초미세먼지까지 예외 없이 걸러줄 것이라는 기대감 덕이다. 온라인 판매 직후 매진 사례를 이어가는가 하면 평년 대비 5배의 매출을 올리는 제품도 눈에 띈다.외국산 공기청정기에 수요가 몰리는 배경엔 느슨한 한국 정부의 미세먼지 기준이 자리 잡고 있다. 선진국과 비교하면 국내 미세먼지 기준은 느슨하다. 미세먼지 가운데서도 특히 위험하다는 지름 2.5㎍(1㎍은 100만분의1g) 이하의 초미세먼지(PM2.5)에 대해서는 아직 환경기준조차 적용되지 않는다. 여론의 포화 속에 내년 5월로 앞당긴 초미세먼지 기준(24시간 평균 50㎍/㎥·연평균 25㎍/㎥) 역시 선진국들에 견주면 헐겁다. 세계보건기구의 권고 기준은 우리의 절반 수준인 25㎍/㎥·10㎍/㎥, 미국과 일본은 35㎍/㎥·15㎍/㎥이다.
이런 상황에 맞춰 외국산 공기청정기 회사들은 저마다 선진국 기준에 맞춰 초미세먼지를 걸러준다고 선전한다. 업체마다 다소 방식에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1차로 프리필터를 통해 걸러진 공기를 다시 헤파필터와 탈취필터 등으로 여과한다. 헤파필터는 0.3㎍ 입자를 통과시켰을 때 99.97% 이상을 걸러낸다고 알려졌다.
외국산의 득세에 속이 답답한 것은 국내 업체들이다. 국내 최고급 제품도 외산 못지않게 0.3㎍ 이하 미세먼지도 잡을 수 있지만 느슨한 국내 기준 탓에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는다는 생각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느슨한 국내 미세먼지 기준 탓에 전체 국내 제품이 도매금으로 평가받는 듯해 안타까울 따름”이라면서 “국내 제품도 국제 기준에 맞는 제품이 적지 않은 만큼 소비자들도 가격 대비 성능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2013-12-17 1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