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출신으로 예상외 선임...추천위 “새로운 시장 창출능력 보유”

KT 차기 회장으로 황창규(60) 전 삼성전자 사장이 내정됐다.

KT는 16일 오후 서울 KT 서초사옥에서 최고경영자(CEO) 추천위원회를 열어 황 사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황 전 사장은 내년 1월 중순께 열리는 주주총회를 거쳐 회장으로 공식 선임된다. 임기는 2017년 정기 주주총회 개최일까지 3년이다.

CEO 추천위는 황 전 사장 외에 권오철 SK하이닉스 고문, 김동수 법무법인 광장 고문(전 정보통신부 차관), 임주환 고려대 교수(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 등 압축된 4명의 후보를 상대로 최종 면접을 본뒤 황 전 사장을 최종 낙점했다.

추천위는 황 전 사장이 비전 설정 능력, 추진력, 글로벌 마인드 등 회사의 미래전략 수립과 경영혁신에 필요한 덕목을 갖췄다는 점에서 가장 적합한 인물로 판단했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추천위는 “황 후보는 대표적인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전문가이면서 새로운 시장 창출 능력과 비전 실현을 위한 도전정신을 보유했다. 지식경제부 T&D전략기획단장 등 국가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역임하는 등 ICT 전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도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추천위는 황 전 사장이 이러한 강점을 바탕으로 현재 KT의 경영을 본궤도에 올려놓고, 장기적으로 회사의 가치를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했다.

황 전 사장은 부산고, 서울대 전기공학과와 동 대학원을 거쳐 미국 매사추세츠주립대(MIT)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스탠퍼드대 책임연구원, 인텔사 자문을 거쳐 1989년 삼성반도체 DVC 담당으로 입사했다. 이후 삼성반도체 상무이사, 연구소장, 부사장,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 및 기술총괄사장 등 주요 보직을 거치면서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의 주역으로 활동했다.

삼성전자에 근무하면서 1994년 세계 최초로 256메가 D램을 개발한 반도체 전문가이자 2002년 국제반도체회로학술회의에서 반도체 메모리 용량이 해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황의 법칙’을 발표해 유명세를 떨친 반도체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지식경제부 지식경제R&D 전략기획단장을 지내기도 했고 이후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 산업통상자원부 지식경제R&D 전략기획단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성균관대 석좌교수로 있다.

2002년 KT가 민영화된 이후 이용경, 남중수씨 등 KT 내부출신이나 이석채 전 회장과 같은 관료출신이 CEO가 된적은 있지만 외부 경쟁업체 경영자가 영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업계 일각에서는 KT 차기 회장 인선을 놓고 이날 후보군에 들어간 4명 가운데 현 정권과 인연이 있는 김동수 법무법인 광장 고문과 임주환 고려대 교수 등의 내정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있었다는 점에서 황 전 사장의 낙점은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황 전 사장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및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치권의 공식적인 직함이나 대선을 전후로 한 자문활동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져 ‘낙하산 인사’ 논란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황 전 사장이 차기 회장으로 내정됨에 따라 지난 11월3일 이석채 전 회장의 사의표명 이후 표류해온 KT는 이제 정상화의 궤도로 복귀하게 될 전망이다.

다만 글로벌 제조기업 경영에 대한 경험은 풍부하지만 통신분야의 경험은 많지 않다는 점에서 KT를 포함해 53개 계열사, 매출 23조8000억원, 6만여명의 임직원으로 구성된 한국의 대표적인 통신기업 KT를 어떻게 이끌지 주목되고 있다.

KT 이해관 새노조위원장은 새 회장 선임과 관련 “KT를 재벌식 전횡과 독선으로 경영한 게 이 전 회장의 문제였는데 삼성 출신 황 후보가 과연 이를 극복할 대안인지 크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