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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블로그] 세종 관가, 서명운동 딜레마

[경제 블로그] 세종 관가, 서명운동 딜레마

장형우 기자
장형우 기자
입력 2016-01-22 22:46
업데이트 2016-01-23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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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관가는 요즘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지난주 대국민 담화에서 기업활력제고특별법, 서비스산업발전법 등 이른바 ‘경제활성화법’과 근로기준법, 파견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등 노동 4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조속히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8일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가 주도하고 있는 ‘민생입법 촉구 1000만 서명운동’에 직접 참여했습니다.

●서명한 공무원 찾아보기 어려워

황교안 국무총리와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그 뒤를 이었습니다. 행정부 서열 1~3위가 공개적으로 서명을 했습니다. “서명하라”는 명시적 지침은 없었지만 복종의 의무가 있는 공무원 입장에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공무원들이 서명에 동참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공무원 대부분이 법안 통과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서명했다는 공무원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왜 그럴까요. 중앙 부처의 한 고위 공무원은 “법안을 만들어 제출한 정부 당사자가 ‘국민’의 신분으로 입법 촉구 서명을 하는 것은 다소 어색하다”면서 “다만 가족과 지인들에게 서명 동참을 권하기는 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서명을 했다는 다른 부처의 국장급 공무원은 “오죽했으면 대통령께서 직접 나섰겠나. 대통령이 서명하자마자 기활법이 통과되는 걸 봐라. 다른 법안도 통과시키려면 힘을 보태야 한다”면서도 “다만 순수성을 해칠까 봐 부하 직원들에게 서명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는 않았다”고 했습니다.

●정치 활동으로 비춰질까봐 주저

한 과장급 공무원은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서명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면서 “지금이야 상관없겠지만, 일반 공무원이 자기 이름 걸고 서명을 하는 게 아무래도 꺼림칙하니까 그런 것”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또 다른 부처의 과장은 “공무원은 국민 ‘전체’의 봉사자다. 물론 법안 통과를 바라는 국민이 많겠지만, 법안 통과 뒤 부작용을 우려하는 국민도 적지 않다”면서 “서명이 정치활동으로 비칠 소지도 있기 때문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2016-01-2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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