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 실손 간편청구 공방… 국민 편의는 ‘실종’

[뉴스 분석] 실손 간편청구 공방… 국민 편의는 ‘실종’

백민경 기자
백민경 기자
입력 2016-02-17 23:08
업데이트 2016-02-18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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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법 개정부터” 의료계 “질병 정보 유출”…금융위 “청구대행 서비스”

간소화 발표 후 7개월째 지지부진
보험사 “비급여 항목 표준화 안 돼”
의료계 “보험사에 유리하게 작용”
금감원, 의료계 반발에 입법 난항

정부가 병원에서 직접 보험사에 실손의료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게 한다고 발표한 지 7개월이 넘었지만 아직도 지지부진하다. 제도가 바뀌려면 법 개정이 우선돼야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유관기관 반대에 ‘명함’조차 못 내밀고, 보험사는 “법부터 고치고 오라”며 관망세다. 금융위원회가 제3의 중개기관이 병원 업무를 대행하면 된다고 ‘우회 공략’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위법 논란에 사업 진행이 불투명하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해 8월 가입자가 일일이 서류를 준비해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아도 의료기관과 보험사가 연동된 전산 프로그램에 의해 자동청구할 수 있도록 한 ‘실손 간편청구 방안’을 발표했다. 지금은 환자가 병원에서 진료 내역 관련 서류를 일일이 떼 보험사에 청구해야 한다. 별도의 심사 절차도 거쳐야 한다. 이런 절차가 복잡하고 귀찮아서 보험금 신청을 포기한 이들이 적지 않아 원성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금감원은 법 개정에 나섰다. 현행 의료법은 ‘의무기록 타인 열람’을 금지하고 있다. 단 예외조항이 있다. 예컨대 교통사고 환자에 대해서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으로 예외를 둬 보험사가 의료기관에 진료기록 열람을 청구하고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게 돼 있다. 금감원은 이런 원리로 하면 실손보험금 청구도 가능하다고 봤다.

하지만 ‘입’조차 못 뗐다. 지난해 말 국회 정무위를 통해 이런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 발의를 추진했지만 의료계의 강한 반발과 준비 기간 부족 등으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금융위원회가 올해 업무계획을 통해 ‘대안’을 내놨다. 병·의원을 통한 ‘보험금 청구대행 서비스’를 하겠다는 것이다. 굳이 법을 고치지 않아도 서비스 차원에서 할 수 있다는 게 금융위의 생각이다.

당국이 눈여겨보는 사례는 삼성화재와 핀테크 기업인 지앤넷(G&NET)이 논의했던 실손청구간소화 서비스다. 앞서 삼성화재는 분당서울대병원과도 업무 협약(MOU)을 맺었다. 예컨대 지앤넷이 삼성화재에서 대행 수수료로 1000원을 받았다고 치자. 그럼 300원을 서울대병원에 주고 700원을 수수료로 챙긴다. 삼성화재는 그만큼 실손 보험금 처리 인력을 줄일 수 있다. 결국 환자, 병원, 보험사 모두 이득을 보는 구조라는 게 당국의 기대 섞인 설명이다.

하지만 정작 삼성화재 측은 난색이다. 협약을 맺은 지 5년도 넘은 데다 법 위반 논란이 야기될 수 있어서다. 지앤넷과도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소극적이기는 다른 보험사들도 마찬가지다. 한 보험사 임원은 “(실손 처리) 인력이 줄어들 수는 있지만 중개기관 등 관리 채널이 늘어난 만큼 고객 민원도 늘고 정보 유출도 우려된다”고 털어놨다. 이어 “병원마다 금액이 다른 비급여 항목이 표준화되지 않으면 효과가 제한적인 데다 진료비 세부내역서와 질병 코드 등도 통일시켜야 한다”면서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의료계 반발도 여전히 극심하다. 서인석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는 “개인질병 정보는 매우 민감한 자료인데 이를 민간보험사가 집적해 활용할 수 있게 되면 보험사에 유리하게 작용할 소지가 크다”며 “외국과 달리 심사 거절이 쉬운 우리나라에서 이런 정보는 민간보험사의 ‘크림 스키밍’(cream skimming·손해 보는 환자는 가입 거절)에 악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2016-02-1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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