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가 임신부·영유아의 폐손상 원인임이 밝혀진 지 5년여 만에 처음으로 2일 오전 11시 아타 샤프달 옥시레킷벤키저 한국법인장이 사과 회견을 열어 고개를 5초 정도 조아렸을 때 산소통을 단 성준(13)군을 비롯한 피해자들이 회견장으로 입장했다.
3년 전 돌쟁이를 잃은 가습기살균제 유가족 연대 최승운 대표 등은 연단에 올라 사과 중이던 샤프달에게 거칠게 항의했다. 샤프달이 사과문 낭독을 강행하자, 피해자들은 “기자를 상대로 회견을 열면서 왜 피해자에게는 하지 않느냐”거나 “그 간 100번도 넘게 옥시에 연락했는데, 관리자를 한 번도 만날 수 없었다”고 분개했다. 샤프달이 “미안하다”고 영어로 반복하자, “그렇게 쉽게 사과하고 상황을 덮으려고 하지 말라”는 항변이 이어졌다.
90여분 동안의 회견이 끝난 뒤 다시 단상에 오른 최 대표는 “5년 간 피해자를 외면하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시점에 기자간담회 형식 사과를 거부한다”면서 “옥시는 폐업하고, 대한민국에서 철수하라”고 촉구했다.
최 대표는 이어 “평범한 아빠였던 제가 살균제를 타서 우리 아기를 내 손으로 4개월 동안 서서히 죽인 게 이 사건이다. 형식적 사과 말고, 피해자 한 사람씩 찾아가 ‘너희가 네 자식을 죽인 게 아니다. 죄송하다. 네 자식 죽인 놈은 옥시다’라고 사과하기를 바랬다”며 울었다. 정부 출연연구원 선임연구원이던 최씨는 가습기 살균제로 자식을 잃은 뒤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다 지난 2월 실직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가해자 규명 및 피해배상이 지연되며 수많은 가족이 이혼·불화·재정난을 겪고 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및 시민단체가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업체인 옥시를 규탄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의 최대 가해업체인 옥시레저킷벤키저는 이날 5년 만에 처음으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에 나섰지만 구체적인 보상안을 내놓지는 않았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90여분 동안의 회견이 끝난 뒤 다시 단상에 오른 최 대표는 “5년 간 피해자를 외면하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시점에 기자간담회 형식 사과를 거부한다”면서 “옥시는 폐업하고, 대한민국에서 철수하라”고 촉구했다.
최 대표는 이어 “평범한 아빠였던 제가 살균제를 타서 우리 아기를 내 손으로 4개월 동안 서서히 죽인 게 이 사건이다. 형식적 사과 말고, 피해자 한 사람씩 찾아가 ‘너희가 네 자식을 죽인 게 아니다. 죄송하다. 네 자식 죽인 놈은 옥시다’라고 사과하기를 바랬다”며 울었다. 정부 출연연구원 선임연구원이던 최씨는 가습기 살균제로 자식을 잃은 뒤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다 지난 2월 실직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가해자 규명 및 피해배상이 지연되며 수많은 가족이 이혼·불화·재정난을 겪고 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