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주 ‘내코가 석자’…현대상선 용선료 협상 어려운 이유는

선주 ‘내코가 석자’…현대상선 용선료 협상 어려운 이유는

입력 2016-05-22 10:22
업데이트 2016-05-2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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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선주, 현대상선 비중 커 ‘부담’…신용등급 하락 등 재무위험 부각

현대상선 용선료 인하 협상이 애초 정부가 제시한 데드라인을 넘기고도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협상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현대상선은 총 용선료의 20% 내외를 인하하는 것을 목표로 지난 3개월여간 22개 해외 선주와 협상을 벌여왔다.

용선이란 해운선사가 다른 선주가 소유한 배의 전부 또는 일부를 빌려 운항하는 것을 말한다.

현대상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가지고 있던 배를 내다 팔고 용선 비중을 늘려왔다.

해운업 불황에 따른 운임 하락으로 계약한 때보다 용선료 시세가 하락하면서 현대상선은 평균시세보다 약 60% 비싼 용선료를 내고 배를 쓰고 있다.

채권단은 이런 구조에서는 현대상선을 도와줘도 해외 용선주에 혜택이 돌아갈 뿐이라며 용선료를 낮춰야만 지원을 해주겠다고 방침을 정한 상태다.

용선료 인하가 현대상선 정상화 방안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인 것이다.

◇ 그리스계 용선주 현대상선 의존도 높아…재무위험 경고

22일 채권단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이 용선계약으로 운항하는 배는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컨테이너선 36척, 벌크선 50척 등 총 86척이다.

현대상선이 주력으로 하는 컨테이너선의 경우 다나오스(13척), 조디악(6척), 이스턴퍼시픽·나비오스·캐피털십매니지먼트(각 5척), 현대오션서비스(2척)로부터 배를 빌려 운항하고 있다. 대부분 수년 이상의 장기 계약이다.

이 가운데 그리스계 다나오스와 나비오스의 경우 용선료 수입에서 차지하는 한국 양대선사 의존도가 매우 큰 편이다.

실제 다나오스의 경우 1만3천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5척을 포함해 13척을 용선해주며 용선료 수입의 28%를 현대상선에 의존하고 있다.

다나오스는 컨테이너선 8척을 빌려준 한진해운 의존도도 17%에 달한다.

나비오스는 다나오스보다는 용선 규모가 작지만 현대상선과 한진해운(2척) 의존도가 각각 28.9%, 11.3%에 달한다.

해운업이 극심한 불황에 빠진 가운데 현대상선에 이어 한진해운도 용선료 인하 협상에 나서기로 하면서 이들 용선주의 재무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경고가 잇따라 제기되는 상황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현대상선 의존도가 높은 나비오스의 신용등급을 최근 B2에서 B3로 낮추고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 “배 건네기도 전에 깎다니…” 조디악 단체협상 불참

용선료 인하 시도 자체에 불쾌감을 표하는 경우도 있다.

영국계 조디악은 재무적인 이슈와 별개로 아직 인도하지도 않은 새 선박의 용선료를 깎으려 한다며 협상에 소극적으로 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디악은 현대상선에 6천300TEU급 컨테이너선과 8천500TEU급 컨테이너션을 각각 2척 용선해주고 있다.

이에 더해 2014년에는 대우조선해양에서 건조한 1만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6척을 12년간 용선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2월 기준으로 2척은 이미 운항 중이고, 나머지 4척도 이미 인도됐거나 올해 중 인도를 마칠 예정이다.

모두 올해 운항을 시작하는 최신식 초대형 선박인 만큼 용선료도 다른 배들에 비해 비싸게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용량 대비 연료 효율성이 좋은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용선 수요가 있는 만큼 오래된 중형급 배에 비해 새 선사를 찾기가 수월한 점도 조디악의 협상력을 높이는 부분이다.

조디악은 용선료 인하 요청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지난 18일 주요 컨테이너선주와의 단체협상에도 참석을 거부했다.

한편 채권단 관계자는 “조디악과도 현재 개별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 “법정관리 가면 손해 증가” 설득

해운업계에서는 용선료 인하 요구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점을 들어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하고 있다.

현대상선 평균 용선료가 시세 대비 60% 높은 상황에서 30% 인하에 성공한다면 현대상선은 용선료 부담을 시세 대비 12% 높은 수준으로 줄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장기간 고정 수입을 약속받은 선주 입장에서 계약 조건을 바꿀 유인이 크지 않다.

선주들이 배를 건조할 때 끌어다 쓴 선박금융 이자 비용 등을 용선료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용선료를 인하하면 손해를 보며 배를 빌려주는 셈이 된다는 분석도 있다.

협상단과 채권단은 현대상선이 법정관리로 갈 경우 손해가 훨씬 커질 것이라고 설득하고 있다.

선복량 과잉으로 용선 수요가 뚝 끊긴 가운데 선주가 배를 되가져가더라도 다시 빌려줄 선사를 찾지 못할 것이란 논리다.

이 경우 선주는 배를 빈 채로 놀리거나 아예 고철로 뜯어 팔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협상단은 이밖에 용선료 인하분의 절반가량에 걸맞은 금액을 현대상선 주식으로 보상하고, 정상화 이후 선박에서 나오는 이익의 일부를 선주에게 배분하는 방안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선주들은 이런 보상 수준에 만족하지 못하고 지난 18일 단체협상도 소득 없이 끝났다.

현대상선은 물론 당국과 채권단은 아직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협상 전망과 관련해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고 있으며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운 협상인 만큼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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